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군 장성 진급 및 보직 신고식은 민간인이 주인공인 다른 행사와 달리 의장병들이 든 9개의 깃발이 배경으로 등장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대한민국과 국군 통수권자인 대통령, 그리고 각군 지휘부를 상징한다는 게 군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서욱 신임 육군참모총장(대장), 원인철 신임 공군참모총장(대장), 이승도 신임 해병대사령관(중장) 등 군 최고위 장성들로부터 진급 및 보직 신고를 받았다.
먼저 문 대통령이 진급한 장군들의 삼정검(三精劍·장군을 상징하는 검)에 수치(綬幟·끈으로 된 깃발)를 달아줬다. 수치에는 장성의 보직과 이름, 임명 날짜, 수여 당시 대통령 이름 등이 수놓아져 있다. 이어 해당 장군들과 일일이 악수하고 부부동반 기념촬영도 했다.
의식이 진행되는 동안 문 대통령과 장성들의 뒤에는 병사들이 손에 든 9개의 깃발이 위풍당당하게 자리를 지켰다. 정중앙의 태극기를 제외하면 군인이 아닌 민간인들 입장에선 ‘저게 과연 무엇을 상징하는 걸까’ 하고 궁금하게 여길 수 있다.
왼쪽부터 육군 지상작전사령부기, 해군기, 합동참모본부기, 봉황기(鳳凰旗), 태극기, 국방부기, 육군기, 공군기, 그리고 해병대사령부기다.
태극기는 당연히 대한민국을 상징하고, 봉황기는 국가원수이자 국군 통수권자로서의 대통령을 상징한다. 조선시대에 봉황이 새 중의 왕이어서 왕실의 상징으로 사용된 것으로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간 봉황기의 존재는 일반에 잘 알려지지 않았다. 그런데 늘 청와대 본관 앞에 태극기와 나란히 게양돼 있던 봉황기가 지난 2017년 3월10일 오후 갑자기 사라지면서 대중의 주목을 받았다.
대통령이 주관하는 행사에서 늘 태극기와 함께하는 봉황기는 대통령을 상징한다. 그런데 2017년 3월10일 오전 헌법재판소는 비선실세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국회 탄핵소추를 받은 박근혜 당시 대통령 사건을 선고하며 재판관 8명 전원일치로 탄핵 및 파면 결정을 내린다.
헌법과 법률에 따라 헌재가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고 선고한 바로 그 순간 박 대통령은 대통령직을 잃고 전직 대통령이 되었다. 대통령이 사라졌으니 당연히 봉황기를 내린 것이다.
9개 깃발의 서열을 따져보면 ‘태극기>봉황기>국방부기>합참기>육군기>해군기>공군기>육군 지상작전사령부기>해병대사령부기’ 순서다. 국방부 장관이 합참의장보다 높고, 또 합참의장이 육·해·공군 참모총장보다 높아 이런 순서가 됐다.
육군기와 해군기, 공군기는 각각 육·해·공군의 참모총장을 상징한다. 참모총장 3명은 계급이 모두 대장(★★★★)으로 동일하나 우리나라 국군조직법상 육군의 서열이 가장 앞서고 그 다음 해군, 공군 순이다.
육군 지상작전사령부는 사령관 계급이 참모총장과 같은 대장(★★★★)이고 전투를 주임무로 하는 우리나라 모든 부대를 통틀어 규모가 가장 크다. 따라서 이날 영예로운 깃발 대열에 합류했다.
해병대사령부기가 9개 깃발 중 가장 ‘말석’에 놓인 건 사령관 계급이 중장(★★★)으로 제일 낮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해병대는 육·해·공군과 대등한 독자적 군종이 아니고 해군 소속이란 점이 작용한 결과다. 우리나라 해병대는 병력이 약 2만8000여명으로 육군의 1개 군단급 규모에 해당한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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