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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값 나비효과’, 출고가 65원 폴짝에 소비자가는 1000원 껑충 왜?

입력 : 2019-05-18 18:00:00 수정 : 2019-05-18 23: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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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 판매가에 유류세·임차비·인건비 등 상승도 포함"
서울 여의도의 한 곱창집의 메뉴판. 소주와 맥주가 모두 5000원이다.

“소주 가격이 5000원인데 이게 ‘서민 술’ 맞나?”

 

7년차 직장인 박모(32)씨는 최근 친구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의 한 곱창집에 갔다가 메뉴판을 보고 깜짝 놀랐다. 한 병에 4000원이던 소주 가격이 어느새 5000원으로 올라있던 것. 박씨는 “사장에게 물어보니 소주 납품가가 올라서 그렇다더라”며 “2차로 간 일본식 선술집에선 소주가 7000원이라 그냥 나왔다. 출고가는 100원도 안 올랐다는데 음식점에선 아무렇지 않게 몇천원씩 올려버린다”고 씁쓸해했다.

 

최근 소주와 맥주의 출고가가 줄줄이 인상되며 서민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일각에선 출고가 인상분은 고작 병당 66원 정도인데 음식점 등 소매점에선 병당 1000~2000원씩 올랐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소매점 측은 소주 가격 인상분에 출고가 외에도 유류세와 임차료, 인건비 등의 증가도 반영됐다는 입장이다.

 

◆‘소줏값 나비효과’… 60원이 2000원으로

 

오비맥주가 지난달 4일부터 카스(500ml)의 출고가를 1147.0원에서 1203.22원으로 56.22원(4.9%) 올리며 주류 인상의 신호탄을 쏜 가운데 소주 업계 1위인 하이트진로는 지난 1일부터 출고가 인상을 단행했다. 하이트진로가 참이슬(360ml) 한 병에 1015.7원에서 1081.2원으로 65.5원(6.45%) 올리자 이내 한라산 소주도 14일부터 한라산 오리지널과 올래의 출고가를 평균 5.16% 올리며 가격 상승에 동참했다. 업계에 따르면 처음처럼 등을 판매하는 롯데주류도 출고가 인상 시기를 놓고 눈치싸움 중이다.

 

문제는 몇십원의 출고가 인상이 몇천원의 소비자가로 ‘뻥튀기’된다는 것. 실제 참이슬의 출고가는 고작 50~60원 올랐으나 편의점 판매가는 60~100원, 음식점 등에서 판매하는 업소용 주류는 1000~2000원씩 인상됐다. 국내 주류 시장은 가정용과 업소용 주류의 판매 비율이 4:6인 상황이라 가격 인상에 대한 소비자 체감은 상당히 높다는 분석이다.

 

◆음식점, 업소용 주류 한 병당 1500원대에 공급 받아

 

업소용 주류는 일반적으로 주세 외에 각종 세금이 더 붙어 가정용이나 할인매장용보다 비싸다. 만약 음식점에서 업소용이 아닌 가정용이나 할인매장용 주류를 몰래 팔면 무자료거래 주류로 적발될 수 있다. 음식점은 종합주류도매업체로부터 업소용 주류를 구매해 재판매해야 한다.

 

최근 만난 서울 종로구의 한 해물요리 전문점 사장 이모(58)씨는 “장사가 잘 되면 일주일에 두 번도 술을 들여오는데 안 될 땐 몇 주에 한 번씩 부를 때도 있다”며 “(주류업체의 공급가는) 대부분 비슷하다. 현금으로 구매하고 현금영수증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이씨가 운영하는 음식점 뒤 창고에 쌓여있던 소주와 맥주짝. 분실하면 8500원을 받을 수 없기에 신경써서 관리한다고 한다.

이씨가 공급받는 업체의 판매가는 소주 1짝(30병) 기준 참이슬 4만7000원, 처음처럼 4만3500원이다. 원래는 참이슬도 4만3500원이었는데 5월부터 출고가가 인상되며 가격이 올랐다고 했다. 맥주는 1짝(20병) 기준 카스가 3만6300원이었다.

 

주류도매업체는 ‘짝’이라 부르는 플라스틱 수거함과 공병을 보증금을 받고 빌려준다. 음식점에서 공병을 가득 채워 업체에 반납하면 1짝당 8500원을 다음 주문 시 제해주는 게 기본 거래 방식이다.

 

음식점이 주류도매업체에 사오는 주류 한 병당 가격을 계산해 보면 참이슬이 1566.66원, 처음처럼 1450원, 카스 1815원이다. 만약 한 병도 깨진 것 없이 모든 공병과 짝을 반납했을 시엔 참이슬 1283.33원, 처음처럼 1166.66원, 카스 1390원으로 283~425원가량 더 싸진다.

 

◆점주 “소주 가격 인상에 유류세, 임차비, 인건비 등 상승도 포함”

 

주류도매업체가 주류를 운송하고 있다.

해당 음식점 메뉴판에 적힌 가격은 소주가 4000원, 맥주는 5000원이었다. 이씨는 “다른 집들에 비해 술값을 저렴하게 받는 편”이라면서도 “주변에서 소주를 전부 5000원씩 받는 추세라 우리도 올릴지 말지 고민이 많다”고 밝혔다. 실제 서울 광화문, 여의도, 강남 등에선 소주를 5000원에 판매하는 음식점이 어렵지 않게 눈에 띄었다. 

 

공장 출고가 65.6원 인상으로 음식점의 납품가는 116.6원이 오른 셈이지만 소비자 판매가는 보통 1000원 단위로 인상된다. 65.6원의 약 15배, 116.66원의 약 8배에 달하는 인상분이다.

 

음식점 측은 소주 판매가에 유류세, 임차비, 인건비, 원재료 값 등의 상승도 모두 포함됐다는 입장이다.

 

이씨는 “재룟값이고 월세고 인건비고 다 올라서 그나마 장사로 남길 수 있는 게 술값밖에 없다. 그마저도 한 병 팔면 3000원도 안 남는다”며 “주꾸미 값 올랐다고 주꾸미 볶음 가격을 그때그때 다 올리면 손님이 오겠나? 몇 년 만에야 가격을 2000원만 올려도 한동안 손님이 뚝 끊기는 게 음식 장사”라며 한숨을 쉬었다. 이씨는 경기가 안 좋아 음식만 판매해선 사실상 적자라고 봐도 무방하며 순이익의 80%가 술 판매에서 나올 정도라고 전했다.

 

그는 “소주 업체에서 (출고가를) 66원 올렸다고 그때마다 음식점이 100원, 200원 올리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우리는 몇 년을 소주 한 병에 3000원씩 팔고 작년에서야 4000원으로 올렸다. 그래도 따지고 보면 남는 게 별로 없다”고 토로했다.

 

글·사진=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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