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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률 0.1%P 상승 기대”… 돈 풀어 ‘땜질처방’ 약효 미지수

입력 : 2019-04-25 06:00:00 수정 : 2019-04-24 22: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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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 내역·편성 의미 / 홍남기 “추경만으로 성장률 달성 못해…0.1% 올려도 2.6% 목표 완수 힘들어” / 연구기관 , 수출·투자 부진에 부정적 전망 / 시장 개척·창업지원 1조4000억 투입 / 스케일업 펀드 500억 규모로 신설 / 전문가 “경기 하강 속도 빨라 역부족…임팩트 있는 핵심사업 보이지 않아”

정부가 24일 추가경정예산(추경)안으로 편성한 6조7000억원 가운데 3분의 2에 해당하는 4조5000억원이 ‘경기 대응’에 투입된다. 미세먼지 대응에서 비롯된 추경이지만 사실상 무게는 경기 대응에 초점이 맞춰진 셈이다. 

 

정부는 추경 편성 기대효과로 경제성장률을 0.1%포인트 끌어올릴 수 있다고 밝힌다. 그러면서도 추경 편성만으로는 목표 성장률을 달성하기는 어렵다는 전제를 달았다. 전문가들도 이 정도 규모의 재정 투입으로는 올해 정부가 목표한 2.6∼2.7%의 경제성장률 달성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한다. 세계 경기 하강과 대내 경기 침체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것이지만 470조원 슈퍼예산에 이어 또다시 재정을 통한 ‘일시적’ 경기 효과에만 치중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추경해도 성장률 목표치 달성 어렵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추경안 브리핑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 하단인 2.6%를 언급하며 “추경만으로 달성하리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추경과 함께 올해 초 경제정책 방향에서 정부가 발표한 정책, 또는 그를 넘어서는 추가적인 보강정책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추경을 통해 성장률 0.1%를 끌어올린다고 해도 사실상 목표 성장률 2.6% 달성이 어려울 수 있다는 의미다. 

 

470조원에 달하는 슈퍼예산에다 추경 예산안 4조5000억원을 더해도 성장률 목표치 2.6∼2.7% 달성이 어려울 만큼 대내외 경제 여건이 나쁘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10월 3.9%에서 3.7%로 내린 것을 시작으로 지난 1월 3.5%, 지난 9일 3.3%로 석 달마다 0.2%포인트씩 내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성장률 전망치를 올해 1월 3.5%에서 3.3%로 0.2%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대내적으로는 수출이 4개월 연속 감소하고, 투자 부진이 이어지면서 경기 침체 우려가 높아지는 상황이다. 당장 한국은행이 지난 18일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5%로 0.1%포인트 내리는 등 국내 연구기관들이 잇따라 부정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IMF는 앞서 올해 우리 정부에 성장률 목표를 달성하려면 국내총생산(GDP)의 0.5%(약 9조원)가 넘는 추경 편성이 필요하다고 권고하기도 했다.

 

◆수출·위기지역 지원, 일자리 7만3000개 추가

 

정부가 추경안을 발표하면서 ‘민생경제 긴급지원’, ’한시적 집중지원’ 등과 같은 표현을 꺼내든 건 급한 곳에 재정을 투입해 급격한 경기 하강과 침체 흐름을 누그러뜨리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에서 미세먼지 및 경기 대응을 위한 6조7000억원 규모로 편성한 추가경정 예산안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전년 동월 대비 4개월 연속 감소를 보인 수출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수출시장 개척과 벤처 창업·성장 지원에 1조4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중소기업의 새 수출시장 개척에 필요한 무역금융을 2조9000억원 확대하는 방안도 담았다. 초기 단계 창업기업에 투자하는 혁신 창업펀드에 1500억원을 추가 출자하고, 성장궤도 진입을 돕는 스케일업 펀드를 500억원 규모로 신설한다. 중소기업의 혁신적 투자를 뒷받침하는 정책자금도 4000억원 이상 확대하기로 했다.

 

강원 산불의 후속 조치로 인력 장비 확충과 산림복구, 피해지역 일자리에 940억원을 지원한다. 포항지역에는 지진계측시스템을 구축하고, 지역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에 긴급경영안정자금 500억원과 직접일자리 1000개를 지원하기로 했다. 도로나 철도 등 노후 사회간접자본(SOC)의 개보수를 앞당기고 중소·중견기업의 안전투자 촉진을 위한 2조원 규모의 금융지원프로그램도 신설한다.

일자리 예산은 실업급여 지원 인원 확대에 따른 8000억원을 포함해 1조8000억원이 추가 투입해 직접 일자리를 7만3000개 만들겠다고 밝혔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통화에서 “현재 경기 하강 속도가 빨라 발표된 추경 규모로는 경기 대응에 부족하다”며 “경기 대응 효과 역시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고 총평했다. 성 교수는 “수출기업을 지원하는 사업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면서도 “노후 지방 SOC 교체를 포함해 여러 사업에 흩어진 지역사업은 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이고, 임팩트 있는 핵심사업이 필요한데 그 부분이 부족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과 교수는 “추경 규모는 작은데 분야는 다양하게 편성되면서 효과를 확보하기가 어려워 보인다”며 “경제가 빠르게 식는 상황에서 6조원 안팎으로는 부양 효과를 내기가 어렵고, 추경을 했는데도 정작 효과가 나지 않는 답답한 결과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정부 “큰 문제 없어” 전문가 “세수 감소 땐 심각”

 

정부가 올해 추가경정예산(추경)의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3조6000억원의 적자국채를 발행한다. 문재인정부 들어 세 번째 추경이지만, 적자국채를 발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는 적자국채를 발행하더라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큰 변동이 없기 때문에 재정건전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24일 임시국무회의를 통과한 정부 추경안을 보면 6조7000억원의 재원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우선 정부는 지난해 쓰고 남은 결산잉여금 4000억원과 특별회계·기금의 여유자금 2조7000억원을 활용한다. 결산잉여금은 세계잉여금에서 지방교부세 정산, 국가채무 상환 등을 하고 남은 순수 여유 재원에 한국은행 잉여금을 더한 액수다. 

 

부족한 액수 3조6000억원은 적자국채로 메운다. 앞서 두 차례 추경은 모두 초과 세수를 활용했기 때문에 적자국채를 발행하는 추경은 현 정부 들어 처음이다. 

 

정부는 적자국채를 발행하더라도 재정건전성에 큰 영향이 없다는 입장이다. 안일환 기획재정부 예산실장은 “이번 추경 재원 마련을 위해 국채를 3조6000억원 발행해도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당초 올해 본예산 기준 예상치인 39.4%보다 0.1%포인트 상승한 39.5%에 그칠 것”이라며 “재정건전성 관리에는 큰 문제가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앞서 정부가 지난해 계획보다 25조4000억원 더 걷힌 초과세수를 활용해 계획했던 국채발행을 14조원 줄였고, 4조원 상당의 국채를 조기 상환한 효과도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지난해 국채발행 축소와 조기상환으로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본예산 기준 39.5%에서 38.2%로 하락했다.

 

하지만, 해마다 추경을 편성하는 등 ‘재정 중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가파른 복지예산 증가로 인해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최근 10년 새 7%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과 비교할 때 가장 높은 증가세다.

 

향후 세수 여건이 악화할 경우 재정으로 경기에 대응하는 상황에 어려움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있다. 최근 경기 부진과 부동산 거래 침체 등으로 인해 법인세와 양도소득세 등이 줄어 지난해와 같은 초과세수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부 교수는 “당장은 추경을 통해 국가채무비율이 0.1%포인트밖에 오르지 않는다고 해도 올해 이후 세수가 줄어들면 문제가 심각하다”며 “세수 추계를 촘촘히 다시 짜서 재정건전성을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먼지 예산 두 배로 늘었지만 … 저감 효과 ‘글쎄’

 

24일 정부가 발표한 추가경정예산으로 올해 미세먼지 예산은 단숨에 두 배로 불어났다. 미세먼지 본예산은 올해 처음으로 1조원 넘게 편성됐는데 불과 몇 개월 만에 또다시 1조원 이상 얹어졌다. 예산이 두 배로 늘면 정부의 미세먼지 저감 속도도 그만큼 빨라질까. 정부는 ‘그렇다’는 쪽에 기대를 걸지만 전문가들은 다소 부정적이다.

 

환경부 소관 미세먼지 추경예산안 규모 1조645억원 가운데 6763억원(63.5%)이 도로·수송부문에 편성됐다. 그중 약 절반이 노후경유차 조기폐차와 매연저감장치(DPF) 부착에 쓰인다. 대기오염물질 배출사업장을 감시하고, 배출량을 줄이는 데도 2000억원가량이 투입된다. 

 

환경부는 지난해에 비해 올해 배출량을 1만100t 줄일 계획이었는데, 이번 추경을 통해 7000t을 더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매년 올해 수준으로 예산이 계속 편성된다면 ‘2014년 대비 2022년 초미세먼지(PM2.5) 배출량 35.8% 저감’이라는 정부 목표가 상향조정될 가능성도 있다.

 

김법정 환경부 대기환경정책관은 “2022년에서 2021년으로 1년쯤 (목표 달성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정부가 말하는 감축량은 배출량 증가분을 반영하지 않아 실제 감축량은 정부 추산에 못미칠 공산이 크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노후경유차 조기폐차 사업이다. 노후경유차를 줄이는 만큼 신규 경유차 진입을 제한해야 장기적으로 더 이상 노후경유차가 발생하지 않지만, 지금은 단순히 노후차를 폐차하는 데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가장 많은 예산을 쏟아부으면서도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꼴이 될 수 있는 것이다. 2월에 나온다던 경유차 감축 로드맵은 여전히 감감무소식이다.

우리가 모르는 배출량이 많다는 것도 함정이다.

 

장영기 수원대 교수는 “최근 사업장 배출량 조작에서 보듯 측정장비를 달고, 제도를 갖춰도 실제 실태조사를 하지 않으면 소용없다”며 “드론 같은 첨단기술도 좋지만 꼼꼼한 배출실태 조사가 필요한데 그런 예산이 반영되지 않아 아쉽다”고 평가했다. 숨은 배출원을 찾거나 기초연구에 들어가는 예산도 부족하다. 현재 본예산과 추경안 모두 자동차와 사업장에 집중돼 있는데, 이렇게 ‘아는 문제’만 풀어서는 ‘성적’을 올리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세종=박영준 기자, 윤지로 기자 yj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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