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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급 맞으니 근절되지 않는 암표, 단속만이 능사일까? [일상톡톡 플러스]

입력 : 2019-03-31 05:00:00 수정 : 2019-03-30 12: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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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명 아이돌 그룹의 콘서트 티켓이 정상가보다 수십배 높게 되파는 행태가 반복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전문 암표상들이 ‘매크로(자동명령) 프로그램’을 이용해 무더기로 표를 확보한 후 비싸게 되팔고 있지만, 현행법상 제대로 된 처벌 규정이 없어 활개를 치고 있습니다.

 

시민들은 수요가 있으니 암표가 기승을 부리는 것이라며 암표 판매상은 물론 티켓 구매자들도 문제라고 말합니다.

 

이렇다 보니 정작 선량한 팬들은 티켓을 구입하지 못한다고 하소연하고 있는데요.

 

팬들을 기만하는 행태가 계속되자 매크로 프로그램 사용 암표 거래 처벌 규정을 신설하고 과태료를 1000만원으로 하는 등의 법안들이 발의됐지만, 아직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암표 문제에 대한 지적은 수년째 나오고 있는데도 관련 부처는 지난해 5월에서야 한국법제연구원에 암표 거래 근절을 위한 연구 용역을 맡겨 ‘늑장 대처’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시민들 “수요 있으니 암표 기승…암표판매상은 물론 티켓구매자도 문제”

 

전문가들은 공연장에서 티켓 예매자 본인 확인 강화를 넘어 온라인 암표 처벌 관련 법이 하루빨리 정비돼야 암표 근절의 실효성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렇다 보니 여러 자리를 싹쓸이한 뒤 차액을 남겨 파는 이른바 ‘플미충’(프리미엄+충)이란 신조어도 생겼는데요.

 

1년에 몇 번 되지 않는 기회, 결코 적지 않은 금액을 지불할 각오를 가지고 공연을 기대하는 팬과 관객들에게 처음부터 불쾌한 경험을 안겨주는 플미충을 지적하는 여론이 쇄도하고 있습니다.

 

수십 배에 달하는 웃돈을 주는 암표는 그동안 많은 팬들을 보유한 아이돌 그룹 콘서트나 스타 배우·해외 원작 출연진이 나오는 뮤지컬 등에서 종종 목격됐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팬미팅은 물론 영화 개봉 인사, 무료입장 공연 등에서도 플미충 암표가 나타나고 있는 상황입니다.

 

관객 동원력이 상당한 유명 연예인 공연이나 대형 스포츠 경기를 앞두면 티켓 거래 사이트는 물론 사회관계망서비스(SNS)까지 웃돈을 붙인 암표 거래를 위한 채널로 전락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예매사이트도 이같은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으나 평범한 관객들의 불편을 생각하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며 고충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암표 거래가 늘어난 것은 그만큼 공연장을 찾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공연계 전체의 저변이 확대된 측면도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18 문화 향수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국내 문화·예술 관람률은 81.5%를 기록하면서 사상 처음으로 80%를 돌파했습니다. 2016년 대비 3.2%포인트 증가한 수치로, 1988년 첫 조사 이후 가장 높았는데요. 관람 횟수로 따지면 연간 평균 5.6회로 2년 전보다 0.3회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온라인·SNS 통한 개인간 암표 거래 어떻게 적발?

 

현행법상 공연장에서 암표를 팔다 걸리면 범칙금을 내야 하지만, 온라인으로 거래하고 티켓을 우편으로 보낼 경우 이렇다 할 처벌 규정이 없습니다.

 

결국 암표상이나 암표를 구매한 관객에게 제재를 가할 수 있는 방법은 강력한 처벌 법안을 마련하는 것뿐인데요.

 

‘매크로 프로그램을 통한 티켓 구매를 금지하자’는 내용으로 발의된 법안은 이달 기준 총 9건입니다.

 

△상습적 또는 영업 목적의 티켓에 웃돈을 붙여 판매하는 것을 규제하는 공연법 개정안 △매크로를 이용한 사재기··판매를 금지하는 경범죄 처벌법 개정안 △전자상거래에서 매크로를 금지하자는 전자상거래법 개정안 △재산상 이득을 위한 매크로 금지를 내용으로 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등도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법안들이 대부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게 중론입니다.

 

이처럼 법제도가 미비한 상황에서 일반 관람객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해야 하는 걸까요?

 

이상용 충남대 교수는 중앙 SUNDAY와의 인터뷰에서 "민법상 티켓대행업체와 이용자 간의 계약을 통해 채무불이행 책임을 해석에 의해 끌어낼 가능성이 있다. 도구 사용의 불평등 문제로 이용자들 사이에 구조적인 차이가 생기니 민법상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한 차별적 행위라 비난할 순 있지만, 현재로선 특별법이 마련되지 않는 이상 매매계약 자체를 무효라고 할 순 없다"면서도 "다만 예매 사이트에 매크로 사용금지라는 이용약관이 있다면 효력을 무효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용자가 예매 사이트를 상대로 책임을 물을 수 있다"며 "내가 대행업체를 통해 티켓을 매수하기 위해 가입했으니 대행업체는 정당한 방법으로 적절하게 티켓매수 환경을 제공할 의무가 있는데, 상황을 방치한 결과 정상적인 방법으로 매수할 수 없다면 넓게 해석해 대행업체에 채무불이행 책임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美 티켓 재판매 OK…“우리도 부작용 최소화하기 위한 양성화 방안 검토해봐야”

 

해외는 암표 문제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요?

 

우선 이웃 나라 일본의 경우 일정 기간 접수를 받은 뒤 추첨을 하고 있습니다.

 

미국 등에서는 티켓 재판매 시장을 인정해 합의된 규정하에서 거래가 이뤄지도록 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티켓 재판매를 '합법화'하자는 의견을 내놓고 있습니다.

 

김석주 스포츠산업경영학회 이사는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수요와 공급이 맞아 이뤄지는 개인 간 거래를 막아선 안 된다”며 “미국의 경우 50개 주 가운데 38개 주에서 재판매를 허용한다”고 말했습니다.

 

고희경 홍익대 공연예술경영학과 교수는 역시 “개인 사정으로 인한 취소 티켓이 생기고, 돈을 조금 더 줘서라도 좋은 공연 표를 사겠다는 사람들이 있는 한 음성적 티켓 거래는 없앨 수 없다”며 “암표를 부정적으로만 보지 말고 부작용 최소를 위한 양성화 방안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매크로가 '문화적 행복'에 대한 국민의 권리까지 침해하는 것에 대해서 개탄을 금치 못한다는 한 정치인의 발언을 곱씹어봐야 하지만, 무조건 단속과 처벌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반론도 있는 상황입니다.

 

정부가 암표 이슈에 대해 어떤 해결책을 내놓을지 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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