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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전에 역전 ‘투혼의 태극전사’… 기적 일궜다

입력 : 2019-06-09 22:08:12 수정 : 2019-06-09 23:3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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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골에 승부차기… 반전 연출 / ‘막내형’ 이강인 승리 일등공신 / 고비마다 킬 패스·파워슈팅 일품 / 18세로 스페인 발렌시아 1군행 / 몸값만 벌써 100억원 달해 주목 / 정정용 감독 매경기 현란한 전술 / 선수들 동선까지 세심하게 조율 / “우승 약속 지킬 수 있도록 노력” / 12일 에콰도르와 결승行 격돌

9일 새벽 폴란드 비엘스코비아와 경기장에서 열린 세네갈과의 2019 폴란드 20세 이하(U-20) 월드컵 8강전. 경기는 수많은 우여곡절의 연속인, 앞을 예측하기 힘든 드라마였다.

 

그중 극적이란 단어가 가장 어울리는 장면은 한국이 1-2로 뒤지던 후반 추가시간 8분 무렵에 나왔다. 경기 종료 휘슬이 불리기 직전 이강인(18·발렌시아)이 찬 코너킥을 이지솔(20·대전)이 헤딩슛으로 골망을 흔들며 승부를 연장으로 몰고간 것이다.

20세 이하(U-20) 한국축구대표팀이 9일 폴란드 비엘스코비아와 경기장에서 열린 2019 FIFA U-20 월드컵 세네갈과의 8강전에서 승부차기 접전 끝에 4강 진출을 확정한 뒤 환호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연장전에서도 치열한 일진일퇴가 벌어졌다. 후반까지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가장 탄탄하다고 평가받은 세네갈의 포백 수비를 상대로 이미 두 골을 뽑은 상태. 이런 대표팀의 진군을 이끈 대표팀 막내 이강인의 재능이 더욱 빛나는 순간이 있었다. 연장 전반 6분 그의 발을 떠난 패스가 세네갈 장신 수비수 세 명 사이를 뚫고 조영욱(20·서울)의 발 앞까지 이어진 것이다. 조영욱은 이를 받아 논스톱 슈팅을 날렸고 이어 속시원한 골이 터졌다. 긴 다리와 유연한 몸을 갖춘 세네갈 수비수들을 한순간 허수아비로 만들어버린 플레이에 경기를 지켜보는 모든 이들이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렇게 조영욱의 역전골로 앞서나간 한국은 연장 후반 마지막 1분을 버티지 못하고 세네갈에 동점골을 허용해 결국 승부차기를 치러야 했다. 한국은 승부차기에서 첫 두 명의 키커가 잇따라 실축하며 패색이 짙어졌다. 하지만 골키퍼 이광연(20·강원)의 선방과 상대의 실축에 힘입어 마지막에 웃을 수 있었다. 특히 이날 경기에서는 무려 5차례나 결정적인 비디오판독(VAR)으로 양 팀의 희비가 엇갈렸다. 특히 승부차기 2-2 상황에서 한국의 마지막 키커 오세훈(20·아산)의 슛을 막아낸 세네갈 골키퍼의 파울을 잡아낸 대목은 결정적이었다. 오세훈은 다시 찰 기회를 얻어 기어이 골을 넣었고 이후 세네갈 마지막 키커의 실축이 나오면서 손에 땀을 쥐게 만들었던 승부의 드라마는 한국의 해피엔딩으로 결말을 맺었다.

◆드라마의 주연 명연기 펼친 이강인

 

태극전사들은 불타는 투지로 승리를 잡아냈다. 경기 뒤 많은 이들은 이강인을 이 경기의 수훈갑으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그는 이 경기에서 세 번째 골 도움 외에도 앞선 두 골에서 페널티킥골과 도움을 올리는 등 이날 한국의 모든 득점에 관여해 끝내 ‘비엘스코비아와의 기적’을 연출해내는 데 성공했다.

 

사실 이강인의 이 대회 활약은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다. 그는 이미 세계 최고 리그인 스페인 라 리가에서 명문 발렌시아의 1군 유니폼을 입고 당당히 데뷔에 성공한 선수이기 때문이다. 경쟁팀의 최고 유망주들보다도 2~3세 빠른 18세에 만들어낸 쾌거로 이강인이 현지에서 얼마나 기대를 받는 선수인지 잘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적 관련 전문사이트 트랜스퍼마켓이 평가한 이강인의 몸값은 벌써 750만유로(약 100억원)에 달한다. 이번 U-20 월드컵 4강 경쟁팀인 우크라이나, 에콰도르 등은 물론 프랑스, 포르투갈,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등 축구강국의 에이스들과 비교해도 3~4배 이상 높은 액수다.

 

다만 시즌 중반 발렌시아와 정식 1군 계약을 맺은 뒤로는 그라운드에서 그의 활약을 보기 쉽지 않았다. 발렌시아가 리그 막판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티켓 경쟁을 본격화하고 유로파리그, 스페인 국왕컵 등의 우승 도전에도 나서면서 데뷔 초년생에게 출장기회가 제대로 부여되지 않은 탓이다. 소속팀의 벤치에만 앉아 펼쳐내지 못했던 재능을 이강인은 이번 대회에서 마음껏 입증하는 중이다. 이미 조별리그부터 같은 나이대 선수들보다 한 차원 높은 수준의 경기력을 보여주며 한국이 ‘죽음의 조’에서 탈출하는 데 결정적 기여를 한 그의 실력은 12일 예정된 에콰도르와의 4강전에서도 또 한 번 발휘될 가능성이 크다. 조별예선 대활약에 이어 16강, 8강전을 거치면서 경기력이 점점 더 살아나고 있기 때문이다.

기쁨의 하이파이브 정정용 20세 이하(U-20) 한국축구대표팀 감독과 이강인이 9일 4강 진출 확정을 기뻐하며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비엘스코비아와=연합뉴스

◆정정용 감독이 만든 완성도 높은 반전 드라마

 

정정용 감독의 존재도 이강인의 4강전 활약을 기대케 하는 이유다. 무명의 실업팀 선수 출신으로, 지도자로서도 대부분 연령별 대표팀을 맡아온 정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 매 경기 현란한 전술적 변화로 어려운 상대들을 돌파해내는 중이다. 이번 경기에서도 두 번째 실점 이후 곧 바로 조영욱과 엄원상(20·광주)을 투입하고, 스리백을 포백으로 바꿔 분위기를 전환한 것이 마지막 대반전을 가능케 했다. 공격적 전술로 전환하는 과정에서도 선수들의 동선을 세심하게 조율해 이강인이 자유롭게 공격 재능을 펼칠 수 있도록 했다. 정 감독의 이런 전술이 극대화되면서 토너먼트를 헤쳐나갈수록 이강인과 동료들의 콤비플레이도 눈에 띄게 늘어나는 중이다.

 

정 감독 스스로도 점점 나아지는 이강인과 선수들의 호흡에 이제는 자신감을 피력하고 있다. 대회 전까지만 해도 목표에 대해 말을 아끼던 그는 8강전 승리 뒤 “우리 팀은 하나다. 선수부터 스태프까지 모두 하나”라며 “이제 선수들이 말했던 우승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끝까지 도전하겠다”고 대회 제패의 꿈을 공공연하게 내비치기 시작했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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