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부동산’ 기사 2209건 쏟아질 때 ‘기후변화’ 161건… 언론의 홀대 [뜨거운 지구, 차가운 관심]

, 뜨거운 지구, 차가운 관심

입력 : 2019-07-23 10:00:00 수정 : 2019-07-23 11:17:01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빅카인즈’ 통해 분석한 빅데이터 결과 / 앨 고어 ‘불편한 진실’ 로 이슈 도화선 / 2000년 후반부터 관심 식어 ‘반짝보도’ / 최저임금·미세먼지 등 현안에도 밀려 / “독자들에 와닿지 않는 주제로 인식돼” / 해외선 풀뿌리 운동 확산따라 자성론 / “국내 언론, 가십처럼 다뤄… 책임감 필요”

언론이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라면 언론 속 기후변화는 우리 사회의 무관심을 반영한다. 2009년 12월까지 꾸준히 늘던 기후변화 기사는 이후 특별한 사건이 벌어질 때만 반짝하고 등장하는 이벤트성이 짙어진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빅데이터 분석도구인 ‘빅카인즈’를 이용해 11개 종합일간지에서 기후변화(지구온난화 포함) 관련 기사를 검색한 결과다.

이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는 2007년 1월부터 기후변화 보도가 늘기 시작한다. 그 전까지 월별로 두 자릿수를 넘지 못하던 기사 건수는 2007년부터 세 자릿수를 기록한다.

2006년 5월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이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알리는 ‘불편한 진실’을 발표하면서 전세계적으로 불붙기 시작한 관심이 반영됐다. 당시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처음으로 연두 국정연설에서 기후온난화를 언급했고, 유럽연합(EU)도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공동 에너지 정책을 처음으로 내놨다. 이후 이명박 전 대통령이 저탄소 녹색성장을 국가비전으로 제시하고, 국제적으로 교토의정서를 대체할 새로운 환경협약에 관한 논의가 이어지면서 국내 관련기사는 계속 증가한다.

이지언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국장은 “기후변화는 200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대중적인 이슈가 됐다”며 “그 전까지 대기오염이라고 하면 국지적인 공해를 주로 다뤘는데 이 무렵부터 인류의 문제로 범위가 확장됐다”고 전했다. 많은 관심 속에 2009년 12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제15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15)가 열렸고, 국내 월 보도건수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500건을 넘긴다.

하지만 회의가 열기에 부응하지 못하고 사실상 실패로 끝나면서 이듬해부터 관심에서 멀어진다. 그 후에는 4대강 사업과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환경 이슈를 장악하면서 기후변화를 비추던 스포트라이트는 꺼졌다.

이런 분위기는 지금까지 이어져 파리협정 채택(2015년12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파리협정 탈퇴 선언(2017년6월), ‘1.5도 보고서’ 채택(지난해 10월) 등 특정시점에만 주목받는 대상이 된다. 전성기를 지나 이따금 조연으로 근황을 알리는 배우처럼 말이다.

최근 5년간(2014년7월∼지난달) 월평균 기후변화 기사는 161건이다. 이게 얼마나 미미한 양인지는 다른 키워드와 비교하면 알 수 있다.

지난해 9월 ‘미세먼지’는 208건 실렸다. 당시 월평균 초미세먼지(PM2.5) 농도는 10㎍/㎥로, 이례적으로 청정한 날들이 이어졌는데 그럼에도 200차례 넘게 보도됐다. 지난 3월 최장기 고농도 현상이 나타났을 때는 2549건으로 치솟았다.

‘부동산’은 354∼2209건(최근 5년), ‘최저임금’은 36∼1586건 등 정책변화를 가져온 주제는 월 1000건 이상 다뤄지는 게 대부분이다.

김영욱 이화여대 교수(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는 “미세먼지, 부동산, 최저임금 같은 주제는 독자들에게 바로 와닿는 주제이지만, 기후변화는 심리적 거리감이 큰 주제”라며 “(언론이나 기자 입장에서도) 기후변화에 집중할 여유는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2009년 12월을 전후로 관심도가 변하는 건 외국도 마찬가지다. 43개국 96개 매체의 기후변화 보도를 모니터링하는 미국의 ‘국제환경문화정치단체(ICE CaPs)’의 집계를 보면 어느 나라든 대체로 2009년 12월을 정점으로 하는 보도 패턴을 보인다.

그런데 최근 들어 변하기 시작했다.

영국은 지난해 가을부터 관련 기사가 급증해 지난 5월에는 2009년 코펜하겐 회의 때보다 더 많은 양이 쏟아졌다. 약 10년 만에 처음이다. 독일과 스웨덴, 뉴질랜드는 물론 ‘기후변화 부정론자’가 대통령인 미국조차 지난해 여름부터 기후변화 기사가 크게 늘었다. ICE CaPs는 월간 보고서에서 “지난달(6월) 전세계 기후변화 보도는 1년 전 같은 시기보다 2배 늘었다”며 “미국 민주당 대선주자들이 기후변화 대책을 내놓고 있고, 유럽연합(EU)의 2050 탄소중립(탄소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 논의가 지속되고 있는 점이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그리고 그 저변에는 영국 멸종저항운동 같은 풀뿌리 기후위기 운동과 언론 안팎으로부터 자성의 목소리가 있었다. 일례로 지난 4월 미 언론비평지 컬럼비아 저널리즘 리뷰(CJR)와 미 시사주간지 네이션 등은 “시민사회가 기후위기에 저항하기 위한 대대적인 시위를 벌이고 있음에도 언론 전반에는 여전히 ‘기후침묵’이 흐르고 있다”며 기후변화 보도를 강화하기 위한 전미 언론인 콘퍼런스를 열었다. 영국 일간 가디언도 참여했다.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은 “언론 보도에 따라 사회의제의 우선순위가 매겨지는데, 요 근래 국내 기사를 보면 기후변화를 가십처럼 다루는 경우가 많아 보인다”며 “언론이 좀 더 책임감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