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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애의 영화이야기] '한국영화 100주년' 100명의 내공으로 만들어질 100편의 영화

입력 : 2019-04-20 14:00:00 수정 : 2019-04-19 18: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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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에 실린 영화 ‘의리적 구토’(감독 김도산, 1919) 광고. 1919년 10월26일자 매일신보.

 

올해 유난히 100주년이라는 단어가 자주 보인다. 3월1일 3.1운동 100주년에 이어 4월 11일에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도 맞았다. 

 

그리고 오는 10월27일면 한국영화 탄생 100주년도 맞게 된다. 바로 최초의 한국영화로 평가되는 ‘의리적 구토’(감독 김도산, 1919)가 제작 개봉된 것이 100년 전이기 때문이다. 

 

작년 10월에는 ‘한국영화 99주년 100년의 문턱에서’ 라는 제목으로 진행된 세미나를 소개하면서 최초의 한국영화로 평가받는 ‘의리적 구토’에 대해 소개를 한 바 있는데, 오늘도 관련 얘기를 좀 더 해볼까 한다. 

 

지난 17일 한국영화 100년 기념사업 추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국제학술세미나 개최, 인명사전 제작, 기념다큐멘터리 제작, 국내외 특별상영회개최, 디지털복원사업 등의 사업들과 더불어 10월 광화문광장에서 ‘한국영화 100년 기념 페스티벌’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페스티벌에서는 ‘의리적 구토’를 모티브로 한 공연도 올려진다.   

 

기념영화 100편도 제작될 예정인데, 장편영화 100편이 제작되는 것은 아니고, 100명의 한국 영화감독이 만든 100초짜리 영화 100편이 옴니버스 영화로 완성된다고 한다. 추진위원회 측에서는 세대를 아우르는 여성감독 50명과 남성감독 50명으로 참여 감독 100명을 선정할 예정이라고 하는데, 한국영화계의 미래가 성차별 없이 펼쳐지길 바라는 의미라고 한다. 

 

개인적으로 옴니버스 영화가 가장 기대된다. 참여 감독들의 면면뿐만 아니라, 과연 100초라는 공통의 조건 속에 얼마나 다양한 이야기들이 다양한 영상 이미지로 담겨질지 궁금하다. 100초라는 시간 제약 이외에 어떤 조건이 제시될지 모르지만, 각기 다른 100명의 감독의 색깔이 가려지지 않을 것이라 기대하기 때문이다.  

 

영화 ‘뤼미에르와 친구들’(왼쪽), ‘그들 각자의 영화관’ 포스터.

 

역시 전에 소개한 바 있는 영화 탄생 100주년 기념 옴니버스 영화 ‘뤼미에르와 친구들’(1995)의 경우에는 뤼미에르 형제가 개발한 카메라이자 영사기인 시네마토그래프를 세계적인 감독 40명에게 전달하며, 100년 전 영화의 외형대로 만들어 달라 요청했다.  

 

완성된 40편의 영화는 각각 52초 이내, 동기화된 사운드 사용 금지 등 동일한 제약 속에서도 내용적으로나 형식적으로 매우 다양한 모습이었다. 그 와중에도 드러나는 감독들만의 스타일을 느끼는 재미가 컸다. 

 

칸영화제 60주년을 기념하며 제작되었던 ‘그들 각자의 영화관’(2008)도 비슷했다. 역대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 감독 35명의 3분짜리 영화들에는 감독들 나름의 영화관에 대한 다양한 시선이 매우 다양한 방식으로 담겼다.   

 

이번 한국감독 100명이 만들어낼 옴니버스 영화는 참여 감독 수나 러닝 타임 등이 ‘뤼미에르와 친구들’이나 ‘그들 각자의 영화관’ 보다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최종적으로는 약 1시간30분 길이의 영화 2편으로 완성된다고 하는데, 100주년 기념행사 100일전부터 하루에 100초짜리 영화 한편씩을 유튜브에 공개될 예정이다. 극장 개봉으로 출발해 인터넷 스트리밍에 이르기까지 지난 100년 동안 변화된 상영 방식도 반영된다 하겠다.  

 

한편 예전 신문을 좀 찾아봤다. 키워드는 ‘한국영화 30주년’, ‘한국영화 50주년’ 식이었다. 가장 눈에 띄는 행사는 한국영화 탄생 50주년 기념으로 1969년 10월에 영화인 천여 명이 참여해 효창운동장에서 열었던 영화인체육대회였다. 관중석의 많은 사람들과 운동장의 배우, 배우 가족들 사진 등도 찾아볼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매우 값싼 오락물이면서, 남녀가 어두운 공간에서 함께 모여 보는 불온한 서구의 그 무엇으로 여겨지기도 했던 영화가 우리 손으로 제작되기 시작한지 100년이 되어가고 있다. 

 

비록 필름이 남아있지 않아 ‘의리적 구토’를 보며 옛 이야기를 할 수는 없지만, 준비되고 있는 다양한 기념행사나 사업들과 더불어 한국영화의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한 다양한 관심과 의견 나눔도 기대해본다. 이 모든 것은 관객들 개개인의 관심 없이는 불가능할 것이다. ‘내 인생 최고의 한국영화는?’ 정도의 생각이라도 잠시 해보면 어떨까? 100살 생일을 맞는 한국영화를 위해. 

 

서일대학교 연극영화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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