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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착지근 소갈비, 숯불에 지글지글… 국민 입맛 평정 [안젤라의 푸드트립]

, 안젤라의 푸드트립

입력 : 2019-04-13 10:00:00 수정 : 2019-04-12 20:3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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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포천 / 원조 김미자 할머니, 50년 세월 손금 닳도록 갈비 재고 또 재고… / 식당 안 400년 묵은 느티나무에 손님들 꽂아놓은 돈뭉치 ‘눈길’ / 전통주 고집 배상면주가 양조장 ‘산사원’… 생쌀로 빚은 술맛 일품
한때 포천을 찾는 사람들은 군에 입대한 아들이나 친구의 면회를 온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8사단, 5군단, 6군단. 일반인에게는 너무나 생소하지만 포천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익숙한 단어다. 포천은 지리적으로 남과 북이 연결되는 거점도시일뿐만 아니라 한탄강, 포천천, 명성산, 운악산 같은 자연생태 1등급 지역이기 때문에 역사, 전통, 문화, 환경, 생태가 균형적으로 발달돼 있다. 벚꽃이 화려한 자태를 뽐내고 있는 4월의 봄. 포천의 명물을 찾기 위해 봄바람을 맞으며 서울에서 차로 1시간30분을 달려 포천에 다녀왔다. 안젤라의 푸드트립 스물두번째 목적지는 포천이다.

 

#포천의 명물 수제양념 이동갈비

포천에 가보지 않은 사람은 있어도 포천이동갈비를 처음 들어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포천이동갈비는 우리나라 갈비의 대명사이자 포천의 대표적인 음식 중 하나다. 포천이동갈비는 휴가를 나온 군인들이 먼저 먹으면서 유래됐다고 한다. 1970년 군 입대한 아들을 만나려고 경상도에서 온 한 어머니가 집에서 직접 가지고 온 소갈비를 들고 포천의 한 돼지갈비집을 찾았다. 내일 군대에 있는 아들과 고기를 먹을 예정인데 양념해서 구워 주면 양념값과 식사까지 함께 계산을 하겠다며 사정을 했다고 한다. 귀한 아들에게 고기를 먹일 생각에 비싼 쇠고기를 직접 사서 들고 왔지만, 날이 더워서 생고기로 구워 먹기에는 고기의 맛이 변했기 때문이다. 돼지갈비집 주인은 고기를 받은 뒤 다음 날 가장 좋은 암소고기를 사서 양념을 한 뒤에 노모와 아들에게 식사를 대접했다고 한다. 그 후로 소문이 나 포천에 있는 많은 고깃집이 쇠고기를 달착지근한 돼지고기 양념에 버무려 판매하기 시작했다.

포천이동갈비는 포천 내 이동이라는 지역에 고깃집이 밀집해 포천의 대명사가 되어버렸다. 실제로 이동에 가면 큼지막한 포천이동갈비집이 즐비해 어디를 갈지 고민하게 된다. 이번 여행에서 찾은 고깃집은 원조이동 김미자 할머니 갈비집이다. 문을 연 지 50년 넘은 곳으로 김미자 할머니가 손수 만든 메주와 간장으로 양념한다. 이동갈비의 진미는 감칠맛나는 양념에 있는데 삼삼한 맛의 간장에 여러 가지 과일즙을 넣어 지금까지도 김미자 할머니가 직접 갈비를 재우고 있다. 50년 이상 갈비를 재우다 보니 손금도 잘 안 보인다는 김미자 할머니는 매일 찾아오는 손님들 때문에 한 번도 이동면 장암리를 떠나 본 적이 없다고 한다.

깨끗한 숯불 위에 때가 묻지 않은 철판을 올리고, 직접 담근 백김치와 파무침, 도라지, 콩나물 등이 반찬으로 나온다. 그리고 배 한 쪽이 다소곳하게 누워 있는 포천이동갈비가 나온다. 식사를 하는 동안 고기를 계속해서 구워 주기 때문에 고기를 태워 먹을 일이 없고, 친절한 종업원분들의 배려로 고기맛에만 집중할 수 있는 식사를 할 수 있다.

식당 안에는 400년 묵은 큰 느티나무가 있는데, 자세히 보니 돈뭉치가 여기저기 껴 있다. 손님들이 모두 끼워 놓은 돈들인데 양념갈비를 맛있게 드신 분들에게 복이 들어오도록 매일 기도하고 있다고 한다. 그 때문일까. 이날 김미자 할머니의 포천이동갈비를 먹고 난 후 좋은 일이 계속해서 생기고 있는 기분이 든다.

#깨끗한 자연을 담은 양조장 탐방

약식주동원(藥食酒同原). 약, 음식, 술의 근원은 모두 같은 자연이라는 의미로 옛 선조들의 지혜가 담겨 있는 말이다. 이 가치관을 가지고 우리 전통주를 담그고 있는 양조장이 포천에 있다. 바로 배상면주가. 1996년에 설립된 배상면주가의 배상면 회장은 ‘누룩왕’으로 불릴 정도로 평생을 누룩 연구와 좋은 술을 만들기 위해 헌신한 인물이다.

이곳은 대표술 느린마을 막걸리를 비롯해 산사춘, 심술, 세시주, 오매락퍽, 복분자음, 빙탄복과 같은 다양한 약주, 과실주, 증류주를 만들고 있다. 최고보다는 차별화된 술을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개발한 것이 바로 ‘생쌀발효법’이다. 보통 탁주는 고두밥을 지어 말린 뒤 누룩과 섞어서 술을 빚는다. 반면 이곳은 생쌀을 가루내 누룩과 함께 버무려 술을 빚는다. 생쌀로도 술이 빚어지는 이유는 힘이 강한 누룩을 사용하기 때문인데 이곳에서는 씨누룩을 직접 볼 수 있다.

배상면주가의 양조장 산사원에서는 배 회장의 유품들을 모아 놓은 방을 만날 수 있다. 이곳은 그가 평생 연구하고 노트에 메모했던 내용들로 벽지를 꾸몄고, 우리 술에 대한 이야기들로 꽉 채워져 있다. 배상면주가가 명품술, 명품 브랜드로 남을 수 있었던 것은 배 회장과 가족들의 술에 대한 옛 기록 수집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배상면주가의 제조·유통 융합 비즈니스 ‘동네방네 양조장’ 서비스도 인기다. 막걸리를 만들고 싶어하는 사업주가 ‘공덕역막걸리’, ‘천호동막걸리’ 등 각 지역의 동네 이름을 내걸고 직접 제조, 유통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마다 다른 양조장 주인의 손맛을 보여주는 수제막걸리 양조장 플랫폼인 셈이다. 수제 맥주에 이어 내 손으로 빚는 수제 막걸리가 보편화되면 막걸리 시장의 확대를 도모하는 경제효과가 기대된다.

김유경 푸드디렉터 foodie.angel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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