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재단 유시민 이사장이 22일 모친상을 당해 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리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10주기 추도식에 참석할 수 없게 됐다.
올해는 노 전 대통령이 2009년 5월23일 검찰 수사를 받다가 극단적 선택을 해 국민 모두에게 큰 슬픔을 안긴 지 꼭 10년이 된 만큼 과거 어느 추도식보다 성황리에 열릴 전망이었으나, 주요 인사들이 이런저런 사정으로 자리를 함께하지 못해 아쉬움을 남기게 됐다.
◆'모친상' 유시민, '드루킹 재판' 김경수 등 추모식 못 가
노무현재단 관계자는 이날 “유 이사장이 모친상 빈소를 지켜야 해서 추도식에 참석하기 어렵다”며 “추도식에서 예정했던 이사장 인사말 등은 다른 분이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유 이사장은 자신의 팬클럽 회원들한테 보낸 글에서 “제 어머니가 여든 아홉해를 살고 세상을 떠나셨다”며 “병상에 계셨던 지난 2년 반 동안 자신의 삶에 대한 만족감과 자부심을 여러차례 표현하셨다. 다시는 목소리를 듣고 손을 잡을 수 없게 된 것은 아쉽지만, 저는 어머니의 죽음이 애통하지 않다”고 전했다.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로 불린 김경수 경남지사도 10주기 추도식에 참석하지 못한다. 23일 서울고법에서 열리는 ‘드루킹’ 댓글 조작사건 항소심 공판에 피고인으로서 출석해야 하기 때문이다.
올 초 이 사건으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가 최근 보석으로 풀려난 김 지사는 노 전 대통령과의 인간적 관계 때문에라도 추모식에 꼭 참석할 것이 기정사실로 여겨졌었다. 실제로 그는 2010년 1주기 추도식을 시작으로 이제껏 열린 9차례 추도식에 단 한 번도 빠진 적이 없어 아쉬움은 더욱 크다.
노 전 대통령의 ‘정치적 후계자’인 문재인 대통령 또한 10주기 추도식에 봉하마을을 찾지 않는다.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2017년 5월23일 열린 8주기 추모식에서 “현직 대통령으로서 이 자리에 참석하는 것은 오늘이 마지막일 것”이라며 “반드시 성공한 대통령이 돼 임무를 다한 다음 다시 찾아뵙겠다”고 말했다.
문재인정부 임기가 끝나는 시점은 3년쯤 뒤인 2022년 5월10일이다. 따라서 문 대통령은 퇴임 이후인 2022년 5월23일 열릴 13주기 추모식에 비로소 함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제1야당 대표 불참할 듯… 부시 前대통령에 '시선집중'
원내 2당이자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도 노 전 대통령 10주기 추모식에 참석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현재 한국당이 진행 중인 ‘민생투쟁 대장정’의 일환으로 23일 강원지역을 방문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황 대표는 취임 직후인 지난 3월5일 봉하마을을 찾아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적이 있다. 당시 방명록에 “노 전 대통령의 통합과 나라 사랑의 정신을 깊이 기억하겠다”고 적은 황 대표는 노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와도 만나 30분가량 대화했다.
이들과 달리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노 전 대통령 10주기 추도식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끈다. 노 전 대통령과 1946년생 개띠 동갑인 부시 전 대통령은 재임 중 노 전 대통령과 총 8차례 한·미 정상회담을 한 인연이 있다.
대통령 퇴직 후 전업화가로 변신한 그는 본인이 직접 그린 노 전 대통령 초상화를 유족에게 전달한다.
노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낸 문희상 국회의장, 2002∼2003년 대통령 당선인 시절의 대변인이었던 이낙연 국무총리, 노무현정부에서 ‘실세’ 총리를 지낸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도 10주기 추도식장을 지킬 예정이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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