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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과 셰익스피어에 대한 찬양, 뮤지컬 썸싱로튼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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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6-17 03:00:00 수정 : 2019-06-16 09: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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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대박’이라는 격찬을 받으며 첫선 보인 뮤지컬 ‘썸싱로튼’의 국내 초연 무대가 시작됐다. 셰익스피어가 활동했던 16세기 영국 런던을 배경으로 ‘인류 최초의 뮤지컬’이 탄생하는 가상의 사건을 다룬 코미디다. 공연 내내 코러스라인, 캣츠, 라이온킹 등 수많은 뮤지컬을 패러디한 장면과 대사가 등장하는 ‘뮤지컬’이라는 공연 예술 장르에 대한 찬양이다. 월트 디즈니 애니메이션 작가로 활동한 캐리 커크패트릭과 에릭 클랩턴의 ‘체인지 더 월드’ 등에 참여한 작곡가이자 기타리스트·키보드 연주자인 웨인 커크패트릭 형제가 어린 시절부터 상상했던 ‘셰익스피어의 그늘에서 연극 작품을 만들어내는 극작가들’에 대한 이야기를 당대 브로드웨이 최고 제작진과 함께 뮤지컬로 만들었다.

 

셰익스피어를 능가하는 희극을 만들기 위해 애쓰는 두 형제 닉 바텀과 나이젤 바텀이 주인공. 연출가인 형 닉은 셰익스피어의 아이디어를 훔치기 위해 예언자를 찾아간다. 대예언가 노스트라다무스의 조카인 예언자는 ‘햄릿’을 ‘오믈렛’으로 잘못 내다보는 식의 뒤죽박죽 예언으로 두 형제의 신작을 엉뚱한 방향으로 인도한다. 

 

극 중 배경인 16세기는 중세 문화의 황금시대였지만 오늘날 기준으로 보면 어처구니없는 억압과 규제로 가득 차 있다. 두 형제는 인간의 욕망을 다루다 자칫 음란·선정을 빌미로 종교재판에 회부돼 화형당할 것을 걱정해야 한다. 고리대금업에 종사한다는 이유로 유대인은 연극 제작을 후원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 셰익스피어가 유대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고착화한 베니스의 상인에서 피도 눈물도 없는 수전노로 묘사됐던 샤일록은 썸싱로튼에선 연극에 대한 애정을 지닌 예술 후원자로 등장한다.

 

이 시대 여성의 지위도 극 중 주요 이슈다. 여성은 연극 출연이 금지돼 여성배역은 여장한 남자배우 몫이다. 극 중 가장 현명하고 유능한 형의 아내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마땅한 일자리를 찾지 못한다. 결국 임산부인데도 남장을 하고 씩씩하게 일거리를 찾고 변호사로 변장해 남편을 참수형에서 구한다. 너무 엄격한 청교도 목사의 딸은 순종을 강요하는 부친의 뜻을 꺾고 나이젤과 사랑을 이루기 위해 신세계 미국행을 택한다. 

 

이처럼 새로운 변화와 낡은 질서가 혼돈 상태였던 르네상스 시대에 형제는 좌충우돌 끝에 최초의 뮤지컬 ‘오믈렛’을 만들고 신세계 미국에서 뮤지컬이란 장르를 활짝 꽃피우게 된다. 

 

극 중 가장 매력적인 인물은 당대 최고 인기인으로서 ‘파워 윌’을 외치며 무대를 휘어잡는 윌리엄 셰익스피어다. 글램룩 풍의 화려한 의상과 함께 르네상스 최고 록스타로 군림한다. 하지만 전작을 뛰어넘는 신작을 계속 만들어야 한다는 초조함을 감추지 못하는 인물로 묘사된다. 실상 썸싱로튼 감상의 숨은 묘미는 극 중 철철 넘치는 셰익스피어 희극 대사 패러디 즐기기다. 헛소동, 리처드2세, 로미오와 줄리엣, 말괄량이 길들이기, 베니스의 상인 등에 나오는 명대사가 닉과 나이젤의 대화 등에 재치있게 인용된다. 이를 통해 형제가 셰익스피어의 신작을 훔치려 시도했지만 실상 형제의 아이디어를 훔치거나 영감받은 건 셰익스피어라는 대담한 발상을 펴나간다. 

 

번역이 까다로울 수밖에 없는데 제작사측은 영화 ‘데드풀’,‘보헤미안 랩소디’ 등의 깔끔한 번역으로 영화계에서 인정받은 번역가 황석희를 선택했다. 셰익스피어 특유의 표현과 언어 유희로 쉽지 않은 번역을 성공적으로 해냈다. 황석희는 자신의 블로그(drugsub.net)에 썸싱로튼 감상을 위한 글을 올렸는데 미리 읽고 관람하면 작품 이해를 크게 높일 수 있다.

 

결국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 뮤지컬이지만 반드시 상세한 지식으로 머리를 채우고 볼 필요는 없다. 흥겨운 음악과 정통 뮤지컬의 꽃인 탭댄스로 채워지는 무대는 사전 지식없이 봐도 흥겹고 재치있는 대사와 연기는 객석에서 웃음이 터지게 한다. 주·조연뿐만 아니라 앙상블과 1인 밴드 모두 세계 뮤지컬의 중심인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온 선수들답게 절정의 기량을 보여준다. 30일까지 서울 충무아트센터.

 

박성준 기자 alex@segye.com

사진=엠트리뮤직·에스앤코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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