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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계, 한·일 갈등 영향 당장은 없지만 장기화 땐 예측불허

입력 : 2019-08-19 21:09:15 수정 : 2019-08-19 21: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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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최대 음악축제 ‘에이네이션’·‘섬머소닉’ / K팝 아이돌 보기 위한 팬들로 인산인해 / 대규모 현지 공연·투어 등 예정대로 진행 / 공연 일정·음반 출시에도 별 움직임 없어 / 국내 팬 반일 감정 확산 여부에 더욱 촉각
일본 최대 음악축제인 ‘에이네이션 2019(A-nation 2019)’와 ‘섬머소닉 2019(Summer Sonic 2019)’가 동시에 열린 지난 주말 도쿄와 오사카의 대형 공연장 주변은 K팝 아이돌을 보기 위한 일본 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17일 도쿄에서는 NCT127이, 오사카에서는 블랙핑크와 세븐틴, 더보이즈가 두 축제의 무대에 올라 팬들을 열광케 했다. 다음 날엔 동방신기(오사카)와 블랙핑크(이하 도쿄), 더보이즈, 볼빨간사춘기가 축제 메인급 무대를 꿰찼다.

 

한·일 갈등이 외교·경제를 넘어 미술·공연 등 문화계로까지 번지고 있는 상황이지만 일본 팬들의 K팝 사랑은 여전하다. 하지만 과거 한·일 관계 경색으로 인한 한류 침체의 직격탄을 맞은 국내 가요계는 동향을 예의주시하며 일본과 관련된 노출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앞서 2012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독도 방문과 과거사에 대한 일왕 사과 요구 등으로 양국 관계가 냉각되자 일본 방송에서 한류 콘텐츠가 사라지는 침체기를 겪었다. 또 2016년 7월 이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중국이 ‘한한령(限韓令)’을 본격화하며 국내 연예인 활동이 원천 봉쇄되는 타격도 입었다.

하지만 다행히 이번 한·일 간 외교 경색은 K팝 가수들의 활동에 큰 영향을 미치진 않았다. 대규모 현지 공연과 투어는 예정대로 진행됐고, 줄줄이 발표된 공연 일정과 음반 출시에도 별다른 움직임은 감지되지 않고 있다.

오는 21일부터 시작되는 걸그룹 아이즈원의 일본 4개 지역 콘서트는 거의 매진된 상태다. 트와이스도 오는 10월부터 일본 7개 도시에서 아레나 투어를 열고, 세븐틴도 10월과 11월 일본 전역에서 콘서트를 열 예정이다. 블랙핑크도 다음달 앨범을 내고 12월부터 돔투어를 진행한다.

 

지난 9일 일본 레코드협회로부터 ‘밀리언’ 인증을 받은 방탄소년단 일본 싱글 ‘Lights/Boy With Luv’ 표지. 방탄소년단은 일본에서 싱글로 밀리언 인증을 받은 최초의 한국 가수이자 해외 첫 남성 아티스트가 됐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특히 방탄소년단은 일본 싱글 ‘라이츠/보이 위드 러브(Lights/Boy With Luv)’가 100만장 이상 출하돼 지난 9일 일본 레코드협회로부터 ‘밀리언’ 인증을 받았다. 일본에서 싱글로 밀리언 인증을 받은 최초의 한국 가수이자 해외 첫 남성 아티스트가 된 것이다.

가요계 관계자들은 일본과는 오랜 기간 한류와 반한이 공존한 가운데 교류를 축적해 K팝의 뿌리가 견고한 데다 이를 소비하는 10∼20대는 정치 갈등과 문화 교류를 별개로 보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인기 아이돌 그룹이 소속된 한 기획사 이사는 “여러 정부를 거치며 축적된 한·일 갈등으로 인한 학습 효과가 있다”며 “방송 제재 등 영향이 있을 순 있겠지만, 일본은 음반과 공연에 무게를 둔 시장이어서 금세 타격을 우려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오랜 투자로 현지에서 K팝 뿌리가 그만큼 단단해졌다”고 말했다.

가요계는 한류에 대한 우려보다 국내 팬들 사이에서의 반일 감정 확산 여부에 더욱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가수 겸 프로듀서 윤종신은 지난달 일본 가수 다케우치 미유와 작업한 음원을 내려다 연기했다. 그는 지난 5일 “일본 아베 정부와 우익의 망언이 나오기 시작했고 사태는 급속도로 악화돼 월간 윤종신(월간 싱글 발매 프로젝트)은 많은 고민 끝에 이 노래의 출시를 결국 연기하고 훗날을 기약하게 됐다”고 밝혔다. 미유는 일본 인기 아이돌 그룹 ‘AKB 48’ 출신으로 ‘프로듀스 48’에 출연한 뒤 윤종신이 이끄는 기획사 미스틱스토리에서 데뷔를 준비해 왔다.

반면 일본인 솔로 가수 루안과 유키카, ‘AKB48’ 출신 쥬리가 속한 ‘로켓펀치’, 전 멤버가 일본인인 ‘허니팝콘’은 최근 앨범을 발매했다. 다만 이들은 한·일 갈등에 대한 질문에 ‘노코멘트’를 하거나 쇼케이스 등 최소한의 일정만 소화한 채 활동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CJ ENM에서 진행하는 국내 최대 규모 시상식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드(MAMA)’의 일본 개최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MAMA 측은 2017년부터 한류 콘텐츠 최대 소비국인 일본을 공동 개최지로 포함해 지난해까지 한국과 일본, 홍콩을 오가며 행사를 진행해왔다. 매년 8월쯤 개최 일정을 발표하지만 올해는 한·일 관계 악화에다 홍콩 시위까지 겹쳐 아직도 개최지를 선정하지 못한 상황이다.

일본 제품 불매 운동 등을 고려해 연예인들도 일본 방문과 관련한 노출을 자제하는 모습이다. 배우 이시언에 이어 그룹 SS501 출신 연기자 김규종이 일본인 여자 친구와 일본 등지에서의 데이트 사진을 올렸다가 뭇매를 맞은 바 있다.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의 최경희 조사연구팀 팀장은 “일본과는 업계별 민간 교류를 상당히 오랜 기간 해왔고, 시장에서 필요한 이해관계도 충분히 있다. 엔터테인먼트 산업 의존도도 상당해 외교 갈등에도 실제 시장 반응은 다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당장 예정된 행사에는 무리가 없을 테지만 갈등이 장기화한다면 상황을 더 지켜볼 일”이라고 덧붙였다.

 

권이선 기자 2s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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