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상류층은 여행·하위층은 쇼핑… 행복감 근원 달라” [차 한잔 나누며]

관련이슈 차 한잔 나누며

입력 : 2019-04-20 20:00:00 수정 : 2019-04-21 09:11:48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심리와 소비행태 연관 관계’ 연구하는 이채호 교수 / ‘어떻게 하면 더 행복해질까’ / 누구나 열망 갖고 방법 갈구 / 심리·경영학적 관점으로 접근 / 지난 15년간 23개 연구 분석 / 경험 마케팅 전문가 되고 싶어

사람은 여행, 공연 등 문화 경험을 할 때 행복할까, 아니면 물건을 소비할 때 행복할까. 소비할 때 행복감을 느끼는 사람은 언제 소비해야 가장 행복할까. 또 여행지에선 어떤 소비를 먼저 해야 만족감이 더 높을까. 자동차에 이름을 붙이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중 누가 더 만족감이 높을까.

이 같은 질문에 과학적인 답을 내놓는 사람이 있다. 이채호(38) 울산과학기술원(UNIST) 경영학부 교수이다. 그는 심리와 소비행태의 연관관계를 규명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이채호 교수를 19일 유니스트에서 만났다.

유니스트 경영학부 건물에서 만난 이 교수는 큰 키에 말쑥한 정장 차림이었다. 머리 역시 단정히 정돈돼 꾸민 느낌이 났다. 무언가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캐주얼한 옷에 흰색 연구복 차림일 것 같다는 기자의 선입관이 깨졌다.

이채호 유니스트 경영학부 교수가 19일 경험과 물질소비, 그리고 삶의 행복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유니스트 제공

왜 이런 연구를 하는 걸까. 이 교수는 “‘돈을 어떻게 쓰느냐’ 하는 문제는 중요합니다. 소비자, 기업뿐 아니라 사회 전체의 효용에서도 중요한 문제죠. 이 문제를 심리학, 경영학적 관점으로 접근해 과학적인 답을 찾고 싶었습니다”라고 답했다.

그가 구한 질문에 대한 답은 이렇다. 개인의 부에 따라 행복감을 느끼는 것이 다르다. 자신을 상위 계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경험소비’에서 행복감을 크게 느꼈고, 하위 계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소유소비(물질소비)’에서 행복감을 크게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5년간 선행된 23개 연구를 분석하고, 미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몇 가지 실험을 진행해 얻은 답이다.

경험과 물질은 언제 소비해야 할까. 물질소비보다 경험소비를 나중에 하는 것이 보다 많은 행복을 느낄 수 있다고 이 교수는 귀띔했다. 여행을 가거나 공연을 볼 때 그것을 기대하며 준비하는 동안에도 행복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여행이라는 경험을 소비 중일 때는 현지 문화 같은 경험소비를 먼저 하는 것이 쇼핑하는 것보다 여행의 만족감을 더 높일 수 있다고 했다. 자동차에 이름을 붙이는 사람은 물건과 소통하는 듯한 효과를 얻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만족감이나 행복감이 더 크다고 이 교수는 설명했다.

그가 진행 중이거나 진행했던 연구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행복’이다. ‘어떻게 하면 좀 더 행복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찰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 이 교수는 “행복이 일생의 목표이자 가치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소비자는 행복감을 높이고 싶은 열망을 갖고 그 방법을 찾고 있다. 거기에 기업이 해줄 수 있는 역할이 많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적절한 때와 장소에 소비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제품을 전달해줄 수 있다면 소비자들이 보다 행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 방법을 찾아 알려주는 것이 저의 역할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학창시절부터 ‘행복’에 대한 관심과 고민이 많았다고 했다. 이 교수는 “호기심이 많아 무엇이든 경험을 많이 해보자는 주의였다”며 “하나의 경험에 도달하는 방법이 있고, 이를 실행했을 때 행복감이 달라지고 바뀌는 걸 보면서 행복의 방법이 막연한 것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고 했다.

‘사람들의 심리를 이해하고, 이를 경영학적으로 접근, 과학적 답을 찾는 데 매력을 느꼈다’는 이 교수. 그는 “실생활과 연결돼 학문이 구체적 성과와 움직임으로 드러나 더 재미있다”고 수줍게 미소 짓는다.

경험과 물질, 그에 따른 행복을 비교하는 연구는 세계적으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 교수는 “인간이 경험의 집합체이면서 물질의 집합체이다. 중요한 이 두 요소가 행복과 소비자의 행동에 의미 있게 연결돼 관련 연구가 깊이 있게 진행되고 있고, 지식이 쌓이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이런 연구성과를 쌓아 국내 ‘경험 마케팅’ 전문가가 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최근 기업에서도 ‘경험 마케팅’이 대세이지만, 아직 국내엔 제대로 된 전문가가 없는 것 같다”며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경험 마케팅으로 소비자들의 효용을 높인다면 사회 전반의 행복감 역시 높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유니스트에서 진행하고 있는 과학적 기술과 경영학을 연결, 동반 상승효과를 내는 일도 하려 한다”며 “동료 교수들과의 협업을 통해 최신 경영 사례를 학생뿐 아니라 기업, 시민들에게 전달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울산=이보람 기자 boram@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아일릿 이로하 '매력적인 미소'
  • 아일릿 민주 '귀여운 토끼상'
  • 임수향 '시크한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