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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그럴 자격이 있습니다…드라마 ‘눈이 부시게’ [TV에 밑줄 긋는 여자]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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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3-25 13:47:10 수정 : 2019-03-25 13:4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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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월화극 ‘눈이 부시게’ 12부작이라는 짧은 방영기간을 마치고 지난 19일 끝이 났다. 대배우 김혜자(사진)와 요즘 가장 핫한 여배우인 한지민(아래 사진)의 만남으로 방영 전부터 시선을 끌었고, 방송이 시작되면서부터 뛰어난 영상미와 가슴 저미는 이야기 전개로 시청자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공감을 끌어낸 드라마라는 칭찬이 끊이지 않는다. 

 

“오늘을 살아가세요. 눈이 부시게! 당신은 그럴 자격이 있습니다.” 

 

지난 10일 최종회 마지막 장면에서 치매환자 김혜자는 우리에게 이런 말을 남겼다. 

 

그녀에게 우리가 살아가는 평범한 일상은 아마 평생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그것일지도 모른다. 평범하게 오늘을 살아간다는 것, 누군가에게는 ‘그저 그런’ 하루지만 누군가에게는 다시 못 올 ‘소중한’ 무엇이 아닐까. 

 

저자는 글쓰기 수업 중 ‘합평’을 진행하곤 한다. 합평은 자신이 써온 글을 다른 이들과 나누면서 자신의 글에서 장점을 찾고 이를 더욱 발전시키면서 과정이다. 다른 이들과 자신의 글에 대해 ‘평’을 주고 받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합평에 참여하면 먼저 어떤 의도로 글을 썼고, 어떤 이야기를 담고 싶었는지 밝힌 뒤 낭독을 한다. 글쓴이가 낭독할 동안 다른 이들은 글에서 잘 쓴 표현과 문장을 찾고, 글쓴이가 전달하려고 했던 의도나 주제, 생각이 잘 드러났는지 살핀다. 

 

낭독이 끝나면 돌아가면서 글에 대한 아낌없는 ‘칭찬’이 이어진다. 잘 쓰인 표현과 문장을 직접 언급하면서 구체적으로 칭찬하기를 유도한다. 

 

이때 재미있는 이들이 발생한다. 다른 이들로부터 칭찬을 받은 이들은 사실 자신이 얼마나 바빴고, 그래서 글에 집중할 수 없었으며, 더 잘 쓰고 싶었는데 얼마나 잘 안됐는지부터 펼쳐놓는다. 그리고 연신 쏟아지는 칭찬에 유치원 졸업 후 이런 칭찬은 처음이라는 듯 “제가요?”, “제 글이 그래요?”, “정말인가요?”라고 의구심에 가득 찬 반문들을 마구 쏟아낸다. 

 

눈을 씻고 ‘읽는’ 이를  찾을 수 없는 시대에 책을 읽는 것도 모자라 그것을 발췌하고, 리드에 따라 단상을 쓰는 한편 기록하며 글을 쓰는 ’근육’을 키우는 이들. 거기에서 조금씩 자신의 일상을 글로 남기는 이들. 내가 보기에는 그들은 정말 대단한 이들이고, 칭찬받아 마땅하며, 칭찬받을 만한 ‘자격’이 충분하다. 

 

자신의 일상이 비루하고 보잘 것 없다고, 또는 너무나 평범해서 쓸 것이 없다고 하지만 내 일상과 오늘을 하루하루 메모로 남기고 이를 글로 다듬다 보면 어느새 평범한 일상은 더 이상 평범한 일상이 아니게 된다. 만약 내 일상을 조금 더 ‘눈부시게’ 만들고 싶다면 오늘부터 짧게라도 작은 메모지에 글로 남겨보자. 

 

그러면 당신의 일상은 더 이상 평범한 그것이 아닐 것이다. 

 

이윤영 작가, 콘텐츠 디렉터 blog.naver.com/rosa0509, bruch.co.kr/@rosa0509

사진=JTBC ’눈이 부시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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