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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조양호 회장, 중병 앓으면서도 숨긴 까닭은?

입력 : 2019-04-08 23:00:00 수정 : 2019-04-08 22:0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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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호(70) 한진그룹 회장이 급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가운데, 사인(死因)을 놓고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습니다.

 

대한항공은 조 회장이 미국의 한 병원에서 폐질환으로 치료받던 도중 별세했다고 8일 밝혔는데요.

 

평소 앓고 있던 폐질환이 최근 대한항공 주총 결과 등에 대한 충격과 스트레스 등으로 병세가 급격히 악화한 것으로 보인다는 전언입니다.

회사 측은 고인의 폐질환이 정확하게 무엇인지는 밝히지 않았으나, 의료계 관계자 말을 종합해볼 때 조 회장은 그간 '폐섬유화증(폐섬유증)'을 앓았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폐섬유화증은 폐가 섬유화되면서 점차 딱딱해지고 기능이 떨어져 결국 호흡곤란으로 사망에 이르는 질환인데요. 온몸에 산소를 공급해주는 게 폐의 가장 중요한 역할인데, 이런 폐가 굳어 산소를 혈류로 옮기지 못함으로써 호흡곤란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조 회장이 앓았던 것으로 추정되는 ‘폐섬유화증’ 10년 생존율 15% 불과

 

이 질환은 진단 후 5년 생존율이 43%, 10년 생존율이 15%에 그칠 정도로 병의 경과가 좋지 않은 데다, 아직 증명된 치료법도 없는 실정입니다.

 

담배를 오랫동안 피운 중년층에서 발병률이 높아 흡연이 대표적인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해당 질환의 대표적인 증상은 호흡곤란입니다. 실제 폐섬유화증으로 사망한 환자의 80%가량이 극심한 호흡곤란을 호소했는데요. 중증 폐섬유화 상태로 악화할수록 이같은 증상은 더욱 심해지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각에서는 조 회장이 최근 각종 스트레스가 심해지면서 원래 앓고 있던 폐섬유화증을 더욱 악화시켰을 수 있다는 분석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습니다.

 

스트레스로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에선 항생제조차 잘 듣지 않아 폐섬유화증 악화속도가 더욱 빨라져 갑작스런 사망으로 이어졌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한진그룹에 따르면 조 회장은 지난해 12월 초 로스앤젤레스(LA)로 건너가 병원에서 폐 질환 관련 수술을 받았습니다.

 

당시 그룹 측은 조 회장의 방미에 대해 LA에 있는 윌셔 그랜드호텔 등 사업장 방문과 요양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는데요.

 

다만 미국으로 출국할 당시부터 건강이 좋지 않아 업무를 보지 않았고, 수술 후 LA에 있는 자택과 칼호텔에 머무르며 통원치료를 받았다는 것이 업계의 전언입니다.

◆趙 각종 스트레스로 면역력 떨어져, 항생제 제대로 듣지 않아…폐섬유화증 악화속도 더 빨라졌을 듯

 

검찰의 기소로 재판을 앞둔 조 회장이 작년 말 출국금지를 당하지 않고 미국으로 향할 수 있었던 것도 그가 생각보다 심각한 폐 질환을 앓고 있었다는 방증인데요.

 

수사당국은 조 회장 변호인이 지난해 영장실질심사 당시 그가 질병으로 치료중이라는 사실을 알려 이를 처음 인지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조 회장이 미국에서 치료받을 필요가 있다고 해 출국금지를 풀어주고, 영장을 다시 청구하지 않는 등 그의 건강을 최대한 감안하면서 수사 속도도 조절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럼에도 조 회장이 이같은 사실을 숨긴 것은 그룹 일가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아 와병(臥病)을 핑계 삼는다는 비판을 사전에 의식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앞서 그룹 측은 조 회장이 수술 뒤 경과가 좋았고 몸이 회복하는 단계였는데, 지난달 말 건강이 급속도로 악화했다고 밝혔는데요.

 

이 시기는 조 회장이 대한항공 대표이사직을 상실한 때입니다.

 

앞서 지난달 27일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그는 사내이사 연임에 도전했으나, 국민연금과 소액주주들이 반대표를 던져 결국 연임에 실패하고 대표이사직을 박탈당한 바 있습니다.

 

조 회장 곁에는 아내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과 차녀 조현민 대한항공 전 전무가 남아 미국 현지에서 병간호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주말 조 회장의 병세가 악화됐다는 소식에 장남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과 장녀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도 급히 미국으로 떠나 아내와 세 자녀가 조 회장 임종을 지킨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홍준표 “조 회장, 문재인 정부 첫 피해자…文 국민연금 악용해 기업 빼앗는데 사용했다”

 

이런 가운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조 회장의 별세를 놓고 일부 정치인의 발언이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습니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이날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고인이 된 조 회장을 ‘문재인 정권의 첫 피해자’라고 표현했습니다. 그는 “문재인 정권은 국민들의 노후생활을 보장하라고 맡긴 국민연금을 악용해 기업 빼앗는데 사용해 연금 사회주의를 추구해왔다”고 주장했습니다.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도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조씨 일가가 언론과 노조, 참여연대, 국민연금으로부터 집중 공격을 받아오다가 조 회장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습니다.

 

이같은 발언은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방안인 ‘스튜어드십 코드’를 지적한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월 “공정경제를 위해선 대기업의 책임있는 자세가 중요하다”며 “정부는 대기업 대주주의 중대한 탈법과 위법에 대해서는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를 적극적으로 행사해 국민이 맡긴 주주의 소임을 충실히 이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조 회장은 지난달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등으로 인해 경영권을 상실하게 된 첫번째 사례로 기록, 한차례 굴욕을 겪은 바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다른 소액 주주들의 합세도 그의 경영권 박탈에 영향을 미쳤다고 했으나, 그를 사지로 밀어내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다름 아닌 국민연금이라는 것엔 이견이 없습니다.

 

◆‘스튜어드십 코드’가 뭐길래?…경영단체들 조 회장 공로 기리고 애도

 

전국경제인연합회와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단체들은 조 회장의 공로를 기리고 애도를 표명했습니다.

 

전경련은 논평을 통해 "항공·물류산업의 선구자이자 재계의 큰 어른으로서 우리 경제 발전을 위해 헌신한 조 회장께서 별세하신 데 대해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그는 지난 45년간 변화와 혁신을 통해 황무지에 불과하던 항공·물류산업을 일으켜 세계적인 반열에 올려놓았다. 덕분에 우리나라는 우수한 항공·물류 인프라를 바탕으로 경제 발전의 초석을 다지고 역동적인 성장을 할 수 있었으며, 세계 무역 규모 6위의 경제대국으로 우뚝 설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조 회장의 별세는 재계를 넘어 우리 사회에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며 "우리 경제계는 고인이 선대에 이어 평생을 실천한 '수송보국(輸送報國)'의 유지를 이어받아 우리 경제의 활력을 높이고 국가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경총도 조 회장 별세에 대한 입장문에서 "경영계는 큰 충격을 느끼며 삼가 고인에 대한 심심한 애도를 표한다"며 "조 회장은 지난 20년간 한진그룹과 대한항공을 이끌어 오면서 대한항공을 단단한 글로벌 항공사로 키웠고 항공산업과 경제 발전에도 크게 기여했다.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을 역임하는 등 국가적 행사에도 공로가 많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고인은 2004년부터 경총 부회장으로 재임하면서 경영계 리더로 모범을 보여 왔다"며 "경영계는 고인의 기업가정신과 경영철학, 국가 경제발전을 위한 헌신을 기려나갈 것이다. 대한항공이 흔들림 없이 세계적인 항공사로 더욱 성장해 나가기를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대한상의는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과 임직원들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며 "조 회장은 평생 국내 항공·물류산업의 발전에 많은 공헌을 했다"고 전했습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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