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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승원, 장르가 된 남자 [TV에 밑줄 긋는 여자] (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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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9-05 10:00:00 수정 : 2019-09-05 09: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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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늘씬한 남자 모델이 나타났다. 데뷔 당시만 해도 그저 멀대 같이 키 크고, 잘 생긴, 그냥 모델인 줄 알았다. 

 

그런데 어느날 배우 김혜수가 진행하는 토크쇼의 보조 MC로 나오더니 하는 말마다 ‘빵빵’ 터지는 멘트를 쏟아냈다. 

 

그랬던 그가 그후 몇편의 드라마를 찍고, 이내 영화 쪽으로 활동 영역을 넓히더니 코미디 영화를 주로 찍으며 자신 만의 독특한 장르를 만들어갔다.

 

‘신라의 달밤’(2001년 개봉)과 ‘라이터를 켜라’, ‘광복절 특사(이상 2002년 개봉), ‘선생 김봉두’(2003년 개봉), ‘이장과 군수’(2007년 개봉) 등을 통해 이른바 ‘차승원표’ 코미디라는 말이 스멀스멀 생겼다.

 

사실 그가 다른 장르의 영화들도 찍기도 했지만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그는 몇년 전부터 예능 프로그램에 자주 등장한다. 소문난 단짝 배우 유해진과 산에서도 살고, 바다에서도 살았다. 남자들끼리 삼시세끼를 꼬박 차려 먹었다. 심지어 스페인에서는 하숙집을 차려서 다른 손님의 끼니를 차려주기도 했다. 세끼를 차리고 치우면서 틈틈이 운동을 하고 주변을 살피는 남자, 게다가 손맛도 좋아 음식솜씨까지 나쁘지 않은 이 남자, 점점 더 매력 있다. 

 

그가 얼마 전 tvN 예능 ‘일로 만난 사이’에 출연하여 자신에 대해 딱 한마디로 정의했다.

 

“적극적이진 않는데 나태하지도 않아.” 

 

 tvN ’일로 만난 사이’ 차승원편에서 

 

사실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몇 년간 그가 보여준 모습은 굉장히 부지런하고 자리관리를 잘하는 사람 그 자체였다. 뭔가 부지런히 열심히 하는 사람인데, 하지만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의외로 자신을 그저 ‘나태하지 않은’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순간 그의 필모그래피가 지나가면서 차승원(사진)의 영화나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이 왜 그토록 다른 매력이 있었는지 조금 가늠이 되었다. 

 

살면서 뭔가 진짜 ‘빡세게’ 열심히 해야 할 때가 있다. 하지만 너무 열심히 하다 보면 집착하게 되고, 잘하려고 하면 오히려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힘을 조금은 빼고’ 적당히 욕심을 부릴 때 원하는 것보다 훨씬 더 좋은 결과를 얻게 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세상에 욕심 없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힘을 잔뜩 준 욕심보다는 한번쯤은 그냥 흘러가는 대로 내 몸을 맡겨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한다. 

 

개봉 후 10년이 훌쩍 넘은 그의 코믹 영화들이 여전히 사랑받는 이유, 아마도 힘을 뺀 연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열심히는 하되 지치지 않을 만큼만 할 것, 배우 차승원이 만든 장르의 이름이다. 

 

이윤영 작가, 콘텐츠 디렉터 blog.naver.com/rosa0509, bruch.co.kr/@rosa0509

사진=tvN ‘일로 만난 사이’ 캡처

 

*이 작가는 방송과 영화, 책 등 다양한 대중 콘텐츠를 읽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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