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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유조선 억류에… 이란, 美 이어 유럽과도 갈등 고조

입력 : 2019-07-21 20:47:08 수정 : 2019-07-21 23: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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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수비대 “호르무즈해협서 국제해양법 위반” / 나포 당시 상황 담긴 동영상 공개 / 英 “심각한 결과 있을 것” 즉각 반발 / 영국내 이란 자산 동결 등 제재 검토 / 이란 선박 英 억류에 보복 분석도 / 핵합의 최종 파기 가능한 큰 악재 / 美 제재 압박에 이란 봉쇄 맞대응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에서 영국 국적 유조선을 19일(현지시간) 억류하면서 호르무즈해협 긴장이 격화하고 있다. 미국과 이란 간 갈등이 이란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를 가까스로 지탱하고 있던 유럽으로까지 확대되는 형국이다.

 

이란 군대인 혁명수비대는 이날 오후 7시30분쯤 걸프 해역 입구 호르무즈해협에서 영국 유조선 스테나임페로호를 억류했다고 발표했다. 혁명수비대는 “영국 유조선이 국제 해양법을 위반했다고 호르모즈간주(州)가 혁명수비대 해군으로 통보함에 따라 배를 이란 해안 게슘섬으로 유도해 정박시켰다”고 밝혔다.

 

이란 국영 IRNA통신은 스테나임페로호가 선박위치를 송신하는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끈 채 걸프 해역으로 진입하고 호르무즈해협의 입구가 아닌 출구로 거꾸로 항해했으며 어선과 충돌한 뒤 아무 조처를 하지 않고 뺑소니를 치려 했다고 보도했다.

 

이란 정부는 당초 스테나임페로호와 함께 메스다르호도 나포했지만 곧 풀어줬다는 사실도 밝혔다. 메스다르호는 라이베리아 국적이다.

선박 정보업체 마린트래픽스에 따르면 스테나임페로호는 이날 정오쯤 아랍에미리트(UAE) 동부 푸자이라항을 떠나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해 21일 걸프 해역 안쪽에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알주바일항에 도착할 예정이었지만 예정된 항로가 아닌 이란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배에는 인도와 러시아, 라트비아, 필리핀 등 4개 국적 선원 23명이 타고 있었다.

 

이란 군은 이어 20일 나포 당시 모습이 담긴 동영상을 공개했다. 동영상에서 군은 소형 무장 쾌속정 여러 대와 헬리콥터를 동원해 스테나임페로호와 추격전을 벌였다. 군은 복면을 쓴 채 헬리콥터에서 배의 갑판으로 강하해 배를 장악했다.

 

영국 정부는 즉각 반발했다. 자국 선박들이 호르무즈해협을 당분간 운항하지 말 것을 권고하는 한편 “상황이 해결되지 않으면 심각한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이란에 경고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영국이 이란에 대한 자산동결 등 경제제재를 고려하고 있으며 21일 관련 내용을 발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또 이란핵합의 체결에 따라 2016년 해제됐던 대이란제재를 복원하는 방안도 추진할 수 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18일(현지시간) 호르무즈해협에서 이란의 무인항공기(드론)를 격추한 것으로 알려진 미 해군 강습상륙함 복서(Boxer)함. 미 해군 제공

다른 서방 국가들도 이란이 지역 정세를 위협하는 중대한 도발로 규정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이란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것은 고통, 오직 고통”이라고 비난했다. 프랑스와 독일의 외무장관들도 성명을 내고 억류 선박 석방을 촉구했다.

 

이란의 이번 유조선 나포는 지난 4일 자국 선적 그레이스 1호가 영국에 의해 억류된 데 따른 보복조치로 풀이된다. 앞서 스페인 남단 영국령 지브롤터 당국은 유럽연합(EU)의 대시리아제재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그레이스 1호를 억류했고,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해적질”이라며 강하게 비난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영국과 이란이 스테나임페로호와 그레이스 1호 석방을 맞교환하는 방식으로 사태를 수습할 가능성을 제기하나, 최근 중동정세를 고려할 때 이란핵합의 파기까지 갈 수 있는 초대형 악재라는 시각이 많다.

지난해 5월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핵합의에서 공식 탈퇴한 데 이어, 그해 11월 이란의 원유 수출에 대한 제재를 복원하자, 이란은 세계 최대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할 수 있다고 경고해왔다. 이번 나포는 그 일환으로 봉쇄능력을 과시한 위력시위라는 해석이다.

 

이란의 도발에 미국이 ‘호르무즈 호위 연합체’ 구성 시도로 맞서면서 호르무즈해협을 둘러싼 긴장이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이래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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