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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복원·수리 현장… 그 속살을 들여다보다

입력 : 2019-05-15 08:00:00 수정 : 2019-05-14 21:4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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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 일반에 25곳 공개 / 경복궁 절경 향원정 / 널찍한 연못 속 가득한 연꽃으로 유명 / 노후 탓 건물 기울고 목재 접합부 이완 / 해체 후 복원작업 한창… 2020년 마무리

문화재가 언제나 찬란하고 온전하게 존재하길 기대하지만, 그것은 과한 희망이자 쉽게 하는 착각에 가깝다. 문화재 역시 생로병사에서 예외일 수는 없어 시간의 흐름에 따른 자연스러운 퇴락을 겪으며 아프기 마련이고, 때로는 인간의 흉하고, 무책임한 손길에 뒤틀리기도 한다. 쉽지는 않으나 살아온 모습 그대로 긴 세월을 더 살아낼 수 있도록 하는 게 문화재 정책의 출발점인 이유다. 문화재 수리현장은 그래서 눈여겨볼 가치를 가진다.

경복궁의 대표적인 경관으로 꼽히는 향원정은 구조적인 문제와 취향교의 잘못된 위치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재 보수, 복원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향원정 해체를 위해 설치한 비계, 취향교의 원래 위치에 대한 발굴조사 흔적 등을 수리현장에서 볼 수 있다. 문화재청 제공

그곳은 잘 정비되어 멀쩡한 외모로만 접하던 것의 속살을 제대로 뜯어볼 수 있는 공간이다. 어떤 모습으로 태어나서 그것이 겪어낸 시간이 어떻게 새겨져 있는지를 직접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화재를 내밀하게 감상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경험이 된다.

문화재청이 전국의 문화재 수리현장 25곳을 가려 뽑아 중점공개 대상으로 정하고, 이달부터 일반에 공개한다.

◆ 경복궁의 절경 향원정은 볼 수 없어도…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은 여느 때처럼 관람객들로 북적였다. 궁궐 곳곳을 둘러보는 이들 중에는 향원정(보물 제1761호)을 못 보는 게 못내 아쉬운 이들이 많을 터다. 향원정 일대는 널찍하게 자리 잡은 연못과 그 안에 가득한 연꽃 밑을 유영하는 물고기, 주변의 수목들이 어우러져 경복궁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경관을 뽐낸다. 하지만 연못을 가로질러 향원정과 이어지는 취향교가 엉뚱한 곳에 자리 잡아 역사성을 해친다는 지적이 오래전부터 있었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취향교는 건청궁에서 향원정으로 건너갈 수 있도록 향원정 북쪽에 세워졌으나 6·25전쟁 때 파괴된 뒤 1953년 관람 편의를 위해 남쪽에 다시 세웠다. 향원정 자체도 건물이 기울고 목재 접합부가 이완되었으며 토사유실로 지반 지지력이 약해지는 등의 문제가 발견돼 2017년부터 복원, 보수작업이 시작됐다.

임시로 설치된 담장으로 둘러싸인 수리현장에 들어서면 비계로 둘러싸인 향원정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향원정의 전면 해체작업을 위해 설치한 것이다. 취향교는 해체되어 보이지 않는다. 연못은 물을 대부분 뺐지만 연꽃이 일부 피었다. 물고기들은 대부분 다른 곳으로 옮겼는데, 남아 있는 것들은 진흙 속에서 물이 다시 채워지길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시간의 흐름에 따른 노화의 흔적은 해체되어 수리현장 한켠에 쌓여 있는 취향교의 목부재에 뚜렷하다. 문화재 보수, 복원은 기존 부재의 재활용을 적극 모색하지만 취향교 목부재는 부식이 심해 손으로도 쉽게 바스러져 다시 사용하기 힘든 상태다.

경복궁관리소 정현정 주무관은 “취향교 복원은 올해 말, 향원정 보수는 2020년 마무리할 계획”이라며 “향원정을 못보는 게 서운하다는 관람객들도 있지만 경복궁이 제모습을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것에 대부분 공감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5∼11월 마지막 주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에 예약을 통해 관람할 수 있다.

보수를 위한 해체로 초석이 드러난 전남 여수 진남관 수리현장. 문화재청 제공

◆다시 세워지는 조선 수군의 영광

전남 여수의 진남관(국보 제304호)은 1598년(선조 31년) 전라좌수영 객사로 건립한 건물이다.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을 승리로 이끈 수군 중심기지로서의 역사성이 두드러진다. 정면 15칸, 측면 5칸으로 현존하는 지방관아 건물로서는 최대 규모라는 점도 특징이다. 건물 전면으로 기울어져 있고, 양측면도 밖으로 벌어져 있는 상태라 보수작업이 진행 중이다. 지금은 건물을 해체해 드러난 초석을 재활용할 수 있는 것인지를 고심하고 있다.

진남관 수리현장은 기존 부재를 쌓아 놓은 것이 눈길을 끈다. 건물 각 부분별로 나눠 적재해 놓았는데, 가장 큰 건물을 이루던 재료들답게 보는 것만으로 듬직하다. 이 부재들 역시 재활용이 가능한지는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 진남관 수리현장은 매월 둘째, 넷째 토요일에 공개된다.

충북 충주 미륵리 석조여래입상(보물 제96호)은 석실 붕괴를 막기 위한 보수작업이 한창이다. 해체된 석재를 보존처리하는 현장을 볼 수 있다. 석조여래입상은 신라말 마의태자가 나라의 멸망을 비통하게 여겨 이곳까지 와 불상을 만들고 개골산으로 들어갔다는 전설을 간직하고 있다.

문화재청 오택근 사무관은 “문화재 수리현장 공개는 문화재 보수, 복원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문화재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을 높이는 데 목적이 있다”며 “중점 공개 대상 현장을 방문하면 수리전문가, 문화유산해설사 등으로부터 수리 과정과 해당 문화재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고 밝혔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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