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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여친은 한국인이에요” “우와”… JSA 직통전화 ‘격의 없는 소통’ [뉴스 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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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5-21 06:00:00 수정 : 2019-05-21 11:4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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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사·북한군, 작년 7월 복원된 판문점 전화로 매일 접촉 / WSJ ‘핑크빛 통화’ 집중 조명 / 미사일 발사 등 긴장국면에도 / 꾸준히 연락 나눠 신뢰감 쌓아 / 야구경기 등 사적 대화 나누고 / 수차례 직접 만나 어울리기도 / “최전선 긴장 낮춰진 신호” 평가

“내 여자친구는 한국인이에요.”(미군 장교) “우와.”(북한 군인)

 

유엔사 소속 미군 장교인 대니얼 맥셰인 중위가 자신의 여자친구에 대해 언급하자 옅은 핑크빛이 감도는 판문점 내 직통전화 너머로 북한 군인이 탄성을 내질렀다. 앞서 이 북한군은 자신에게 아내와 두 아이들이 있다고 소개한 참이었다.

 

지난 2월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아무런 합의 없이 끝난 뒤 북한이 최근 단거리 발사체와 미사일을 발사하며 긴장이 고조되고 있지만, 유엔사와 북한군 간 직통전화는 계속 가동됐다.

1년 가까이 북측과 통화를 했던 맥셰인 중위는 “8명의 북측 카운터파트와 충분히 친밀해졌다”며 “야구와 미 메이저리그 팀인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에 대한 얘기를 나누기도 했다”고 밝혔다.

19일(현지시간)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군 장교의 핑크빛 전화가 북한과 긴장을 낮추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판문점 내 직통전화를 통한 유엔사와 북한군 간 ‘소통과 신뢰 쌓기’를 집중 조명했다. WSJ에 따르면 북측은 주로 메시지가 없다고 말하지만, 꾸준한 소통을 통해 이제는 일상적인 얘기까지 나눌 관계가 됐다는 것이 유엔사 측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전화 처리를 돕는 키스 조던 기술상사는 언어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언어 장벽에 대해 걱정했지만, (통화를 하다 보면)‘와우, 네 영어 실력이 나보다 낫다’고 생각할 때가 있다”고 고백했다.

유엔사와 북한군이 지난해 7월 판문점에서 직통전화 가동 여부를 점검하고 있다. 직통전화는 유엔사 일직장교 사무실과 북측 통일각에 각각 설치돼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유엔사와 북한군 관계자들은 방문을 통해 몇 차례 대면하기도 했다. 맥셰인 중위는 미군 관계자가 북한군 대령에게 애플 영상통화 서비스 ‘페이스타임’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보여주자 매우 놀라워했다고 전했다. 또 북측 사람들은 유엔사 매점에서 가져온 스낵 도리토스와 초코파이에 큰 관심을 보이는가 하면, 자신들의 휴일 만찬 계획을 얘기하고 담배와 위스키에 대한 선호도 공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군과 유엔사를 연결하는 직통전화는 지난해 7월 남북, 북·미 간 긴장 완화와 맞물려 복원됐다. 북한이 2013년 정전협정 무효화를 선언하면서 유엔사와의 직통전화를 일방적으로 단절한 지 5년 만이다.

유엔사와 북한군은 판문점 남측 유엔사 일직 장교 사무실과 북측 통일각에 각각 놓여 있는 핑크빛 수화기를 통해 이후 약 1년 가까이 매일 오전 9시30분, 오후 3시30분 하루 두 차례 정례적인 전화통화를 이어왔다. 6·25전쟁 전사자 유해 송환과 비무장지대(DMZ) 지뢰 제거 작업 등 총 164차례의 메시지를 이 직통전화로 교환했다.

WSJ는 유엔사와 북한 간 직통전화에 대해 과거 전쟁을 벌였던 양측 사이에서 몇 안 되는 정기적 소통 라인 가운데 하나라면서 최전선의 긴장이 낮춰지고 있다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또 지난해 남북 간 9·19군사합의 이후 판문점 내에서의 긴장도 한층 완화됐지만, 8·18판문점도끼만행사건 등이 있었던 지역인 만큼 마냥 긍정적인 시선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맥셰인 중위는 핑크빛 전화기를 가리키며 “장군은 우리가 이것을 붉은색으로 칠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임국정 기자 24hou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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