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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 공포’ 급부상…장기불황의 전조 vs 일시적인 지표 하락 [김현주의 일상 톡톡]

입력 : 2019-03-28 05:00:00 수정 : 2019-03-27 10: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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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 공포, 전세계 경제 뒤덮어…장·단기 금리역전, 1~2년 내 경기침체 발생했던 전례 / 일시적으로 전세계 증시 급락…차츰 안정세 되찾는 모습 / 美 연준 “경기침체 신호 아냐” 부인했지만 침체 우려 여전…주요 국가 경기상황 불안감 지속 / 수출의존도 높은 韓 글로벌 경기 움직임에 민감…내수 부진, 수출마저 흔들리면 상당한 타격 / 추경 편성, 규제 완화 등 정부 종합대책 수립해야

경기침체 우려를 넘어 공포가 우리나라를 포함 전 세계 경제를 뒤덮고 있습니다. 지난 22일 미국 뉴욕시장에서 국채 장기물(만기 10년) 금리가 단기물(만기 3년)보다 낮아지는 금리역전 현상이 발생하면서 경기침체 공포가 다시 급부상하고 있는데요.

 

과거 장·단기 금리가 역전되면 1∼2년 내 경기침체가 발생하곤 했는데, 12년 만에 역전현상이 나타나자 투자자들이 공포감에 휩싸인 것입니다. 이같은 영향으로 지난 25일 한국의 코스피지수는 1.92% 떨어졌고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3.01%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1.97% △홍콩 항셍지수는 2.03% 각각 하락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글로벌 증시가 어느 정도 안정세를 되찾았다는 점입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장·단기 금리 역전현상에 대해 "경기침체 신호로 보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모하마드 엘-에리언 알리안츠 수석 경제자문도 연준이 이렇다 할 정책 실수만 하지 않는다면, 올해와 내년 미국 경기침체는 발생하지 않을 듯하다고 내다봤습니다. 최근 월가 전문가들의 경기둔화 우려와 달리 낙관적 의견을 피력한 셈입니다.

 

그럼에도 경기침체 우려는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과 중국, 유럽 등 주요 국가 경제상황에 대한 불안감이 여전하기 때문입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올해 자국 경제성장률이 3%를 넘어설 것으로 큰 소리를 치고 있으나, 2% 초반대를 겨우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로 작년의 6.6%보다 낮은 6∼6.5%를 제시했으나, 대내외 변수 등을 종합해보면 이마저도 달성하기 여의치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 경제는 수출의존도가 높아 글로벌 경기 움직임에 민감할 수 밖에 없습니다. 지금처럼 내수가 부진한 상황에서 수출마저 흔들린다면, 우리 경제는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습니다. 일부 예측기관들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이 2%대 초반으로 주저앉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는데요.

 

정부는 필요할 경우 추가경정예산 편성은 물론 산업구조 개혁방안, 제조업경쟁력 강화 종합대책 등을 추가로 수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정부와 국회 모두 비상한 각오로 적극적인 정책 발굴과 함께 강한 실천력을 보여줘야 할 때입니다.

 

기업들도 각오를 새롭게 해야 합니다. 경제전문가들은 국내 굴지의 대기업은 물론, 상당수의 다른 중견기업들도 실적 부진이 우려된다고 말합니다. 기업들이 움츠려들지 않고 기술 혁신과 효율적인 투자에 나설 수 있도록 당정은 규제완화 등 '당근'을 제공해야 합니다.

경기상황을 나타내는 지표인 '동행지수 순환변동치'와 향후 경기 국면을 예고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가 8개월 연속 동반 하락하고 있어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28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99.1,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98.5로 전월 대비 각각 0.1포인트, 0.4포인트씩 떨어졌습니다. 작년 5월 각각 99.6, 100.1을 기록한 뒤 6월부터 올해 1월까지 8개월 연속 두 지표 모두 떨어진 것입니다.

 

이는 현재와 미래 경기여건이 모두 나쁜 상황이 치닫고 있으며, 기간 역시 길어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앞서 동행·선행지수 순환변동치 동반 하락의 최장기록은 1997년 외환위기 때 6개월(1997년 9월~1998년 2월)이었습니다. 2002년 카드대란(2003년 1~5월)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2008년 4~8월) 때도 5개월 만에 상승세로 돌아선 바 있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경기선행지수(Composite Leading Indicators·CLI) 평가는 더 암울합니다. 우리나라의 작년 12월 OECD CLI는 전월보다 0.01포인트 떨어진 99.19를 기록하면서 20개월 연속 하락했습니다.

 

OECD CLI는 6~9개월 뒤 경기 흐름을 나타냅니다. 기준점은 100인데요. 수치가 100보다 크면 경기 상승, 100보다 작으면 경기 하강으로 판단합니다.

 

한국의 OECD CLI는 작년 5월(99.91) 100 아래로 떨어진 뒤 8개월 연속 기준점을 밑돌고 있는데요. 우리나라 경기의 단기 전망이 8개월 연속 하강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특히 작년 12월 한국의 OECD CLI인 99.19는 OECD 회원국 전체(99.20) 보다도 낮았습니다.

 

일련의 지표가 하락하는 현상이 장기간 이어질 경우 경기가 본격적으로 침체하는 국면으로 접어드는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입니다.

 

◆각종 경제지표 악화, 장기간 이어질 경우 경기침체 본격화할 수도

 

설상가상으로 생산·투자지표, 고용여건도 여의치 않습니다.

 

대한민국 경제 성장을 사실상 책임졌던 수출은 감소 국면에 접어들었고, 저출산 영향으로 생산가능인구마저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경제기관들도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을 작년보다 낮은 수준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올해 경제성장률(GDP)을 지난해보다 낮은 2.4%로 예상했습니다. 수출 성장세가 둔화하고, 건설·설비 투자 부진 지속이 성장세 약화의 주원인이라는 분석입니다.

 

한경연은 최근 ‘1·4분기 경제 동향과 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2.4%로 전망했습니다. 이는 한경연이 지난해 발표했던 당초 성장률 전망치 2.7%보다 0.3%포인트 낮은 것입니다.

 

한경연은 수출 증가세 둔화가 올해 국내 성장 흐름 저하를 주도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세계적인 경기 하락 추세에 따른 주요 수출 상대국의 성장률 감소 △미·중 무역 갈등 장기화 △반도체 단가 급락 등 전반적인 교역 조건 악화로 수출 증가율이 지난해 3.9%에서 올해 2.9%로 크게 낮아질 것으로 관측했습니다.

 

한경연은 투자 위축으로 경제성장률도 둔화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설비 투자는 기존 증설설비에 대한 조정, 성장 둔화에 따른 증설 유인 부족, 금리 상승으로 인한 자금 조달 부담 상승 등으로 '마이너스(-)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건설 투자는 정부의 강도 높은 부동산 억제 정책과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감축으로 증가율이 -4.5%까지 확대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민간 소비는 정부의 지속적인 소득지원 정책에도 불구하고 소비 심리 악화, 가계 부채 원리금 상환 부담 증가, 자산 가격 하락의 영향으로 지난해보다 0.2%포인트 감소한 2.4%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점쳐졌는데요. 고용 부진으로 인한 소비 심리 위축, 노동 시장 유연성 약화에 따른 생산성 하락, 반도체 단가 급락, 미·중 무역 마찰 장기화도 성장 위축 요인으로 지적했습니다.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가 국내 주식시장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경기 둔화에 대한 전망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고용 여건은 정부의 대대적인 일자리 정책에도 불구하고 경기 하락에 따른 업황 부진과 인구 구조적 변화로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한경연은 "건설업의 투자 급감으로 건설업 고용에서만 취업자가 16만7000명 이상 감소하면서 제조업 취업자 감소와 함께 고용시장 회복의 제한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정부 대대적인 일자리 정책…인구 구조적 변화, 고용여건 여의치 않을 듯

 

더 큰 문제는 우리나라가 일본식 불황 형태를 일정 시간을 두고 거의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투자 부진과 인구 감소 등이 일본 경기가 장기불황의 늪에 빠지게 만든 주요 원인이었습니다.

 

일본은 1990년대 중반부터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해 고령화가 한국보다 빠르게 진행됐습니다. 2010년부터는 총인구도 감소세에 접어들었습니다. 인구 감소는 일본 경제성장률 둔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는데요.

 

줄어든 인구는 자산가격 하락을 초래했고, 경제 활력을 떨어뜨려 내수가 부진해졌습니다.

 

내수 부진은 경상수지 흑자와 엔고(高) 현상을 유발해 디플레이션(Deflation·경기 침체와 맞물린 지속적인 물가 하락)을 초래했습니다. 물가가 내려가자 가계가 느끼는 부채 부담은 커졌는데요.

 

여유가 없어진 가계는 소비를 줄였고, 이는 내수 악화와 기업 투자 축소로 이어졌습니다. 2000년대 일본에서는 소비자물가가 하락하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주요 선진국 중 유일했는데요.

 

거품이 꺼지기 시작한 1990년부터 2012년까지 일본 경제성장률도 연평균 0.8%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2013년 2.0%를 기록, 한 차례 2%대를 회복한 뒤 2018년까지 0~1%대를 횡보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전문가들은 우리 경제성장률에 중요한 요소인 인구가 20년 정도의 시차를 두고 일본을 따라가고 있다며 향후 한국의 경제성장률 하락은 불가피해 보인다고 우려했습니다. 생산가능인구 감소 등 단기간에 극복하기 어려운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고 부연했는데요.

 

업계 한 전문가는 "최근 인건비 상승과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 비용 증가로 고용과 투자 환경이 악화하면서 내수침체가 심화하고 있다"며 "지난해 경제성장을 견인한 수출의 위협요인마저 현실화하는 상황에서 기업 비용 부담을 완화하고, 경쟁력을 높일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인건비 상승, 이자비용 부담…대외경기 악화, 내수침체 심화

 

이런 가운데 미국발 경기침체 우려에 국내 증시가 급락했습니다. 기관과 외국인 매도세에 코스피 지수는 2150선을 내주면서 5개월 여만에 최대 하락 폭을 보였는데요.

 

지난 25일 2144.86으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국내 증시 급락은 전 거래일 미국 국채시장에서 발생한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직접 영향을 줬다는 분석입니다.

 

22일(현지시간) 미국 국채시장에서 국채 10년물 금리는 3개월물 금리보다 낮아졌습니다. 장·단기 금리가 역전한 것은 2007년 이후 처음 있는 일입니다. 실제 전 거래일 뉴욕 다우존스(-1.77%), S&P500 (-1.90%), 나스닥(-2.50%) 등 3대 지수는 일제히 하락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단기물 금리가 장기물 금리보다 높아졌다는 것은 장기적으로 경기침체 발생 가능성이 있다는 시장 우려가 반영된 것이라고 말합니다.

 

일각에서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머지않아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앞서 연준은 올해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이라고 예고했지만, 시장에서는 연준의 금리 인하 가능성마저 제기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는 연준이 보는 것보다 시장이 보는 미국 경제 하강 속도가 더욱 가파르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최근 미국 경제방송 CNBC는 "채권시장 장단기 금리 역전은 경기 침체를 예고하는 것은 물론, 연준이 이를 막기 위해 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보도했습니다. 로이터통신도 "장단기 금리가 역전되면서 연준의 금리 인하 조치가 가까워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다만 일부에서는 이번 금리역전이 불황과 직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습니다.

 

조슈아 영거 JP모건 금리파생상품전략가는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증시가 급락하는 등 시장에 빨간 등이 켜지고, 장단기 금리차 등 불안한 데이터들이 계속 나타날 경우 연준이 반응할 가능성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지금이 바로 그런 시점이라는 것은 아니다. 수익률 곡선이 경기 침체의 가장 좋은 예측 도구도 아니며, 다른 자료를 함께 봐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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