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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남북정상회담' 카드 꺼낸 文… 돌파구는?

입력 : 2019-04-16 06:00:00 수정 : 2019-04-15 21:5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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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공동선언 이행에 확고한 의지 / 서로의 뜻 확인돼… 회담 추진 여건” / 특사단 구성 北과 물밑 조율 나설 듯 / 金 ‘오지랖 넓은 중재자’ 강력 비판엔 / 특별한 언급 없이 “北 대화 의지” 평가 / “상황 낙관적으로만 보는 듯” 지적도
‘태양절’ 평양 만수대 찾은 北 주민들 북한의 태양절(김일성 주석 생일)을 맞아 15일 평양 만수대를 찾은 북한 주민들이 김일성과 김정일 동상을 참배한 뒤 돌아가고 있다. 평양=AFP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4차 남북정상회담 추진 의사를 분명히 밝히며 북측에 ‘장소·형식 구애 없는 만남’을 공개 제안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빨리 만나 지난 2월 ‘하노이 노딜’ 이후 교착 국면에 빠진 북·미 협상의 돌파구를 ‘톱다운’ 방식으로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정면돌파를 다짐한 셈이다. 그러나 4·11 한·미 정상회담과 김 위원장의 12일 시정연설을 통해 비핵화 방식 등에 대한 북·미 간 뚜렷한 시각차가 확인돼 해법이 여의치 않은데도 문 대통령이 상황을 낙관적으로만 보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결실 맺을 방안, 구체적·실질적 논의하자”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지난해 판문점선언과 평양공동선언 이행을 요구한 김 위원장 시정연설과 관련해 “우리 정부는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남북공동선언을 차근차근 이행하겠다는 분명하고도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다”며 “서로의 뜻이 확인된 만큼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할 여건이 마련됐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의 형편이 되는 대로 장소와 형식에 구애되지 않고 남과 북이 마주 앉아 두 차례의 북·미 정상회담을 넘어서는 진전된 결실을 맺을 방안에 대해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논의를 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정상회담 추진에 대한 북측의 입장 표명을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또 “나와 김 위원장은 불과 1년 전 제1차 남북정상회담으로 전 세계에 한반도 평화의 출발을 알렸다”며 “오랜 적대와 대립의 한반도 질서를 평화와 협력의 새로운 질서로 바꾸는 일이 쉬운 일이라고 결코 생각하지 않았지만, 지금까지 많은 변화를 함께 이루어냈다”고 자평했다. 그러면서 “평화를 완성하고 번영과 통일로 가는 길은 반드시 이루어야 하는 온 겨레의 염원이라는 역사적 소명 의식을 가지고 흔들림 없이 그 길로 나아가겠다”고 결의를 보였다. 정상 간 담판 형식인 톱다운 방식으로 평화 국면을 이끌어왔듯이 계속 전진하겠다고 천명한 셈이다. 아울러 4차 남북회담을 계기로 향후 추진될 한·미 회담을 통해 3차 북·미 회담이 열리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남북관계와 북·미 관계의 선순환, 국제사회의 지지와 협력 강화 등 한반도 평화 질서를 만드는 데 책임과 역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한·미 회담, 긴밀한 전략대화” , “김 위원장 의지 높이 평가”

그러나 문 대통령이 기싸움을 벌이는 북·미 사이에 끼여 입지가 좁은데도 긍정적 측면만 보면서 장밋빛 시나리오를 기대하는 것으로 비친다. 문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을 달랠 나름의 카드인 ‘굿 이너프 딜(충분히 괜찮은 거래)’을 제안했으나 ‘빅딜’을 고수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사실상 퇴짜를 맞았다. 김 위원장에게선 “오지랖 넓은 중재자, 촉진자 행세를 그만두라”는 말까지 들었다. 문 대통령은 그러나 한·미 정상회담에 대해 “북·미 간 대화의 동력을 되살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흔들림 없이 추진하기 위한 동맹 간 긴밀한 전략대화의 자리였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또 김 위원장의 ‘오지랖 발언’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은 채 “북한도 대화를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고 시정연설을 호평했다. “김 위원장의 변함없는 의지를 높이 평가하며 크게 환영한다”는 화답도 보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대북특사 문제를 거론하지 않았지만 청와대는 조만간 특사단을 구성해 정상회담 추진을 위해 북측과 물밑 조율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지난 주말 특사 등을 포함해 남북정상회담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상회담 추진 일자도 유동적인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일정 협의를 고려하면 늦어도 5월까지는 추진되어야 한다는 기류가 강하다. 관건은 남측 제안에 대한 북측 대응이다.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김 위원장 시정연설과 관련해 “미국의 편이 아닌 자신들의 편에 서 달라는 불만성 메시지를 낸 것”이라며 남북정상회담에 장애요인으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이 연구원 책임자를 지낸 남성욱 고려대 행정전문대학원장은 자유한국당 개최 토론회에서 ‘오지랖 발언’에 대해 “청와대가 추진한 지난 2년간의 중재자론이 기로에 설 것을 예고하는 대목”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최근 북한 내부의 실질적인 국가수반으로 권력을 강화한 김 위원장이 실익이 신통치 않은 남북정상회담에 관심을 보일지는 불투명하다”고 내다봤다.

 

◆“美도 北도 ‘어중간한 중재자’ 원치 않아  당사국답게 한국식 비핵화 접근법 필요”

 

북·미 사이에서 ‘중재자·촉진자’ 역할을 자임해 온 문재인 대통령의 입지가 한·미 정상회담 결과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대남(對南) 메시지 공개로 위태로워지고 있다. ‘동맹의 편에 서라’는 미국과 ‘우리 민족끼리’를 강조하는 북한 사이에서 ‘진퇴양난’에 빠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우리 측은 ‘굿 이너프 딜’(충분히 괜찮은 거래)을 제시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빅딜 원칙’을 재확인하며 미국의 입장이 변하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북한 또한 “제재 해제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각을 세우면서 한국을 향해 “오지랖 넓은 ‘중재자·촉진자’ 행세를 할 것이 아니라 민족의 이익을 옹호하는 ‘당사자’가 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한·미 정상회담과 김 위원장의 발언 등으로 북한 비핵화 협상에서 한국의 위치가 ‘당사자’로 기울었다고 진단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어중간한 중재자 역할은 미국도 북한도 원하지 않아 성공 가능성이 낮다”며 “정말 당사국답게 행동하는 것이 맞는다면, 북·미 양측 입장을 조율하기보다는 우리 식 비핵화 접근법을 제시하는 편이 나을 것”이라고 봤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미 간 대화에서는 우리가 당사자인 의제도, 당사자가 아닌 의제도 있다”며 “핵과 한반도 평화체제 문제 등을 구분하지 않고 막연하게 당사자로서 역할을 하라는 것은 김 위원장을 모시는 참모진의 몰이해에서 비롯된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왼쪽)이 15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 김유근 1차장(가운데), 김현종 2차장과 함께 자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사자의 관점에서 비핵화에 대한 한국만의 해법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문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정부의 비핵화 원칙이 자주 변한 측면이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른바 ‘서울 프로세스’로 불릴 만한, 더 원칙 있는 비핵화 정책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 실장은 미국과 북한의 눈치를 보느라 한반도 문제에서 우리 정부가 너무 소극적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인도적 지원은 대북제재 차원에서 심각한 위법사항이 아니라면 과감히 시행하고, 북한에도 비핵화 정의를 명확히 하라고 큰소리를 칠 수도 있어야 한다”며 “당사국이면 당사국답게 행동 프레임을 다시 짜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이번 정상회담의 목표는 대화의 불씨를 살리는 것”이라며 “다음에는 우리 정부가 원포인트 정상회담을 위한 원포인트 대북특사 파견에 나설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김일성 주석의 생일 107주년을 하루 앞둔 지난 14일 평양에서 열린 중앙보고대회. 조선중앙통신이 15일 보도했다.

한·미 동맹 강화와 북한과의 신뢰 구축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도 제시됐다.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에) 비핵화 의지가 있다면 비핵화 목표를 제시하고, 그에 따라 필요한 대가나 방법, 수순 등을 협상을 통해 해결해 나가도록 촉구해야 한다”며 “우리 입장에서는 비핵화가 안보 문제이며, 따라서 한·미 동맹이나 한·미 간 긴밀한 신뢰 관계에서 문제를 풀어간다는 점을 분명히 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 교수는 “북한에 대해서도 일방적인 압박을 하거나 붕괴시키려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보여줬기 때문에 북한이 좀 더 적극적인 노력을 보여 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미 관계를 분석하며 상황 파악에 주력해야 한다는 평가도 나왔다. 남성욱 고려대 행정대학원장은 “주도적으로 나갔다가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며 “전략적으로 인내하며 사태를 관망해야 하는 시점이다. 북한의 반응이 나왔으니 신중한 자세로 대응하는 편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달중·권이선·정선형 기자 da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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