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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선] 광주세계수영대회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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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8-08 21:04:20 수정 : 2019-08-08 21: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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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광주광역시는 해외에서 온 많은 손님으로 북적인다. 바로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마스터스대회가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관심 있는 이들이 세계수영선수권대회는 이미 끝난 것 아니냐고 반문할 것이다. 실제 세계적인 스타 선수들이 물살을 갈랐던 엘리트 대회는 지난달 28일로 막을 내렸고, 지금은 전 세계 동호인 선수들이 모여 그동안 갈고닦은 수영 실력을 뽐내는 장이 펼쳐지고 있다. 대회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마스터스대회 참가자만 해도 선수와 코치만 5672명이나 된다. 여기에 참가 선수를 응원하고자 온 가족 친지 등을 더하면 전 세계에서 7000명 가까운 사람이 광주로 모였다. 선수 개개인이 참가 등록비를 내고 선수촌도 호텔식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이를 통해 조직위가 올린 수익만 12억원에 달한다. 또한 이 대회에는 91세로 남자 경영과 다이빙 두 종목에 출전한 불가리아 테네프 탄초와 93세로 여자 경영에 나선 멕시코 아마노 토시코 등 나이를 떠나 아름다운 도전을 즐기는 이들도 있어 화제를 끌어모을 만하다.

하지만 안타까운 점은 이런 이야기들이 가득한 대회가 광주의 지역축제로 쪼그라들었다는 점이다. 조직위에서는 중앙 언론들이 크게 다뤄주지 않는다는 아쉬움을 토로하지만 언론의 입장에서 볼 때는 사람들의 관심이 작은 사안에 많은 기사를 할애하기는 쉽지 않다.

송용준 문화체육부 차장

사실 마스터스대회에 대한 대중적 관심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점은 앞서 열린 엘리트 대회를 통해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동·하계 올림픽, 축구 월드컵, 세계육상선수권대회와 더불어 세계 5대 스포츠 이벤트라고 하는 세계수영선수권대회지만 우리 국민의 관심을 끌어줄 국내 스타가 부재한 것이 흥행에 가장 큰 타격을 줬다. 박태환이 출전을 포기하면서 개최국 노메달의 우려가 컸지만 그나마 여자 다이빙 김수지의 동메달로 간신히 체면치레할 수 있었다. 조직위가 국민적 관심을 끌 수 있는 마지막 카드로 기대했던 북한의 참가가 불발된 것도 악재였다. 이러다 보니 국민의 관심이 떨어졌고 독점 중계권을 산 방송사마저 광고 수주가 안 돼 생중계를 포기해 대회가 한창인데도 열기가 달아오를 수 없었다. 취재 현장에서 만난 광주 택시기사마저 “광주 시민들조차 지난번 광주 유니버시아드대회 때보다 관심이 적은 것 같다”고 말할 정도였다. 그나마 대회를 알린 것은 중국 수영 스타 쑨양이었다. 금지약물 복용 의혹 속에 2관왕에 오른 쑨양과 일부 선수들이 시상대에 함께 서기를 거부하는 이른바 ‘쑨양 패싱’ 사건이 화제가 돼 흥행에 도움을 줬다.

어쨌건 대회는 무리 없이 치러졌고 마스터스대회도 잘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많은 관심을 끌지 못했기에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는 절반의 성공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 이는 단일 종목 국제대회 성공 개최가 얼마나 힘든 것인가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종합대회라면 어느 한두 종목에서 한국의 스타가 있게 마련이지만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처럼 이번 대회 역시 외국인 잔치였다. 결국 한국 체육의 저변이 마련되지 않았을 때 무턱대고 국제대회를 유치하면 흥행 성공이 쉽지 않다는 점을 다른 지방자치단체들도 잘 되새겨야 할 것이다.

 

송용준 문화체육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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