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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빼앗고 번호도 바꿔’…필리핀에 장애아들 버린 부부

입력 : 2019-07-16 17:00:00 수정 : 2019-07-16 15:2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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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장애가 있는 어린 아들을 필리핀에 유기하고 연락을 끊은 혐의를 받는 부부가 4년 만에 붙잡혀 법의 심판을 받게 됐다.

 

아이는 필리핀에 홀로 버려진 사이 정신장애가 악화하고 한쪽 눈까지 실명했다. 우여곡절 끝에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또다시 버려질까 봐 가정으로 돌아가기를 거부하고 있다.

 

부산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윤경원 부장검사)는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아동 유기·방임)로 한의사 A 씨를 구속 기소하고, 아내 B 씨를 불구속 기소 했다고 16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2014년 11월쯤 정신장애가 있는 친아들 C(당시 10살) 군을 필리핀으로 데려가 현지 한인 선교사에게 맡겼다. A씨는 C군을 자신과 필리핀 여성 사이에서 낳은 혼혈아인 ‘코피노’라고 속인 뒤 “먹고 살기 어려워 키우기 힘들다”며 양육비 3900만원을 주고 떠났다.

 

A씨는 선교사가 자신을 찾지 못하도록 출국 전 미리 아이 이름을 바꿨다. 아이가 귀국하지 못하게 여권까지 빼앗은 A씨는 국내에 들어오자 전화번호를 바꿨다.

 

C군 부모와 연락할 방법을 찾지 못한 선교사는 결국 청와대 국민신문고에 ‘필리핀에 버려진 한국 아이’라는 제목으로 사연을 올렸다.

 

이를 본 주필리핀 한국대사관이 수사를 의뢰하면서 경찰은 외교부 등과 함께 C군을 4년 만에 한국으로 데려왔고 수소문 끝에 A씨 소재를 찾았다.

 

하지만, 필리핀 마닐라지역 보육원 등에서 4년간 방치된 C군은 정신장애가 더욱 악화했고 왼쪽 눈은 실명되는 등 상태가 심각했다.

 

A씨는 이에 앞서 2011년 경남 한 어린이집과 2012년 충북 한 사찰에 양육비 수백만원을 주고 C군을 맡긴 뒤 각각 1년 정도 방치하다가 어린이집과 사찰 측 항의를 받고서야 C군을 집으로 데려온 사실도 수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검찰은 A씨가 C군을 두 차례 국내 유기했다가 실패하자 결국 해외에 유기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취학 연령이 된 C군이 학교에 입학하지 못했지만 해당 교육청도 C군 행방을 찾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아동 방임 외에 유기 혐의를 덧붙이고 A씨와 함께 아내 B씨도 같은 혐의로 기소했다.

 

A씨 부부는 검찰 조사에서 “아이를 버리지 않았으며, 그동안 바쁘고 아파서 데리러 가지 못했다”고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대 피해 아동 쉼터를 거쳐 현재 정신병원에 입원 중인 C군은 “집에 가면 아빠가 또 다른 나라에 버릴 것”이라며 “아빠한테 제발 보내지 말라”고 가정 복귀를 완강하게 거부하는 상태다.

 

부산=전상후 기자 sanghu6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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