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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떠난 소헌왕후… 팩트로 본 한·일 문제… VR로 살아난 심바

입력 : 2019-07-19 03:20:00 수정 : 2019-07-18 21: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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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전미선의 유작 ‘나랏말싸미’ / 백성을 사랑하는 국모 / 소헌왕후 완벽 구현 / 한글창제 뒷얘기 / 재발견의 즐거움
일본계 美 감독이 찍은 다큐멘터리 ‘주전장’ / 위안부 등 양국 간의 역사 갈등 조명 / 韓·美·日 논객 27명 인터뷰… 묵직한 질문 던져 / 디즈니 실사영화 ‘라이온 킹’ / LA 창고에서 재현된 / 아프리카 사바나 초원 / 진짜보다 더 진짜같은 / 밀림의 동물들 탄성

올여름 성수기 극장가를 둘러싼 전쟁 아닌 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디즈니 영화 ‘알라딘’이 흥행 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또 다른 디즈니 실사 영화 ‘라이온 킹’이 포문을 열었다. 개봉 첫날인 지난 17일 30만여명을 동원해 일일 박스 오피스 1위 자리를 꿰찼다. 오는 24일과 25일 연이어 개봉하는 ‘나랏말싸미’와 ‘주전장’도 기대작으로 꼽힌다. 이들 영화 세 편을 연출한 감독들의 이야기를 직간접적으로 들어 봤다.

◆“한 대장부와 두 졸장부에 대한 이야기”

‘라이온 킹’에 맞서는 한국영화 ‘나랏말싸미’는 세종대왕이 신미 스님과 손잡고 팔만대장경을 토대로 훈민정음을 만들었다는 창제설을 영화화했다. 고 전미선 배우의 유작인 이 영화는 조철현(60) 감독의 데뷔작이다. 지난 30년간 영화계에서 영화 기획자와 제작자,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한 조 감독은 ‘팔만대장경과 훈민정음을 영화화하겠다’는 꿈을 15년간 품어 온 끝에 실현했다.

조철현 감독

그는 지난 15일 기자 간담회에서 “시간 순서나 인물 해석이 바뀌었지만 사실을 기반으로 시나리오를 쓰려 노력했다”며 “억불 정책의 조선 시대, 세종이 비밀리에 작업할 수밖에 없는 상황 속에서 외부와의 갈등이 아닌 세종과 신미의 갈등 구조에 방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영화의 진정한 주인공은 세종대왕도 신미 스님도 아닌 전미선이 열연한 소헌왕후로 읽힌다.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은 두 사람 사이에서 소헌왕후가 가교 역할을 한다. 조 감독은 “홍익인간 정신을 일상 속에서 늘 구현해 온 여성들이야말로 대장부가 아닌가”라며 “영화 얼개는 한 명의 대장부(소헌왕후)와 두 명의 졸장부”라고 말했다.

◆“한·일 양국 생산적 토론 할 수 있길”

일본의 무역보복 조치로 한일 갈등이 고조된 지금, ‘주전장’은 역사 문제에 대한 일본과의 갈등, 나아가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이면을 제삼자의 시선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다큐멘터리 영화다. 일본계 미국인 미키 데자키(36) 감독은 한국과 미국, 일본의 보수 논객과 법학자, 정치인 등 27명을 약 3년간 인터뷰했다.

미키 데자키 감독

한국을 찾은 데자키 감독은 지난 15일 기자 간담회에서 “일본계 미국인이란 점 때문에 다양한 사람을 인터뷰할 수 있었다”며 “한국인과 일본인들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몰랐던 정보를 알게 된다면 서로에 대한 증오를 막고 생산적인 토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제작 이유를 밝혔다. 아베 정권의 역사 수정주의 중심에는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가세 히데아키(加瀨英明)란 인물이 있다. 극우 단체 일본회의의 대표 위원인 그는 스스로 ‘위안부 문제의 권위자’라 칭하지만 데자키 감독과의 인터뷰에서 이내 논리적 빈약성을 드러낸다.

영화는 이처럼 팩트 체크의 중요성을 환기한다. 데자키 감독은 “‘죄송합니다. 새롭게 시작해 갑시다’란 말이 필요하다”는 퇴역 일본 군인을 통해 일본인들에게 ‘미국이 시작한 전쟁을 위해 싸우고 싶냐’는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존 패브로 감독

◆“‘라이온 킹’은 우리가 만든 게임”

‘라이온 킹’은 ‘덤보’나 ‘알라딘’과는 결이 다른 실사 영화다. 첨단 기술로 빚어낸 가상현실(VR)이기 때문. ‘동물의 왕국’을 연상케 하는, 한 편의 다큐멘터리 영화와 같은 완성도를 자랑한다. 디즈니가 지난 91년간 쌓아 온 노하우에 VR 기술과 CGI(computer-generated imagery) 기술을 결합한 결과다.

‘아이언맨’ 비서 해피 호건으로 국내에 잘 알려진 배우 겸 감독 존 패브로(53)가 메가폰을 잡았다. 전작 ‘정글북’이 성공을 거둔 2016년 말에 감독으로 낙점됐다. 그는 최근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라이온 킹’은) 우리가 만든 VR 영화 제작 게임”이라며 “실재적인 것을 찍고 있다는 착각이 중요했다”고 제작 과정을 설명했다. 영화 속 배경인 아프리카 사바나 초원은 미국 로스앤젤레스(LA)의 한 창고에서 재현됐다. VR 헤드셋을 쓴 케일럽 데이셔널 촬영감독이 시간대별 빛이 닿는 곳을 조절하기 위해 VR 속 태양을 손으로 잡고 위치를 바꾸는 식이다. 가장 중요한 건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애니메이션 감독 앤디 존스는 “야생동물들이 실제 행동하는 방식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강조했다. 아프리카 사전 답사 자료와 BBC 다큐멘터리 등이 밑바탕이 됐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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