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마련된 정두언 전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전신) 의원의 빈소에는 온종일 비통함이 흘렀다. 빈소를 찾은 여야 정치인들은 모두 ‘믿기지 않는다’며 갑작스럽게 세상을 등진 고인을 애도했다.
이날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지하 2층에 마련된 정 전 의원의 빈소에는 오전부터 여야 정치인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조문이 시작된 오전 9시쯤 빈소를 찾은 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은 “어제 굉장히 충격적인 소식을 듣고 황망한 마음으로 왔다”며 “마지막까지 고인이 혼자 감당했을 괴로움이나 절망을 제가 다 헤아릴 순 없지만, 너무나 가슴이 아프다”고 안타까운 심정을 전했다.
한때 사이가 멀어졌던 것으로 알려진 이명박 전 대통령도 조문 메시지를 통해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이날 오전 10시쯤 빈소를 찾은 자유한국당 이재오 상임고문은 “이 전 대통령이 (변호인인) 강훈 변호사를 통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정 전 의원이 영어의 몸이 되지 않았으면 한번 만나려고 했는데 참으로 안타깝다’는 말을 전했다”고 기자들에게 설명했다. 이어 이 상임고문은 “이 전 대통령이 평소 (정 전 의원을) 만나겠다는 이야기를 감옥에 가기 전에도 수시로 했다”며 “저를 비롯해 정 의원과 가까운 사람들은 우리와 함께 일했던 점, 서로 힘을 모아 대선을 치렀던 그런 (좋았던) 점만 기억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정 전 의원과는 정치적 견해가 달랐던 정치인들도 빈소를 찾아 한목소리로 고인을 추모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의원은 “부딪칠 때는 부딪치는 흐름을 깨지 않고, 마무리할 때는 늘 서로의 생각을 항상 배려해주는 분이었다”며 “꼭 정치가 아니더라도 삶을 이야기할 수 있는 분이었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민주평화당 유성엽 원내대표도 “당과 여야를 떠나서 열린 마음으로 의정활동도 하고 세상을 넓게 본 분”이라며 “하늘나라에서 편안하게 잘 쉬시길 바란다”고 애도의 뜻을 표했다.
이날 빈소에는 이주영 국회부의장, 바른미래당 박주선·정병국·이혜훈·하태경 의원, 자유한국당 김성태·장제원 의원,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 남경필 전 경기지사, 정청래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배우 김승우 등이 방문해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한편 이날 경찰은 정 전 의원에 대한 부검 없이 사건을 종결했다고 밝혔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폐쇄회로(CC)TV 확인과 현장 감식 등을 종합해 본 결과 타살 혐의점이 발견되지 않았고, 유족의 뜻을 존중해 부검은 실시하지 않기로 했다”고 전했다.
앞서 경찰은 지난 16일 오후 4시22분쯤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북한산 자락길에서 정 전 의원이 숨진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같은 날 정 전 의원이 유서를 남긴 채 자택을 떠났다는 가족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1시간여 수색 끝에 정 전 의원을 발견했다. 정 전 의원이 남긴 유서에는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취지의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강진 기자 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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