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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과세 종량세로…50년 묵은 주세법 '단계적' 개편

입력 : 2019-05-27 06:00:00 수정 : 2019-05-26 23: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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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는 현행대로 종가세 유지 / 주세 개편 내달 중 확정안 발표
정부가 맥주만 종량세 전환으로 주류세 개편안을 발표할 전망인 가운데 26일 서울 시내 한 편의점에서 손님이 맥주를 고르고 있다.
이제원 기자

주세 개편안을 추진 중인 정부가 맥주만 종량세로 전환하는 방안을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격 인상이 우려되는 소주는 현행대로 종가세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26일 여권 복수 관계자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최근 당정 협의에서 맥주만 종량세로 전환하는 주세 개편안을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맥주만 먼저 종량세로 전환하는 것으로 당정에서 이야기가 됐다”며 “소주·맥주 등을 한꺼번에 전환하려면 복잡하니, 되는 것부터 먼저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소주업체에서 종량세 전환과 관련해 반대가 심하고 맥주업계는 종량세 전환 요구가 높은 상황에서 우선 맥주만 전환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이다.

 

현행 주세는 가격에 세금을 매기는 방식인 종가제로 돼 있다. 그러다 보니 수입 맥주가 국산 맥주보다 세금을 적게 내는 상황이 빚어졌다. 수입 맥주는 수입 신고가에 세금을 붙이므로 제조원가를 기준으로 하는 국산 맥주에 비해 유리하다. 홍보·마케팅 비용은 수입 신고가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알코올 도수나 주류 양에 세금을 매기는 종량세 전환을 추진해 왔다.

당정은 지난달 말이나 이달 초 맥주만 종량세로 전환하는 안을 발표하려 했다. 하지만 지난 1일 하이트진로가 소주 가격을 올리고 다른 업계에서 추가로 주류 가격 인상을 추진하면서 주세 개편안 발표를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주세 개편으로 술값이 올랐다는 오해를 피하기 위해서다. 최근 롯데주류도 다음달 1일부터 주류 가격을 올리겠다고 밝히면서 내달 중에는 정부가 맥주만을 종량세로 전환하는 안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 관계자는 “주세 개편안 발표는 아직 검토 중이고 확정된 것은 없다”면서도 “맥주만 우선 전환하는 것도 하나의 안인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국산 맥주 세금 역차별 해소… 기울어진 운동장 바로잡기

 

50년 묵은 주세법은 결국 맥주만 종량세로 전환하는 ‘단계적 추진’으로 개편될 전망이다. 소주 가격은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국산 맥주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절충안이라는 평이다.

 

그동안 국내 맥주업계는 수입 맥주에 비해 불리한 과세 구조로 역차별을 겪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알코올 도수를 기준으로 하는 종량세가 적용되어야 수입 맥주와 경쟁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종량세가 도입되면 국산 맥주 가격은 소폭 인하되고 수입 맥주 가격만 상승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6일 주류 업계 등에 따르면 정부가 주세를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전환을 추진한 이유는 국산 맥주와 수입 맥주의 역차별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가격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는 종가세에서는 국산 맥주와 수입 맥주의 가격 차이가 생긴다. 수입 신고가를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는 수입산 맥주에 비해 원가에 유통비, 판매관리비, 마케팅비 등까지 포함시키는 국산 맥주의 세금이 높을 수밖에 없다.

 

특히 수입가 자체를 낮게 신고하면 과세표준이 낮아져 국산 맥주보다 저렴해진다. 특히 미국과 유럽에서 수입되는 맥주는 무관세 대상이라 국산과 차이는 더욱 벌어진다.

 

국산 맥주 출고량은 매년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국산 맥주의 출고량은 2013년 206만2054㎘에서 2017년에는 182만3899㎘로 하락했다. 4년 만에 출고량이 10% 이상 떨어진 셈이다. 반대로 수입 맥주는 같은 기간 9만4543㎘에서 32만6978㎘로 2.5배 증가했다.

 

이에 정부는 주세법을 대폭 개정하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주세법 개정은 업계 이해관계에 얽혀 번번이 발표가 미뤄져 왔다.

 

소주 업계는 종량세 전환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모든 주류에 종량세가 적용되면 도수가 높은 소주값 인상이 불가피하다. 대표적 서민술로 불리는 소주값이 오르면 정부에 부담이 크다. 정부가 “술값 인상 없는 주세법 개정” 원칙을 고수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러다 보니 주세법 개정안은 여러 차례 번복과 연기가 이어졌다. 기재부는 지난해 7월 종량세 개편안 발표 직전 “주세법 개정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이후 발표일을 차일피일 미뤄왔다. 결국 지난 7일에는 “구체적인 일정을 말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논란 끝에 정부는 맥주만 종량세를 적용하는 안을 다음 달 중 최종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달 중 나오는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주세 개편 연구용역 결과를 토대로 공청회를 가진 뒤 최종안을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한 관계자는 “맥주에만 종량세를 도입하는 것은 시장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는 것”이라며 “소주는 여러 가지 국민정서 등이 있어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 기본 방향”이라고 말했다.

 

세종=박영준·안용성 기자 yj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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