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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상식 벗어난 김은경 영장기각 사유… ‘코드 사법’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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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3-27 00:31:22 수정 : 2019-03-27 00:3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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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과 협의 관행, 위법 인식 희박’ / 전·현 정권에 다른 잣대 적용 / 법원, 정치권 눈치봐선 안 돼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검찰이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에게 청구한 구속영장이 기각되어 26일 오전 김 전 장관이 서울 송파구 서울 동부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환경부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전 정권에서 임용된 산하기관 임원들에게 사퇴 압력을 가한 혐의로 청구된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 구속영장이 어제 기각됐다. 구속영장 기각 또는 발부는 영장전담 판사 고유의 권한이다. 하지만 서울동부지법 박정길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이례적으로 내놓은 기각 사유를 보면 법리나 상식으로 납득하기 힘든 부분이 많다. 법조계에선 “기각 사유 말미에 ‘객관적인 물증이 다수 확보됐다’면서 앞에서는 기각 이유를 줄줄이 설명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먼저 박 부장판사가 ‘피의자가 퇴직했기 때문에 관련자들과 접촉이 쉽지 않아 증거인멸 우려가 적다’고 판단한 것은 상식에 맞지 않는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살아있는 권력’인 청와대 연루 여부다. 김 전 장관은 퇴직과 관계없이 증거 인멸·조작 가능성이 있다고 봐야 한다. 법원은 앞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김관진 전 국방장관 등이 퇴직 후 민간인 신분임에도 구속했다. 이러니 최근 청와대를 비롯한 여권에서 법원을 압박한 것이 주효했다는 말을 듣는 것이다.

‘청와대와 부처 공무원들이 후보자를 협의하고 내정하던 관행이 있어서 고의나 위법성 인식이 다소 희박해 보이는 사정’이란 기각 이유는 논란을 불러일으킨다.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관행이라고 항변했지만 구속됐다. 전 정권에서 벌어진 일과 같은 사안에 대해 다른 잣대를 적용한 건 형평성에도 어긋난다. ‘코드 사법’이라고 비판받는 이유다. 아무리 관행이라 해도 불법으로 기소되면 단죄하는 곳이 법원 아닌가.

‘최순실 일파의 국정농단과 당시 대통령 탄핵으로 공공기관 인사 및 감찰권이 적절하게 행사되지 못한 사정’, ‘새 정부가 공공기관 운영을 정상화하기 위해 인사 수요 파악 등을 목적으로 사직 의사를 확인했다고 볼 여지도 있다’는 사유도 꺼림칙하다. 탄핵 국면에 대한 판사의 주관적 판단이 깔려 있다. 새 정부의 장관이 공공기관 인사들을 감찰하고 정리할 필요성을 인정하고, 불법 여부 판단에 이를 고려해야 한다는 논리다. 정치적 고려가 담겼다는 의심을 살 만하다.

법원이 정치권 눈치를 봐선 안 된다. 오로지 법과 상식에 따라 판결해 사법부 독립을 스스로 지켜야 한다. 그래야 땅에 떨어진 국민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검찰은 영장이 기각됐다고 주춤거리지 말고 더 철저히 수사해 블랙리스트 전모를 파헤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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