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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정의로운 결과인가요?"…'조국 딸 의혹'에 90년생이 뿔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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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8-24 12:56:36 수정 : 2019-08-24 14: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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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세계] 흔들린 ‘공정성’에 분노하는 20대
서울대 학생들이 23일 오후 열린 ‘조국 교수 stop! 서울대인 촛불집회’에서 촛불과 피켓을 들고 있다. 붕어와 가재 모자가 눈에 띈다. 연합뉴스

‘그래서, 안녕들 하십니까?’

 

23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안암캠퍼스에 이 같은 제목의 대자보가 등장했다. 2013년 ‘안녕들 하십니까’란 자보가 붙은 이후 6년 만이다. 작성자는 “지금 이 순간에도 새벽 공기를 마시며 논문을 써내려 가는 대학원생들이여, 도대체 당신은 고작 2주짜리 랩(lab·연구실) 인턴은 왜 안 했습니까”라고 되물었다. 조국(54)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을 꼬집는 내용이다. 이날 고려대에서는 학생들의 촛불집회도 열렸다.

 

조 후보자와 그 가족을 둘러싼 의혹이 연일 끊이지 않고 제기되면서 청년 세대의 분노가 갈수록 확산하고 있다. 특히 대부분 대학생이나 사회 초년생인 20대, 즉 1990년생들의 반발이 크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청와대 직원들에게 ‘90년생이 온다’란 책을 선물할 정도로 현 정부 들어 정치·사회적 관심사로 떠오른 그들은 왜 이리 화난 걸까. 어느 세대보다 ‘공정’에 민감하고 부당함을 참지 못하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3일 오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 로비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평범과 거리 먼 또래 학업 코스에 허탈·반발

 

지금까지 정치권과 언론 보도를 통해 드러난 조 후보자 관련 의혹들 가운데 청년층의 울분이 터져나오기 시작한 건 조 후보자 딸 조모(28)씨의 ‘입시부정·특혜’ 의혹이 불거지면서부터다. 법적, 도덕적 판단을 차치하더라도 ‘미국 중학교 → 한영외국어고 → 고려대 환경생태공학부 → 서울대 환경대학원 →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으로 이어져온 조씨의 학업 코스는 이상하리만치 순탄케 흘러왔다는 게 중론이다. 그 과정에서 조씨가 고교생 때 2주짜리 인턴에 참여해 의과대학 논문 제1 저자로 이름을 올린 사실과 각종 인턴십과 대외활동을 10여차례 한 사실 등이 확인되면서 “평범한 학생이라면 불가능했을 일”이란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조씨와 또래로, 같은 시기 대학 입시를 치른 20대 후반은 물론 현재 대학생 신분인 20대 초중반까지 일련의 의혹들과 관련해 박탈감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다. 충남에 사는 직장인 최모(28)씨는 “동갑내기가 너무나 쉽게 인생을 산다고 느껴져서 허탈해진다”고 털어놨다. 대학생 박모(20·여)씨는 “입시라는 게 결국은 경쟁인데, 그 사람 때문에 다른 간절한 사람이 대학이나 의전원에 떨어졌을 수도 있지 않겠느냐”며 분개했다.

 

23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후문 게시판에 조국 법무부 후보자의 딸의 ‘입시부정·특혜’ 의혹을 비판하는 내용의 대자보가 붙어 있다. 뉴시스

취업준비생 김모(26·여)씨는 “문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했던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라는 말에 깊은 감명을 받았는데, 대통령과 가장 가까운 인사 중 하나인 조 후보자의 가족부터가 예외조항이었다는 생각에 배신감이 든다”고 말했다. 임용고시를 준비 중이라는 최모(27)씨는 “이렇게 반대 여론이 큰데도 (장관 임명을) 밀어붙인다면 실망감이 더 커질 것 같다”고 했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터넷 뉴스 기사 댓글들에서도 이와 비슷한 반응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2030 세대가 주로 찾는 커뮤니티 등에서는 ‘조로남불’(조 후보자+내로남불)이나 ‘조카이캐슬’(조 후보자+스카이캐슬) 같은 단어가 오르내리며 비판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지난해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남북 단일팀 구성 논란이나 페미니즘 논란에서 나타난 20대의 변심이 고스란히 재현되고 있다.

 

고려대 학생들이 23일 이 대학 서울캠퍼스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의 ‘입시부정·특혜’ 의혹에 항의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김주영 기자

◆부정 평가 2주새 급증…행동 나서는 청년들

 

여론조사 결과를 통해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이날 여론조사 기관인 한국갤럽이 발표한 8월 4주차(20~22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문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45%, 부정 평가는 49%로 나타났다. 의견 유보는 7%(어느 쪽도 아님 3%, 모름·응답거절 4%)였다. 이는 직전 조사인 8월 2주차(6∼8일)보다 긍정 평가가 2%p 떨어지고 부정 평가가 6%p 오른 것이다. 5월 3주차 조사 이후 14주 만에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앞질렀다. 특히 여권의 전통적인 지지기반으로 꼽히는 19∼29세 응답자들의 국정 지지율이 불과 2주 사이에 긍정평가(44%→42%)는 소폭 감소한 반면, 부정평가(39%→46%)는 급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오후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조국 교수 stop! 서울대인 촛불집회’ 참가자들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학가에선 20대들의 분노가 행동으로 옮겨지는 모습이다. 조씨가 졸업한 고려대와 조 후보자의 모교이자 그가 교수로 있는 서울대에서는 이날 오후 각각 촛불집회가 열렸다. 고려대 재학생과 졸업생 500여명은 오후 6시부터 이 대학 안암캠퍼스 중앙광장에 모여 학교 측에 조씨의 입시부정 의혹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촛불 대신 휴대전화 플래시를 켜 들고 함께 부르거나 연신 구호를 외쳐댔다. 발언자로 나선 한 남학생은 “(이번 논란으로) 지금까지 해온 노력이 헛되이 느껴져 괴로웠다”며 “그 사람(조 후보자) 집안만큼 잘해주지 못해 가슴 아파했을 부모님들 마음이 편법에 의한 결과라면 어떻겠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서울대 재학생과 졸업생 500여명(주최 측 추산)도 오후 8시30분쯤 관악캠퍼스 학생회관 앞 공터 ‘아크로’에서 촛불집회를 열고 조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했다. 개인 자격으로 이 집회를 주도한 김다민 서울대 부총학생회장은 “정부는 본인들이 이야기하던 이상과 원칙을 무시한 채 의혹이 난무하는 사람을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며 “(조 후보자는) 공직 후보자 자리에서 책임 있는 모습으로 내려오시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23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아크로 광장 인근에서 열린 '조국 교수 STOP! 서울대인 촛불집회'에서 한 참가자가 문구가 쓰인 스마트폰을 들고 있다. 뉴시스

부산대 역시 학내가 술렁이고 있다. 부산대 정문을 포함한 캠퍼스 주요 건물 10여곳에 붙은 대자보에는 조씨의 부산대 의전원 입학과 관련된 의혹 해소, 조씨가 3년 간 장학금 1200만원을 받은 이유와 그의 학사학위가 취소될 경우 의전원 학적 처리 계획 공개 등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부산대 학생들은 오는 28일 촛불집회를 열기로 잠정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 대학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관련 논의가 잇따르고 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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