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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트·밴드도 합류… 음악 오디션 프로 세분화

입력 : 2019-04-29 21:20:12 수정 : 2019-04-29 21: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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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미스트롯’ 젊은층에까지 어필 / 종편 예능 사상 최고 시청률 14.4% 기록 / ‘슈퍼밴드’ 조명 뒤 실력자들 대거 등장 / 기존 밴드 재편도… 방송 3회 만에 호평 / 오디션 세분화, 방송사·참가자 ‘윈윈’ / “시장에 낙수효과 없다”… 회의적 시각도
경쟁과 생존이라는 포맷의 방송사 오디션 프로그램이 최근 들어 트로트, 밴드 등 다양한 음악 장르를 아우르며 분화하고 있다. 왼쪽부터 TV조선의 ‘내일은 미스트롯’, JTBC의 ‘슈퍼밴드’, Mnet ‘프로듀스 101 시즌2’의 한 장면.

“당신의 최종 선택은 누구입니까.”

긴장감을 끌어올리는 진행자의 멘트만 들어도 짐작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음악 오디션이다. 음악 오디션은 2009년 Mnet의 ‘슈퍼스타K(슈스케)’를 시작으로 수많은 방송사 프로에서 매년 만날 수 있는, 이제는 식상한 포맷이다.

올해도 오디션은 풍년이다. 다만 변화가 생겼다. 더 이상 ‘전국 노래자랑’처럼 출연자의 분야를 총망라하지 않는다. 오히려 비대중적이라는 이유로 그동안 시도하지 않았던 트로트와 밴드, 랩 등 특정 음악 장르에 한정해 진행하는 오디션이 눈에 띄게 늘었다.

슈스케 이후 10년, 마침내 모든 음악 장르의 오디션화가 이뤄진 셈이다.

 

◆‘무리수’ 같던 트로트·밴드도 오디션 대열 합류

무엇보다 그동안 기피 영역이던 트로트 장르가 눈에 띈다. 오디션은 대개 신세대를 위한 프로그램으로 기획된다. 트로트가 중장년층의 전유물로 여겨지는 현실에서 TV조선의 ‘내일은 미스트롯’은 이 어색한 부조화를 넘어섰다. 1990년대 미스코리아 선발대회를 연상케 하는 장면과 성상품화 등 논란에도 불구하고 미스트롯의 시청률은 꾸준히 상승해 종합편성채널 예능 사상 최고인 14.4%(닐슨코리아)를 기록했다. 중장년층은 오디션의 긴장감에 몰입했고, 젊은 층은 젊은 참가자들이 재해석한 트로트에 열광했다. 가정주부, 학생, 직장인 등 다양한 배경의 참가자들이 ‘제2의 장윤정’을 꿈꾸며 벌이는 치열한 경쟁에 송가인, 홍자 등 참가자들의 이름이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내리며 화제성을 입증했다. 방송 전 “오디션 과잉 시대에 이젠 하다 하다 트로트 오디션까지 하냐”는 비아냥은 이제 쏙 들어갔다.

치솟는 인기에 내달 4일 서울 올림픽 체조경기장을 시작으로 인천, 광주, 천안, 대구, 부산, 수원 등 전국 대규모 콘서트도 열린다. TV조선 측은 “5월 9일 종영을 앞두고 내부에서는 벌써 연내에 시즌 2를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얘기도 나온다”고 밝혔다.

 

트로트에 이어 대중적이지 않은 밴드 분야도 오디션 대열에 합류했다. 지난 12일 첫 방송된 JTBC ‘슈퍼밴드’는 ‘히든싱어’ ‘팬텀싱어’ 제작진이 뭉쳐 밴드 형성 과정을 담을 예정이다. 사실 밴드 오디션은 처음이 아니다. KBS2에서 이미 ‘톱밴드’를 시도한 적이 있다. 그러나 톱밴드가 기존에 활동했던 팀 간 경쟁으로 록 장르만을 위한 오디션이었다면, 슈퍼밴드는 바이올린 첼로 드럼 색소폰 등 다양한 분야의 솔리스트들이 출연해 록과 재즈 등 다양한 크로스오버 밴드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그동안 보컬에 가려 무대 조명 뒤에 위치했던 실력자들이 대거 등장했다. 기존에 활동하던 밴드의 경우도 포지션별로 심사를 받아 새 팀으로 재편된다. 해체와 파괴를 통한 재건인 셈이다. 편집 역시 출연자의 뒷얘기 등 ‘사연팔이’보다는 공연과 출연자의 실력에만 집중하면서 방송 3회만에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김형중 PD는 제작발표회를 통해 “목소리만으로 음악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음악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시청자들에게 전달하고 싶었다”며 “음악을 전달하는 많은 요소, 감성, 아이디어, 연주 등을 더해 다양한 색채의 팀을 만들면 음악의 폭이 한층 넓어지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프로그램 취지를 밝혔다.

◆‘프로그램 시즌제’로 참가자, 방송사 윈윈

오디션 시대의 문을 열었던 Mnet은 올해도 다양한 후속 시즌들을 줄줄이 선보일 예정이다.

지난 12일 종영한 청소년판 ‘쇼미더머니(Show Me the Money·쇼미)’인 ‘고등래퍼3’에 이어 내달 3일부터 간판 프로그램인 ‘프로듀스101’의 네 번째 시즌인 ‘프로듀스X101’이 방송된다. 이후엔 쇼미 여덟 번째 시즌이 연이어 방영될 예정이다. 슈스케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장르 불문 오디션이었다면 쇼미는 랩, 프로듀스 101은 아이돌, 고등래퍼는 미성년 래퍼 등 장르별·나이별로 세분화된 오디션이다. 쇼미 이후 비주류였던 랩이 대세 장르가 됐고, 프로듀스101 이후 지하실에 있던 아이돌 연습생들이 주목을 받게 됐으니 오디션 프로그램의 힘을 짐작할 만하다.

이런 세분화된 오디션은 방송사와 기획사, 참가자의 ‘공생’구조를 기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참가자는 데뷔 기회를, 기획사는 연습생 인지도 상승 효과를, 방송사는 참가자의 데뷔 후 활동 수익과 함께 시즌제를 담보할 수 있는 ‘윈윈’시스템이다. 기존의 오디션이 우승자 탄생과 상금 수여식으로 모든 것이 마무리되는 것과 차별화된다. 방송사로서는 인기 아이돌을 보유한 거대 기획사와의 갈등에 대비해 자신들이 탄생시킨 아이돌로 대항하는 ‘포트폴리오’까지 갖춘 셈이다.

방송업계 관계자는 “요즘 팬들은 좋아하는 가수에 대한 동경의 마음도 크지만 그 성공과 성장에 관여하는 관리자 역할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오디션 투표에 참여하는 팬들의 충성도로 인해 오디션 프로그램의 성공이 어느 정도 보장된다는 점에서 다양한 장르의 시도가 일어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오디션 프로그램의 성공과는 별개로 음악 시장이 그 낙수 효과를 보지 못한다는 회의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김윤하 대중음악평론가는 “세분화된 오디션들이 대중에 다양한 음악 콘텐츠를 리프레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오디션 프로그램의 기본이 경쟁이다 보니 음악이라는 본질을 보여주는 데는 소홀한 측면이 있을 수밖에 없다. 방송사의 음악 예능이 음악 시장, 아티스트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방안을 좀 더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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