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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이겨낸 사람들… 제2의 인생 도와요” [이슈 속으로]

입력 : 2019-07-06 18:00:00 수정 : 2019-07-06 17:5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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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만 암생존자의 우군 ‘통합지지센터’ / 완치의 기쁨 잠깐… “재발될라” 불안 / 동정·편견시선에 사회 복귀도 막혀 / 가족도 고통… 상당수 생활고에 허덕 / 국립암센터 등 전국 12곳 시범운영 / 심리 상담 등 통해 아픔 공감·격려 / “암생존자 구직 등 정부 지원책 절실”

암이란 질병은 종류와 경중을 막론하고 의술의 고도화로 치료율이 상당히 높아졌다고 해도 여전히 사람들에겐 공포의 대상이다. 실제로 ‘고약한 암’에 걸려 지난한 싸움을 벌여야 하는 환자와 그 가족들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다행히 수술 등 치료가 성공적으로 끝나고 병마를 물리쳤다고 해도 환희의 순간은 잠깐이다. 암이란 게 워낙 끈질기다 보니 언제 어떤 부위에서 재발할 줄 모르기 때문이다. 암 진단을 받은 후 치료를 마친 이른바 ‘암생존자’ 상당수가 불안감을 달고 사는 이유이다. ‘암환자’를 기피하거나 지나치게 동정하는 사회적 시선도 거북스럽고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는 데 걸림돌이 된다. 암생존자들로선 당연히 외롭고 힘들 수밖에 없다. 곁에도 지켜보는 가족들도 지치기 십상이다.

지난 3일 경기도 고양에 위치한 국립암센터 중앙암생존자통합지지센터에서 정소연 센터장, 박미애 전문간호사, 이소라 사회복지사, 송은진 진료의(왼쪽부터)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한윤종 기자

이런 사람들에게 든든한 우군이 돼주는 곳이 있다. 2017년 7월부터 국립암센터에서 운영한 경기도 고양의 ‘중앙암생존자통합지지센터’(이하 중앙암생존자센터)를 포함한 전국 12곳의 암생존자센터다.

국내 암생존자 통합지지 사업모델 개발 등을 주도한 중앙암생존자센터의 경우 2017년 하반기에만 암생존자 232명이 방문했다. 지난해에도 181명, 올 상반기에는 112명이 다녀갔다. 여기서는 의사와 간호사, 사회복지사, 임상심리사, 영양사 등 분야별 전문인력이 힘을 합쳐 개별 심리상담과 불면증 인지행동 치료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곳을 찾는 암생존자의 약 70%는 유방암 환자이며 자궁경부암이나 난소암, 대장암, 폐암, 위암 환자 등의 발길도 이어진다.

지난 3일 중앙암생존자센터에서 만난 정소연 센터장은 “초기 치료 이후에도 여러 가지로 불안해하시는 암생존자가 많다”며 “항상 ‘걱정 마시고 행복하게 지내세요’라고 격려한다”고 밝혔다. 정 센터장은 “암생존자 삶의 질을 높이는 게 앞으로 우리 센터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했다.

지난해 유방암 암생존자들이 운동교육을 받고 있는 모습.국립암센터 제공

◆암 이기고도 불안해하는 그들…사회적 지원 방안 절실

중앙암생존자센터 측에 따르면, 암생존자들은 대개 재발이나 전이, 2차암 발생에 대한 걱정으로 가득하다. 자기처럼 가족이 아프지 않을까 걱정하는 이들도 많다고 한다. 수술 부위나 주변 통증, 지인 중에 암과 관련해서 좋지 않은 소식을 들었을 때의 압박감, 추적 검사를 며칠 앞두고 잠시 잊은 듯했던 지난날의 고통 재발 등을 호소한다. 이들이 암을 이겨내고도 이러한 불안감에 시달리는 데는 ‘앞으로 남은 생을 어떻게 해야 잘살 수 있을까’하는 걱정 영향이 크다.

 

박미애 전문간호사는 “거듭된 걱정으로 불안을 초래하는 건 암생존자들에게 부정적인 영향만 주기 때문에 ‘다른 암생존자들도 비슷한 경험과 생각으로 하루를 살아간다’고 다독이면서 생각과 행동이 긍정적으로 바뀌도록 이끌고 있다”며 암생존자의 심리에 대한 ‘공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암생존자들은 불면, 피로, 관절통, 식욕부진, 무기력함 등 신체적으로 힘들 뿐만 아니라 사회경제적인 측면에서도 극심한 어려움을 겪기 일쑤다. 치료를 끝내고 발병 전 생활로 돌아가고 싶어도 직장 등 사회가 예전처럼 맞아주지 않기 때문이다.

 

대한암협회가 지난달 공개한 ‘암생존자의 사회 복귀 지원을 위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일터 내 차별이 있다”며 “충분한 실력이 있는데도 단지 암생존자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중요업무에 참여할 기회나 자기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잃는다”고 답한 응답자들이 있었다. 비슷한 어려움에 시달리는 암생존자가 무수히 많을 것으로 짐작된다. 2016년 기준 암생존자가 전체 인구 약 4% 수준인 174만명이고, 이후에도 꾸준히 증가해 이제는 2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암생존자인 20대 여성 A씨도 암 치료를 끝내고 사회 복귀를 하는 과정에서 맘 고생이 심했다. 사회복귀 의지가 강했지만 장애등급도 없고 경력이 단절되지도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정부의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다행히 청년 암생존자를 위한 사회복귀 교육비와 생계비 지원 사업을 벌인 한 복지재단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해당 지원사업이 한시적으로 진행된 거라 사업 기간 종료 후 경제적 어려움이 닥쳤다.

암생존자들을 불편하게 하는 사회적 시선도 문제다. 국립암센터가 2017년 일반인 1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암생존자에 대한 인식조사’에서는 암생존자에 대한 편견이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들은 “가족 중 암생존자가 있는 사람과의 결혼을 피하고 싶다”거나 “암생존자의 직업능력은 아프지 않은 정상인보다 낮다”고 답했다. 일부는 ‘암생존자’라는 말 자체를 들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

이소라 사회복지사는 “사회 제도 면에서 암생존자 지원책이 부족한 게 현실”이라며 “저소득층이나 노인들을 위한 구직 관련 지원제도는 있어도 암생존자에 대해서는 그런 제도가 마련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고통 겪는 암생존자 가족들의 어려움도 덜어줘야

암생존자 가족들도 고충이 많다. 특히 심리적인 고통이 크다. 암으로 고생했던 소중한 가족이 다시 아프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나 오랜 간병 등에 지쳐 생기는 우울감 등에서 자유로운 사람이 별로 없다. 암생존자는 초기 치료를 끝내고도 식단 관리 등 지속적으로 세심하게 신경써야 할 부분이 많은데 대부분 가족들이 함께 감당해야 한다. 생존자 가족들 입장에선 아무리 힘들어도 내색하기가 쉽지 않아 심리적 부담과 스트레스가 상당할 수밖에 없다.

형편이 여의치 않은 가정은 치료와 간병 등에 들어가는 경제적 압박도 심하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지역사회에서 여러 사정으로 고통을 겪는 암생존자와 가족들에게 보다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적절한 지원방안을 구축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암생존자와 해당 가정의 사회경제적 어려움을 국가가 인식하고, 암생존자의 안전한 사회복귀를 돕는 등 지원제도 마련에 힘써야 한다는 것이다.

박 간호사는 “시기나 특성별로 암생존자의 신체·정신적 어려움을 덜어주도록 대형병원뿐만 아니라 보건소 같은 지역 내 공공기관 등에서도 암생존자 특성에 따른 맞춤형 서비스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암생존자 통합지지서비스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다면 국립암센터 암생존자통합지지센터(☎ 031-920-2617)로 연락하면 된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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