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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 여중생 살인사건’ 제보자 증언 용의자 “손톱 반짝여”

입력 : 2019-03-31 11:51:44 수정 : 2020-01-15 14:4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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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매니큐어 살인사건’으로 세상을 떠들썩 하게 만든 장기 미제 사건 ‘포천 여중생 살인사건’의 제보자가 16년 만에 등장했다. 이 제보자는 용의자로 추정되는 남성의 인상 착의에 대해 “얼굴이 창백할 정도로 새하얗고, 투명 매니큐어를 바른 듯 손톱이 반짝거렸다”고 밝혔다. 

 

지난 30일 오후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장기 미제사건로 남아있는 ‘포천 여중생 살인사건’을 파헤쳤다.

 

사건의 개요는 이렇다. 2004년 2월8일 오전9시쯤 경기도 포천시 소흘읍 송우리 인근 도로변 인근 배수로에서 지름 60㎝ 좁은 배수관 안에서 여중생 엄모양의 변사체가 발견됐다. 입구로부터 1.5m 안쪽에 알몸으로 웅크린 모습이었다. 석달 전 실종된 엄양은 엄마와 통화를 하며 귀가 하던 중 흔적도 없이 사라지며 연락이 두절됐다.

 

엄양의 어머니는 딸과 연락이 닿지 않자 바로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다. 이후 사건을 전담한 포천경찰서는 수사전담반을 꾸렸고, 군인 장병들까지 동원해 실종장소 일대를 샅샅이 수색했다. 그리고 실종 95일 만에 엄양의 사체가 발견된 것이다. 

 

엄양의 시신은 발견 당시 부패가 심했기 부검이 불가능했고 이 때문에 경찰은 엄양에 대한 사망 시간과 사인을 특정할 수 없었다. 또 알몸으로 발견돼 성폭행 피해가 의심됐지만 정액 반응 검사에서 ‘음성’ 반응이 나왔다. 눈에 띄는 외상이나 결박 흔적도 보이지 않아 수사에 난항을 겪었다.

 

현장에서 나온 유일한 단서는 죽은 엄양의 손톱과 발톱에 칠해져 있던 ‘빨간 매니큐어’뿐이었다. 심지어 엄양 손톱은 매니큐어를 칠한 뒤 깎은 흔적도 있었다.

 

엄 양은 평소 매니큐어를 칠하지 않았고 더불어 당시 엄 양의 모교 규율 상 학교에 매니큐어를 칠하고 등교할 수 없었다. 거기다 이 매니큐어는 엄양 사후에 칠해진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사체를 직접 확인했던 김윤신 교수는 “매니큐어가 칠해진 사건은 처음”이라며 “상당히 깔끔하게 발라져 있었다”고 설명했다. 

 

프로파일러 이수정 교수는 “몸 안에서 제3자의 정액이 나오지 않았다고 하여 성범죄가 아니라고 할 수 없다”라고 말하며 가해자가 성도착증을 가진 것 같다고 추측했다. 피해자의 손톱, 발톱 잘라 가져간 것도 성도착증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봤다.

 

이 교수는 “이름표를 뗀 것을 보면 피해자 물품을 수집하는 살인범일 수도 있다”라며 연쇄살인범이라는 가능성을 제시하기도 했다.

 

엄양의 교복 넥타이를 제외한 교복, 속옷, 스타킹이 발견되지 않았는데 범인은 엄 양을 살해한 후 이 것들을 하나의 기념품으로 생각하고 가져갔다고 추정된다는 것이다.

 

엄양이 사라질 당시 낯선 흰색 차량을 목격했다는 제보가 있었고 경찰은 엄양이 이 차량에 납치됐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대대적인 수사를 펼쳤지만 끝내 유력한 용의자를 특정하지 못했다. 결국 엄양에 대한 사건은 장기 미제 사건으로 남았다.

 

 

그러던 중 지난 3월 ‘그것이 알고 싶다’ 취재팀으로 한 통의 제보 전화가 걸려왔다.

 

제보자는 “포천 여중생 살인사건이요. 이야기를 해야 할 시점이 왔나 봐요. 그때 겪었던 일을 말 못했던 게 너무 미안해서”로 시작되는 전화였다. 엄양과 이웃한 마을에 살던 제보자 한씨는 엄양이 실종되기 일주일 전 겪었던 끔찍한 일을 털어놨다. 당시 대학생이었던 한씨가 저녁시간 걸어서 귀가하던 중 낯선 흰색 차량이 다가와 동승을 권유했단 것이다. 

 

차량에 탑승한 한씨가 도착지에 도착해 내려달라고 요청했으나 운전자는 한씨의 말을 무시하고는 문을 잠근 채 계속 운전을 했다. 달리는 차문을 억지로 열고 죽을 각오로 탈출한 한씨는 놀랍게도 16년이 지난 지금까지 당시의 섬뜩했던 기억과 운전자의 인상착의가 또렷이 남아있다고 한다.

 

한씨는 범인에 대해 “얼굴이 창백할 정도로 하얗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화장을 했나 싶을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이어 한씨는 “눈은 밝은 갈색이라 검은 색소가 부족하다는 느낌이었다”며 “남자 손이 매우 하얗고 반짝거렸다. 손이나 팔에 털이 전혀 없었다. 그리고 투명 매니큐어를 바르고 손질을 한 것처럼 손톱이 반짝거렸다”라고 설명했다.

 

한씨의 기억을 토대로 몽타주를 만들었고 이를 본 한씨는 “너무 비슷하다”고 밝혔다. 이후 한씨는 최면수사를 통해 차량번호가 “경기 735*”이라고 기억했다. 또 인근 공업사에서 나와 자신을 따라왔다는 기억도 떠올렸다.

 

제작진은 해당 공업사에 찾아가 한씨가 봤다고 한 차량번호가 2003년 당시 있었는지를 확인했다. 그러나 전산 기록이 2006년부터 남아 찾지 못했다. 다만 2006년 이후 공업사에 온 ‘경기 735*’ 차량을 찾았다. 이는 인근에 사는 정모씨의 차량이었다.

 

정씨는 2003년 10월 해당 차량을 누가 몰았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들이 끌다 엄마를 준 것 같다”고 말했다. 당시 아들은 20대였다. 이후 제작진은 정씨의 아들을 만났지만 아들은 직업상 해당 시간에 포천에 있을 수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한씨가 증언한 175㎝의 호리호리한 체격, 깔끔한 손 등의 몽타주 속 외모와 정씨 아들은 거리가 있어 보인다고 제작진은 설명했다.

 

한씨 증언에 따른 용의자의 인상착의를 종합해보면 ▲2003년 당시 20 ~ 30대 추정, 현재는 30대~40대 추정▲2003년 전후 경기 포천 혹은 의정부 인근에 거주▲흰색 승용차(소나타 추정) 운전, 당시 차번호 경기 XX 735X▲키 170~175cm, 밝은 갈색 눈동자▲가느다란 손가락, 깔끔하게 정리된 손톱▲수염과 털이 거의 없는 편의 인상착의를 알 수 있다. 

 

제작진은 제보자 한씨가 등장하면서 더 많은 제보 전화가 걸려오고 있다고 밝혔고 추가 제보를 부탁했다. 이에 대해 경기북부경찰청 관계자는 “미제사건이 된 것은 단서나 돌파구를 발견하지 못해서”라며 “어떤 제보라도 해주면 고맙다. 제보 하나하나가 우리에게 단서다. 연관성을 정확하게 추적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혜원 온라인 뉴스 기자 hodujang@segye.com 사진=SBS‘그것이 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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