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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이뤘다" 세계를 홀린 '봉테일'…한국영화 100년 '최고의 선물' [뉴스+]

입력 : 2019-05-27 06:00:00 수정 : 2019-05-26 22: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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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 신작 ‘기생충’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 한국영화론 사상 첫 수상 영예 / 심사위원단 만장일치로 결정 / 文 대통령 “자랑스럽다” 축하
“꿈 이뤘다” 봉준호 감독이 지난 25일(현지시간) 프랑스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열린 제72회 칸국제영화제 폐막식에서 신작 ‘기생충’으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은 뒤 청중을 향해 주먹 쥔 손을 들어 올리며 수상의 기쁨을 표현하고 있다. 한국영화가 이 상을 받기는 처음이다. 칸=AFP연합뉴스

봉준호(50) 감독이 올해 100주년을 맞은 한국영화의 역사를 새로 썼다.

봉 감독은 지난 25일(현지시간) 프랑스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열린 제72회 칸국제영화제 폐막식에서 신작 ‘기생충’으로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거머쥐었다. 한국영화가 이 상을 받은 것은 처음이다. 한국영화 100년 역사상 최고의 영예이기도 하다.

제72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은 봉준호 감독의 신작 ‘기생충’의 포스터. CJ엔터테인먼트 제공

봉 감독은 시상식에서 “언제나 프랑스 영화를 보며 영감을 받고 있다”고 운을 뗀 뒤 “어린 시절부터 큰 영감을 준 (프랑스 영화감독) 앙리 조르주 클루조, 클로드 샤브롤 두 분께 감사하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이어 “‘기생충’이라는 영화는 엄청 큰 영화적 모험이었는데, 항상 독특하고 새로운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면서 “그 작업을 가능하게 해준 건 나와 함께한 수많은 아티스트들이었다”고 털어놓으며 배우 송강호를 연단으로 초대했다.

 

무대에 오른 송강호는 “인내심과 슬기로움과 열정을 가르쳐 주신, 존경하는 대한민국 모든 배우 분들께 이 영광을 바친다”고 화답했다. 봉 감독은 또 “열두 살에 영화감독이 되기로 마음먹었던 소심하고 어리숙한 영화광이었다. 이 트로피를 이렇게 손에 만지게 될 날이 올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면서 고마움을 표했다.

봉준호 감독과 배우 송강호가 영화 ''기생충''으로 25일(현지시간) 프랑스 칸에서 열린 제72회 칸 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은 뒤 상패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번 수상으로 봉 감독은 명실상부한 세계적인 영화 거장으로 자리 잡았다. 동시에 한국영화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며 그 위상을 드높였다.

심사위원장을 포함해 9명의 감독과 배우로 꾸려진 심사위원단은 만장일치로 경쟁부문 진출작 21편 중 ‘기생충’을 황금종려상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구체적인 선정 이유를 밝히진 않았다. 다만 심사위원장을 맡은 멕시코 출신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 감독은 시상식 뒤 기자회견에서 “우리 모두 ‘기생충’을 보고 매료됐다. 그래서 만장일치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1946년 시작된 칸영화제는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영화제다. 이탈리아의 베니스국제영화제, 독일의 베를린국제영화제와 함께 세계 3대 영화제로 꼽힌다. 2000년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이 한국영화로는 처음으로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뒤 19년 만에 최고상이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 페이스북 캡처

문재인 대통령은 26일 봉 감독의 수상 소식에 대한 감사와 격려의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문 대통령은 “‘기생충’이 지난 1년 제작된 세계의 모든 영화 중에서 가장 뛰어난 작품으로 인정받았다. 매우 영예로운 일”이라고 수상을 축하했다. 이어 “‘기생충’에 쏟은 많은 분들의 열정이 우리 영화에 대한 큰 자부심을 만들어냈다”며 “무엇보다 열두 살 시절부터 꾸어온 꿈을 차곡차곡 쌓아 세계적인 감독으로 우뚝 선 ‘봉준호’라는 이름이 자랑스럽다”고 덧붙였다.

 

“송강호는 나의 동반자” 봉준호 감독(오른쪽)이 지난 25일(현지시간) 프랑스 칸에서 열린 제72회 칸국제영화제 폐막식 뒤 기념촬영 도중 무릎을 꿇은 채 배우 송강호에게 황금종려상 상패를 건네주고 있다. 봉 감독은 이날 수상 소감에서 “송강호는 가장 위대한 배우이자 나의 동반자”라고 경의를 표했다. 칸=AFP연합뉴스

◆날카로운 비판의식·정교한 연출…‘봉테일’ 세계를 홀리다

 

“한국 최초의 황금종려상인데, 마침 올해가 한국영화 100주년이 되는 해여서 칸영화제가 한국영화에 의미가 큰 선물을 준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제72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신작 ‘기생충’으로 최고상을 품에 안은 봉준호(50) 감독은 지난 25일(현지시간) 시상식 뒤 기자회견에서 못다 한 수상 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그의 말대로 세계 영화계 최고의 영예인 이 상은 한국영화의 또 다른 100년을 위한 도약대가 될 것이다.

 

봉준호 감독이 영화 ''기생충''으로 25일(현지시간) 프랑스 칸에서 열린 제72회 칸 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은 뒤 상패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봉 감독은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두 주먹을 쥐고 연신 양팔을 들어 올리며 기쁨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시종일관 겸손한 모습이었다. 그는 “‘기생충’은 위대한 배우들이 없었다면 나올 수 없었던 영화”라며 “이 자리에 함께해준 가장 위대한 배우이자 나의 동반자인 우리 송강호의 멘트를 꼭 듣고 싶다”면서 배우 송강호에게 마이크를 돌려 눈길을 끌었다.

 

◆“색다른 경험 선사”…대중성·작품성 겸비한 감독

 

봉준호 감독이 25일(현지시간) 프랑스 칸에서 열린 제72회 칸 영화제 폐막식에서 영화 ''기생충''으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뒤 인사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심사위원장을 맡은 멕시코 출신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기생충’은 정말 색다른 경험이었다”며 “예상치 못한 방법으로 우리를 여러 장르로 이끄는, 한국영화이지만 (빈부 격차 문제를 다룬) 세계적인 영화”라면서 심사위원단 만장일치 결정의 이유를 설명했다.

 

봉준호 감독은 날카로운 비판의식과 디테일에 강한 연출로 대중성과 작품성을 겸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1969년 대구에서 태어난 봉 감독은 어릴 때부터 ‘영화광’이었다. 그는 수상 소감을 통해 “열두 살에 영화감독이 되기로 마음먹었던 소심하고 어리숙한 영화광이었다”고 돌아봤다.

 

연세대 사회학과를 나온 그는 2000년 첫 장편영화 ‘플란다스의 개’로 홍콩영화제 국제영화비평가상과 뮌헨영화제 신인감독상을 받으며 주목을 끌었다. 그 뒤 ‘살인의 추억’(2003)과 ‘괴물’(2006), ‘마더’(2009) 등 다양한 소재와 장르의 영화를 선보이며 작품 세계를 구축해 왔다. ‘괴물’은 1091만여명을 동원해 흥행에 성공했다. 치밀한 각본과 디테일이 강한 연출로 ‘봉테일’이란 별명을 얻었다.

 

영화 '설국열차'. 연합뉴스

2013년 ‘설국열차’로 할리우드에 진출하며 세계적인 명성을 떨쳤다. 2017년에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 넷플릭스와 손잡고 ‘옥자’를 만들어 극장이란 전통적인 영화 배급 방식을 탈피했다.

 

봉 감독은 칸영화제에 5번째 진출한 끝에 마침내 최고상을 차지했다. 2006년 ‘괴물’로 감독 주간에 초청돼 처음 인연을 맺었다. 2017년에는 공장형 사육 시스템과 동물 착취 문제를 다룬 ‘옥자’로 경쟁 부문에 초청받았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25일(현지시간) 프랑스 칸에서 열린 올해 제72회 칸 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아 한국영화 역사상 최초로 황금종려상의 영예를 안았다. ''기생충'' 개봉 나흘을 앞둔 26일 오전 서울시내 한 영화관에서 이 영화를 홍보하는 영상이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그는 스스로를 “장르 영화감독”이라고 칭한다. 그의 작품은 한 장르로 구분되지 않는다. ‘기생충’도 블랙코미디, 스릴러 등 여러 장르가 결합된 작품이다.

 

◆수상 일찌감치 예고… 최고점, 8분간 기립 박수

 

봉 감독의 수상 가능성은 이미 어느 정도 점쳐졌다. 그가 2년 만에 선보인 새 영화 ‘기생충’은 올해 칸영화제에서 최고 화제작 중 하나였다. 공식 상영회에 앞서 지난 20일 영화제 소식지인 ‘스크린 데일리’는 가장 높은 평점을 매겼다. 다음 날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상영된 뒤에는 관객 2300여명이 8분간 기립 박수를 보내 눈길을 끌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올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의 영예가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에 돌아갔다고 보도했다. 텔레그래프는 봉 감독이 지난 2017년에도 넷플릭스 영화 ''옥자''를 통해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바 있다고 전했다. 텔레그래프 홈페이지 캡처

미국 CNN방송은 “봉 감독의 황금종려상 수상은 비평가들 사이에서는 환영할 만한 선택이었다”며 “그들(비평가들) 중 다수는 ‘기생충’이 페드로 알모도바르, 쿠엔틴 태런티노, 켄 로치 등 거장들의 작품에 맞설 수 있도록 열심히 로비를 했다”고 보도했다.

 

이 영화에 별점 5개 만점에 4개를 준 영국 일간 가디언도 “부드럽게 전개되는, 호화롭게 볼 수 있는 풍자적인 서스펜스 드라마”라는 영화 평론가 피터 브래드쇼의 감상평을 함께 소개했다. AFP통신은 “봉 감독은 박찬욱 감독과 함께 한국영화 황금 세대”라면서 “그는 한국에서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며 예술가들에 대한 정치적 탄압에 반대하다가 박근혜정부 시절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올랐다”고 보도했다.

 

◆'기생충'은 어떤 영화?

 

영화 '기생충', CJ엔터테인먼트 제공

한국영화 100년 역사상 최고 영예를 안긴 봉준호 감독의 신작 ‘기생충’은 한국적이면서도 세계적인 영화다. 빈부 격차, 양극화란 시대상을 봉 감독 특유의 유머와 휴머니즘적 시각으로 담아냈다.

 

오는 30일 국내 개봉하는 이 영화는 반지하에 사는 기택(송강호)네 장남 기우(최우식)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박 사장(이선균)네 집에 발을 들이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그린 ‘가족 희비극’이다.

 

21일(현지시간) 프랑스 칸에서 열린 제72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작 ''기생충''(PARASITE)의 공식 상영 전 레드카펫 행사에서 봉준호(오른쪽) 감독과 출연배우들이 나란히 서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봉 감독의 7번째 장편영화이자 봉 감독이 배우 송강호와 함께한 4번째 작품이다. 봉 감독은 송강호와 ‘살인의 추억’과 ‘괴물’, ‘설국열차’에서 호흡을 맞췄다.

 

‘기생충’은 칸영화제에서 처음 선보인 뒤 192개국에 팔려 나가는 기염을 토했다. 2016년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가 세운 기록(176개국)을 깨고 역대 최다 판매 한국영화가 됐다.

 

이번 칸영화제에서는 여성 감독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경쟁부문 진출작 21편 중 4편이 여성 감독의 작품이었고, 이 중 3편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프랑스 출신 흑인 여성 감독인 마티 디오프는 ‘애틀랜틱스’로 심사위원대상을 받았다. 흑인 여성 감독이 이 상을 받은 건 처음이다. 각본상은 프랑스 여성 감독 셀린 시아마의 ‘포트레이트 오브 어 레이디 온 파이어’에 돌아갔다. 오스트리아 여성 감독 예시카 하우스너의 ‘리틀 조’에 출연한 에밀리 비첨은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심사위원상은 아프리카 말리 출신 프랑스 이민자인 라즈 리 감독의 ‘레 미제라블’과 브라질의 클레버 멘돈사 필류 감독의 ‘바쿠라우’가 공동 수상했다. 감독상은 ‘영 아흐메드’의 벨기에 장 피에르·뤼크 다르덴 형제 감독이, 남우주연상은 ‘페인 앤드 글로리’의 안토니오 반데라스가 받았다.

 

◆칸국제영화제는

 

1946년 출범한 칸국제영화제는 해마다 5월 프랑스 남부의 휴양도시 칸에서 열린다. 맑은 하늘과 따사로운 햇볕, 푸른 바다 등 매력적인 주변 환경이 영화제와 어울린다.

 

칸영화제에선 최고상을 그랑프리(대상)라고 불렀으나, 1955년부터 그 이름을 2등 격인 심사위원대상에 넘겨주고 새로이 ‘황금종려상’이란 이름으로 시상한다. 종려나무는 칸에서 흔히 보이는 나무로, 칸영화제 로고인 종려나무 잎사귀는 프랑스 시인이자 영화감독인 장 콕토가 디자인했다.

 

칸영화제는 프랑스 영화의 자존심을 내세워 주로 작품성이 강한 유럽 영화를 상영했다. 해외에서도 작가주의 성향이 강한 감독들만 초대했으나 1990년대 이후 상업영화에도 문호를 개방했고, 요즘에는 할리우드 톱스타들을 자주 초대한다.

 

박진영·김달중·유태영 기자 jy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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