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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피노’로 속여 버려진 장애아의 호소…“아빠는 절 또 버릴 거예요”

입력 : 2019-07-16 15:53:52 수정 : 2019-07-16 15:5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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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게티이미지뱅크

장애가 있는 아들을 ‘코피노’(필리핀 혼혈아)로 속여 필리핀에 유기한 뒤 연락을 끊은 비정한 부모가 붙잡혔다.

 

부산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윤경원 부장검사)는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아동 유기·방임)로 A씨를 구속기소하고, 아내 B씨를 불구속기소 했다고 16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2014년 11월쯤 정신장애가 있는 친아들 C(당시10살)군을 필리핀으로 데려가 현지 한인 선교사에게 맡겼다. 앞서 A씨는 인터넷을 통해 아이를 맡길 선교사를 검색했다.

 

A씨는 C군을 필리핀 여성 사이에서 낳은 혼혈아인 ‘코피노’라고 속인 뒤 “엄마가 없어 제대로 키우기 힘들다”며 양육비 3900만원을 주고 떠났다.

 

A씨는 선교사가 자신을 찾지 못하도록 출국 전 미리 아이 이름을 바꿨고, 아이가 귀국하지 못하게 여권까지 빼앗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A씨는 C군을 필리핀에 유기한 뒤 한국으로 귀국해 전화번호도 변경한 것으로 전해졌다.

 

C군이 언어도 잘 통하지 않는 필리핀에서 방치된 사이, A씨 가족은 해외여행을 다니며 C군을 찾지 않았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오랫동안 C군 부모와 연락할 방법을 찾지 못한 선교사는 청와대 국민신문고에 ‘필리핀에 버려진 한국 아이’라는 제목으로 사연을 올렸다.

 

주필리핀 한국대사관이 한국에 수사를 의뢰하면서 경찰은 외교부 등과 함께 C군을 4년 만에 한국으로 데려왔고 수소문 끝에 A씨 소재를 찾았다.

 

검찰은 “필리핀 마닐라지역 보육원 등에서 4년간 방치된 C군은 정신장애가 더욱 악화됐고 왼쪽 눈은 실명되는 등 상태가 심각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A씨가 C군을 두 차례 국내에 유기했다가 실패하자 결국 해외에 유기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A씨는 이에 앞서 2011년 경남 한 어린이집과 2012년 충북 한 사찰에 양육비 수백만원을 주고 C군을 맡긴 뒤 각각 1년가량 방치하다가 어린이집과 사찰 측 항의를 받고서야 C군을 집으로 데려온 사실도 수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경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아동 방임 외에 유기 혐의를 덧붙이고 A씨와 함께 아내 B씨도 기소했다.

 

A씨 부부는 검찰 조사에서 “아이가 불교를 좋아해서 템플스테이를 보냈고, 영어에 능통하도록 필리핀에 유학을 보낸 것”이라며 “아이를 버리지 않았고 그동안 바쁘고 아파서 못 데리러 갔다”고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학대 피해 아동 쉼터를 거쳐 7월 현재 정신병원에 입원 중인 C군은 “집에 가면 아빠가 또 다른 나라에 버릴 것”이라며 “아빠한테 제발 보내지 말라”고 가정 복귀를 완강하게 거부하는 상태다.

 

검찰은 아동보호기관과 협력해 피해 아동에게 의료와 심리치료를 지원할 방침이다.

 

김용준 온라인 뉴스 기자 james109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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