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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의 아이콘이라는 스티브 잡스. 이런 말을 했다. “혁신은 어떤 사람을, 어떻게 이끌고, 또 그런 사람을 얼마나 곁에 두느냐의 문제다.” 현실을 바꾸려는 창의성을 가진 집단. 그것이 혁신의 핵심이라는 뜻이다. 잡스만 그런 생각을 했을까.

반도체·스마트폰·5G(5세대 이동통신) 세계 경쟁을 벌이는 삼성. 덜하지 않다. 26년 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독일에서 주요 간부 200여명을 앉혀 놓고 말했다.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라. 뼈를 깎는 아픔으로 변하지 않으면 안 된다.” 보호무역주의 파고는 그때도 높았다. 슈퍼 301조를 앞세운 미국. ‘아메리카 퍼스트’를 외치는 지금과 빼닮았다. 그 파고를 헤쳐나가야 했던 삼성은 위기론과 혁신으로 무장했다. ‘신경영’은 그로부터 시작한다. 그 덕분일까. 당시 30조원에도 미치지 못한 삼성의 매출은 지난해 879조원으로 커졌다.

위기의식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14일 5시간에 걸친 IT·모바일(IM) 부문 사장단 회의에서 말했다. “지금은 어느 기업도 10년 뒤를 장담할 수 없다. 수성 차원을 넘어 새롭게 창업한다는 각오로 도전해야 한다.” 날로 확산되는 미·중 무역분쟁, 바닥을 알기 힘든 반도체 가격 하락, 치열한 기업들의 기술 경쟁…. 미래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삼성만 그럴까. 위기론은 모든 기업으로 번지고 있다. ‘탈(脫)한국’ 러시.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해외로 떠나고 있다. 올해 1분기 해외로 빠져나간 직접투자자금 141억달러. 사상 최대 규모다. 국내로 들어온 투자자금은 고작 32억달러. 무슨 뜻을 담은 현상일까. 오아시스를 찾아 떠나는 사막의 유목민처럼 기업들도 살아남기 위해 한국 땅을 떠나는 것이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때문일까. 그런 것도 아니다. 미국으로만 가는 것도 아니니. 기업의 원군(援軍) 하나 찾기 힘든 ‘척박한 한국’. 기업을 벼랑으로 내모는 반시장 정책만 판친다. 경쟁력 강화? 그런 말은 사라진 고대의 언어처럼 변했다. 위기론이 전염병처럼 번지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삼성이라고 얼마나 다를까.

강호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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