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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 탈북모자 추모 및 장례위원회’ 발족한다

입력 : 2019-08-20 16:32:03 수정 : 2019-08-23 11: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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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민 주축 시민사회단체 100명 안팎 구성…진상 규명·북한인권재단 출범·재발 방지 등 촉구키로

탈북민 어머니와 아들이 먹을 게 없어 굶어죽었다는 소식이 대한민국을 한없이 부끄럽게 하고 있다.

 

8월 12일 채널A의 “배고픔 피해 탈북 했는데…굶어죽은 새터민 모자”라는 단독 보도로 알려진 탈북민 모자 아사 사건으로 탈북민 사회는 물론 전 국민이 충격에 휩싸였다.

 

채널A 기자는 첫 보도에서 “40대 여성이 어린 아들과 숨진 채 발견됐다. 10년 전 입국한 탈북여성이고, 타살 흔적도 자살 흔적도 없다. 굶주림을 피해 자유를 찾아 왔는데 어떻게 이런 비극을 맞게 됐는지 추적했다”고 밝혔다.

 

이어 “서울 관악구 봉천동 한 임대아파트, 방바닥이 쓰레기봉투와 구더기들로 온통 어지럽혀져 있다. 7월 31일 이 방에서 42살 탈북여성 한성옥 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이미 사망한 지 두 달가량 지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하며, “자살 정황도 없고 타살 혐의점은 더욱 없고, 생각해볼 수 있는 게 그거, 즉 굶어죽는 아사밖에 없다”는 경찰 관계자의 발언까지 멘트로 땄다.

 

한마디로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해 목숨 걸로 탈북 해온 ‘복지 과잉국’ 21세기 자유 대한민국 수도 서울에서 먹을 게 없어 굶어죽었다는 이야기다. 더군다나 여섯 날 난 어린 아들도 함께 주검으로 발견됐으니 경악할 수밖에. 아들은 장애(뇌전증)을 앓고 있었다고 한다.

 

경찰은 수도검침원이 수도요금 미납으로 단수 조치했음에도 소식이 없자 한 씨가 사는 임대아파트를 방문했다가 악취가 나는 것을 확인해 관리인에게 알리면서 한씨 모자의 사망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했다.

 

허광일 북한민주화위원회 위원장 겸 진상규명대책위원장(오른쪽)이 방송국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발견 당시 집에 쌀과 소금 간장 물 등 기초식품은 물론 냉장고마저 텅 비어 있었고, 약간의 고춧가루만 남아 있었다. 통장잔고도 0원으로 5월 중순경에 잔액이던 3,858원마저 출금한 것이 확인됐다. 13평짜리 임대아파트 9만원의 월세도 오랫동안 미납한 상태였다.

 

42살 한창 나이에 아들과 함께 아사한 한성옥씨는 2009년 탈북해 중국과 태국을 거쳐 한국으로 왔다. 정착 초기 한 씨는 한국사회에 잘 적응했다. 하나원 수료 후 운전면허증과 요리자격증도 따며 9개원 만에 기초수급자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한 씨를 괴롭힌 건 탈북 과정에서 여성들이 통과의례처럼 겪는 인민매매와 강제 결혼, 원치 않는 임신과 출산, 그리고 가정폭력 노출이다.

 

중국에서 인신매매로 만난 남편 사이에 낳은 아들을 데려오려고 노력했으나 뜻대로 안 되자 남편을 한국으로 오게 했고, 한국에서 이번에 변을 당한 둘째 아들을 출산했다. 그런데 중국인 남편은 임신 중에도 손찌검을 해 둘째아들은 장애를 안고 태어났다.

 

한 씨의 남편은 경남 통영의 조선소에서 한동안 일했지만 경기 불황으로 일거리가 없어지자 중국으로 돌아가면서 한 씨와 둘째 아들도 동행했으나 지속적으로 폭력을 행사해 결국 이혼 한 후 둘째 아들만 데리고 다시 입국했다.

 

한 씨 지인에 따르면 한 씨는 한때 평화시장에서 장사를 하는 등 열심히 일을 했지만 아들 김모군이 병을 앓고 있어 마땅히 맡길 곳이 없어 일자리를 제대로 찾을 수가 없었다고 한다. 한 달 10만원인 양육수당이 수입의 전부였던 셈이다. 심지어 전화비도 내지 못해 통화조차 되지 않았다. 그래서 신변보호 담당관 및 지역관할 남북하나센터 상담사와 연결도 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경찰은 주검이 발견된 지 2주가 지나도록 은폐했고, 현재까지도 사망 원인 규명 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관할 관악구청은 한씨의 소득인정액이 0원이었음에도 업무가 많아 챙길 여유가 없었다고 무책임한 변명만 늘어놓고 있다.

 

허광일 북한민주화위원회 위원장 겸 진상규명대책위원장을 비롯한 탈북자들은 서울 교보문고 앞에 ‘아사탈북모자 추모분향소’를 마련하고 시민들의 조문을 받고 있다. 19일 현장을 방문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9월 4일이면 북한인권법이 통과된 지 3주년이 된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북한인권재단이 출범하지 못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북한인권재단 이사를 추천하지 않는 등 참여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며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불행인 이번 사건을 계기로 북한인권재단이 제대로 출범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 앞에 설치된 ‘아사탈북모자 추모분향소’에 시민들이 조문하고 있다.

이날 통일원 차관을 지낸 김석우 비상국민회의 집행위원장과 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 대표인 김태훈 변호사, 러시아 대사를 역임한 이재춘 북한인권정보센터 이사장이 분향소를 지키는 가운데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이외에도 이주영 심재철 현·전직 국회부의장, 이학재·김진태·정양석·이만희·김현아·정점식·정유섭 의원이 다녀가는 등 각계의 조문이 잇따르고 있다.

 

한편, 박관용 전 국회의장 제안으로 ‘아사 탈북모자 추모 및 장례위원회’를 발족키로 하고, 지난 17일 김문수 전 경기지사, 민계식 국민의소리 상임대표(전 현대중공업 회장), 최양부 전 청와대 수석, 태영호 남북함께시민연대 대표,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장(국민의소리 공동대표), 김흥광 NK지식인연대 대표, 정창화 대한민국수호국민연합 상임대표, 최인식 자유민주국민운동 상임대표,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 소장, 이희문·이일호·박용배 목사, 김자유 대한민국사랑회 회장, 정진경 변호사, 손용우 선진통일건국연합 대표, 권태오 전 민주평통 사무처장, 김주성 전 한국교원대학교 총장, 손효숙 프리덤칼리지장학회 대표, 이순임 전 MBC공정노조 위원장, 조정진 세계일보 논설위원 겸 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언론인모임 대표, 서경석 새로운한국을위한국민운동 대표, 김형수 징검다리 공동대표, 손광주 전 남북하나재단 이사장, 박선영 물망초 이사장, 박인환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 조형곤 비상국민회의 집행위원 등이 100인 안팎의 장례위원회를 구성키로 의견을 모았다.

 

장례위원회에는 이밖에도 이주영·심재철·김진태 국회의원, 이계성 대수천 대표, 양명률 310특명대 고문, 심용식 자유주의전북포럼 상임대표, 박일남 물망초학교 교사, 이동복 전 국회의원, 김규민 영화감독, 맹정주 전 강남구청장, 정성 재미교포, 장기만 한국노벨상위원회 이사장, 강정일 전 한국농촌경제연구원장, 정성희 참교육어머니전국모임 대표, 양흥준 고교연합 청조구국연대, 임정식 새마음포럼 홍보위원장, 이승구 전 경향신문 논설위원, 김영직 애국시민, 박상증 목사(전 5.18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전 참여연대 공동대표), 이계준 연세대 명예교수(전 연세대 교목), 주대환 플랫폼 자유와공화 공동대표, 이석복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 운영위원장, 염돈재 전 성균관대학교 국가전략대학원장, 강동완 동아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전 부산하나센터장), 류석춘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이재수 충북자유시민연합 대표, 이영세 전 사이버대학 총장,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 이보성 전 자유주의연대울산포럼 위원장, 박상원 고려대교우트루스포럼 대표, 윤수현 자유시민연대 이사, 김석규 코리아선진화연대 이사, 이인철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 김광찬 나라지킴이고교연합 사무총장, 김일두 나라지킴이고교연합 대표, 정진화 가오리마루 공동대표, 김재원 통일허브연합 대표 등이 이름을 올렸다.

 

이날 광화문 한 식당에서 열린 ‘아사 탈북모자 추모 및 장례위원회’ 발족 모임에는 위임 포함 60명이 참석해 조형곤 집행위원과 허광일 위원장을 실행위원으로 위촉하고, 실행위원이 10명 이내의 전문소위(TF)를 구성하는데 동의했다.

 

조정진 기자 jj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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