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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의 의혹’ 재수사…수사당국 이번에도 면죄부 줄까? [김현주의 일상 톡톡]

입력 : 2019-03-27 05:00:00 수정 : 2019-03-26 19: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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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의 의혹 재수사 사실상 시작…5년만에 3차 수사하게 된 檢, 비장한 각오로 임해야 / 김 전 차관 태국행 비행기 탑승하려다 긴급출국금지 당해…심야 출국 시도, 신속한 재수사 자초했다는 시각도 / ‘별장 동영상’ 등 두차례 수사 흐지부지된 경위 이번엔 제대로 밝혀야 / 당시 청와대 입김 작용했을 수도 있다는 의혹도 규명해야…특별검사 도입 힘 얻는 분위기 / ‘늑장 수사’ 등 정치적 고려 없어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에 대한 검찰 재수사가 사실상 막이 올랐습니다. 벌써 3번째인데요. 기존 2차례 수사에서 무혐의로 종결한 사건을 5년 만에 3차 수사하게 된 검찰은 비장한 각오로 재수사에 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김 전 차관은 지난 22일 밤 태국행 항공기를 타려다 긴급출국금지를 당했습니다. 2013년 3월 박근혜 정부 초대 법무부 차관으로 발탁된 그는 2007∼2008년 건설업자 윤중천씨 소유의 별장 등지에서 윤씨 등과 함께 특수강간을 저지르고, 성 상납 향응 및 돈을 받은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대검 과거사위원회 진상조사단 출석요구에 계속 불응하던 김 전 차관은 심야 출국 시도로 신속한 재수사 결정을 자초했다는 분석도 나왔는데요. 검찰 과거사위는 25일 "전직 고위 검사가 조사 협조는커녕 심야 0시 출국이라니 국민을 뭘로 보고 그러셨느냐"고 공개 질타하기도 했습니다.

 

재수사에서 '별장 동영상'을 계기로 진행된 2013년과 2014년 두차례 수사가 흐지부지된 경위를 이번엔 제대로 밝혀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경찰이 동영상 속 인물을 김 전 차관으로 특정하고 특수강간 혐의를 적용해 기소의견으로 송치한 사건이 검찰에서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된 이유에 대해서도 국민들은 궁금해하고 있는데요.

 

청와대와 검찰 수뇌부의 입김이 작용했을 수 있다는 의혹도 명명백백하게 규명돼야 합니다. 과거사위가 지적했듯 윤씨와 피해 여성 진술이 있었는데도 수사기관이 뇌물 혐의를 수사하지 않았던 이유도 밝혀져야 합니다.

 

김 전 차관이 법무차관으로 내정되기 전 경찰이 성 접대 의혹 첩보를 확인할 당시 청와대 민정라인의 외압이 있었다는 의혹, 경찰 수사라인을 부당하게 교체했다는 의혹도 이번 기회에 말끔하게 해소해야 합니다.

 

김 전 차관 사건 재수사를 앞두고도 검찰을 불신하는 여론이 상당해 특별검사 도입론도 힘을 얻고 있는 모습입니다. 검찰은 고위 검사가 성범죄를 저지르고 뇌물을 받은 게 사실인지, 이를 덮으려고 청와대 등 검찰 안팎에서 직권을 남용해 수사를 방해했는지 한 점 의혹도 남지 않도록 밝혀야 합니다.

 

전문가들은 특별수사팀을 꾸리든, 특임검사를 임명하든 수사속도가 관건이라며 얼마 남지 않은 공소시효를 날려버리는 ‘늑장 수사’나 정치적 고려가 개입하는 수사가 되어선 안 된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23일 새벽 인천공항에서 태국으로 출국을 시도하다 긴급 출국금지 조치가 내려져 공항 청사를 빠져나오고 있다. 방송 화면 캡처

성폭행·뇌물수수 의혹을 받는 김학의(63)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한 검찰의 세번째 수사가 시작됐습니다.

 

성범죄 혐의만을 들여다보고 무혐의 처분을 내렸던 전과 달리 건설업자 윤중천씨로부터 수천만원의 금품과 향응을 받았다는 의혹이 추가된 데다, 과거 부실수사를 비난하는 국민적 여론이 높아 고강도 수사가 예상됩니다.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가 지난 25일 한 수사 권고는 김 전 차관의 뇌물수수 혐의, 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과 이중희 전 민정비서관의 수사외압 혐의 등 크게 2가지입니다.

 

특수강간 등 혐의를 다시 규명하기 위해선 넘어야 할 관문이 적지 않은데요. 이미 검찰이 두 차례 무혐의 처분을 했고, 법원마저도 재정신청을 기각한 만큼 재수사를 권고하려면 충분한 증거확보가 필요하다고 과거사위는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김 전 차관이 뇌물수수 혐의를 받는 게 처음은 아닙니다.

 

경찰은 '성접대 동영상' 의혹이 처음 제기된 2013년 그의 금품수수 정황을 추적한 바 있습니다. 경찰은 당시 윤씨가 김 전 차관에게 금품이 든 봉투를 건네는 걸 봤다는 진술을 확보했는데요.

 

윤씨 측근이 고소당한 일과 윤씨가 검찰에서 세 차례 무혐의 처분을 받은 서울의 한 상가 개발비 횡령 사건에 대해 윤씨와 김 전 차관이 대화하는 걸 들었다는 참고인들 진술도 받아낸 상태입니다.

 

다만 금품 공여자와 수수자가 모두 돈거래를 부인하는 데다, 대가성도 뚜렷하지 않아 수사가 제대로 진척되지 못했습니다. 경찰은 김 전 차관이 받은 성접대에 수뢰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이 역시 공소시효 문제가 걸려 뇌물죄 적용은 수사 초반 접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건을 송치받은 검찰도 수뢰 혐의를 자세히 살피지는 않았는데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3번째 수사…국민적 관심사안, 고강도 수사 예고

 

성상납 뇌물은 액수 산정이 불가능하다고 보고 형법상 뇌물죄를 적용해 공소시효를 5년으로 보는 게 일반적입니다. 성상납이 2006∼2007년 집중적으로 이뤄진 점을 감안할 경우 2013년 초 수사 착수 당시 이미 공소시효가 완성된 상태였습니다.

 

대검 진상조사단은 이미 윤씨에 대한 5차례 조사에서 2005∼2012년 김 전 차관에게 수천만원의 금품을 줬다는 진술을 확보했습니다.

 

뇌물공여죄 공소시효 7년을 넘긴 윤씨가 앞선 검·경 조사 때보다 진전된 진술을 내놓은 것으로 볼 수도 있는데요. 보통 수뢰 액수가 3000만원을 넘을 경우 특정범죄가중처벌법에 따라 공소시효가 10년으로, 1억원 이상이면 15년으로 늘어납니다.

 

검·경이 2013∼2014년 수사 당시 주변 인물에 대한 계좌추적 등을 통해 돈거래 정황을 적극 추적하지는 않았습니다. 일단 검찰 수사는 정확한 뇌물 액수와 구체적 돈 전달 방식에 대한 진술을 확보하고, 대가성을 밝히는 데 집중될 것으로 보입니다.

 

진상조사단으로부터 '기소 의견'과 다름없는 수사 권고를 받아든 검찰로서는 과거 두 차례 수사와 다른 혐의로 김 전 차관을 재판에 넘길 수 있을 정도로 구체적인 증거를 확보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는 시각도 나오고 있습니다.

 

(왼쪽부터) 김학의, 이중희, 곽상도

과거사위가 이날 함께 수사를 권고한 청와대 외압 의혹 역시 수사 경과에 따라 검·경과 정치권에 상당한 파문을 불러올 것으로 보입니다. 2013년 경찰 수사 당시 박근혜 정부 청와대 민정라인 핵심 인사가 인사 조처로 수사를 방해했다는 의혹입니다.

 

경찰이 대전고검장에서 법무부 차관으로 임명된 김 전 차관을 내사하자 곽상도 당시 민정수석과 이중희 민정비서관이 경찰을 질책하고, 수사 지휘라인을 좌천시켰다는 내용이 골자인데요. 김 전 차관이 성접대 의혹에 취임 6일 만에 사퇴하자 청와대가 비위 사실을 파악하고서도 임명을 강행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김 전 차관 성접대 의혹 수사에 참여했던 일부 경찰관이 수사를 전후해 다소 이례적인 인사발령을 받아 뒤늦게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좌천성 짙은 인사발령이어서 수사에 관여한 게 되레 불이익으로 작용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는데요.

 

2013년 3월 초 경찰은 김 전 차관 관련 첩보를 확인한 데 이어, 같은 달 중순쯤 특별수사팀을 꾸려 내사에 착수했습니다. 그러는 동안 당시 경찰청장이 사의를 표명했고, 이어 새로운 청장이 취임한 뒤 4월 단행된 첫 인사에서 수사 지휘라인이 교체됐습니다. 본청 최고 수사책임자를 비롯 실무부서장 등이 당시 인사에서 모두 바뀐 것입니다.

 

이 시기는 매년 11∼12월쯤 경찰 정기 인사 시즌도 아니었습니다. 신임 청장이 취임할 경우 조직 쇄신 차원에서 지휘부 일부를 교체하기도 해 전혀 이례적이라곤 할 수 없지만, 중요 사건 수사가 이뤄지는 가운데 단행된 인사치고는 폭이 너무 큰 게 아니냐는 해석이 많습니다.

 

보통 경찰청 계장급에 해당하는 경정들은 한 보직에서 여러 기간 근무하며 승진을 노리는 경우가 많고, 보직이 사라지지 않는 한 과(課)를 옮기는 일도 흔하지 않습니다. 한 경정은 자신이 수사 외근부서에 계속 남는 걸 희망했음에도 지원부서로 자리를 옮겨야 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성접대 동영상’ 감정하던 국과수에 행정관 보내 결과 알려달라고 요구…감찰 차원?

 

경찰이 임명 당일까지 김 전 차관을 수사 또는 내사한 적이 없다고 보고했다는 게 당시 청와대 해명이었으나, 임명 전 수차례 청와대에 비위 의혹을 보고했고 수사 과정에도 외압이 있었다는 경찰 내부 진술이 잇따라 나오면서 당시 지시·보고 관계에 대한 규명이 불가피해졌습니다.

 

진상조사단은 당시 청와대가 김 전 차관을 수사한다는 이유로 부당하게 인사를 냈다면 수사 방해에 해당하며, 결과적으로 사건의 실체를 왜곡하는 데 기여했다고 판단했는데요. 김 전 차관이 등장하는 '성접대 동영상'을 감정하던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행정관을 보내 동영상과 감정 결과를 보여달라고 요구한 건 수사개입이어서 직권남용죄를 적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이중희 전 비서관은 김 전 차관 지명 이전 경찰로부터 내사 착수 사실을 보고받은 적이 없으며, 경찰에 대한 감찰 차원에서 국과수에 직원을 보내 감정 결과를 확인했다고 반박했습니다.

 

이 전 비서관은 "김 전 차관이 지명되기 3~4일 전부터 경찰청 수사국장에게 동영상 관련 첩보가 있는지 얘기해달라고 했는데, 계속 없다고 하다가 지명된 날 오후에 첩보가 있다고 연락이 왔다"며 "그날 저녁에 보고를 받고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감찰을 진행했고, 국과수에 감찰반원을 보내 맞는지 확인한 것이다. 고위공직자에 대한 첩보를 확인하지 않으면 직무유기일뿐 감찰이 직권남용은 아니다. 경찰 인사는 정무수석실에서 담당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가운데 박근혜 정부 출범 초기 청와대 민정수석실 공직기강비서관을 지낸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김 전 차관 임명 전 성접대 의혹 관련 보고서를 썼으나 묵살당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조 의원은 25일 한 매체와의 통화에서 "당시 (김 전 차관 동영상 관련) 검증보고서를 올렸으나 청와대 본관 쪽에서 '본인이 아니라는데 왜 자꾸 없는 사실로 사람을 무고하느냐'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검증 과정에서 저는 최선을 다해야 하니까 경찰 수사 담당자와 통화했다"며 "경찰에서는 모르는 척 했고, 김 전 차관이 임명되자마자 (관련 사실을 공개하며) '뒤통수'를 때렸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나 조 의원은 경찰 수사 초기 청와대의 외압이 있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수사는 내 업무 영역이 아니라 알 수가 없다"며 "당시 박근혜 정부가 출범을 해서 인사 수요가 많이 쏟아졌다. 난 신경 쓸 이유도 없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렇다면 당시 경찰과 청와대 사이에서 허위보고나 보고 묵살 등이 있었는지가 화두가 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는 김 전 차관에 대한 수사 과정을 두고 제기된 각종 외압 의혹을 풀어갈 ‘열쇠’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당시 청와대가 이같은 의혹을 알고도 임명을 강행했고, 그 배경에 박 전 대통령의 의중이 있었다면, 이후 경찰 수사 지휘라인에 대한 이례적 인사는 물론 검찰의 두 차례 무혐의 처분에도 청와대가 영향력을 행사할 일종의 '동기'가 생긴다는 분석입니다.

 

김 전 차관 의혹을 조사하는 진상조사단은 일단 경찰 쪽에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입니다.

 

◆김 전 차관 측 “뇌물수수 의혹 사실무근…도피 의도 無, 죽어도 한국에 뼈를 묻을 생각”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8일, 법무부·행정안전부 보고를 받고 김 전 차관 사건을 철저히 수사하도록 지시하면서 윤씨가 방어적 대응보다 적극적인 협조로 상황을 타개하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윤씨를 조사해온 진상조사단은 최근 당시 검찰이 윤씨의 로비 내역이 적힌 수첩 사본을 받고도 사건 기록에 남기지 않고 돌려준 정황을 포착해 처분이 적절했는지 등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윤씨가 김 전 차관 외에도 정관계 고위급 인사들에게 향응을 제공했다는 의혹도 제기, 사건 규모가 확대될 가능성도 있는데요.

 

법무부는 과거사위 권고 내용을 대검찰청에 넘겨 관련 수사가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할 방침입니다.

 

김 전 차관은 25일 윤씨로부터 수천만원대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습니다.

 

김 전 차관의 변호인은 이날 오후 "과거사위원회의 재수사 권고에 따른 재수사 대상인 뇌물수수 의혹에 대해서 김 변호사(김전 차관)는 전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라고 전했는데요.

 

김 전 차관 측은 전날 뇌물수수 의혹을 보도한 언론사에 대해 "손해배상청구소송 등 법적 대응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동남아로 출국하려다 긴급출국금지 조치를 당한 후 “도피 의도가 없으며, 죽어도 조국에 뼈를 묻을 생각”이라고 언론에 밝히기도 했는데요.

 

김 전 차관 측은 중앙일보에 제목의 A4용지 5장 분량의 입장문을 보내 “법적으로 하자가 없어 출국이 가능하다고 믿었다”며 “심신이 지쳐있는 상황에서 어리석은 판단을 한 것이다. 비행기도 왕복 티켓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김 전 차관 측은 긴급출금 조치를 당할 당시 “여러명 앞에서 소지품에 대한 엄격한 검사를 받았다”며 “짐이 간단한 옷가지 몇 벌뿐이어서 장기간 도피라는 오해는 풀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습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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