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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매달 50만원씩 ‘청년구직활동지원금’ 지원…예산 낭비 vs 청년층 기 살려야 [일상톡톡 플러스]

입력 : 2019-03-20 05:00:00 수정 : 2019-03-20 07:2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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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취업준비생에게 매달 50만원씩 최대 6개월동안 지원해주기로 했습니다.

 

물론 취지는 이해하지만 혈세 낭비가 아니냐는 우려 섞인 시선도 적지 않은데요.

 

청년층의 이른바 ‘백수’ 기간만 연장시키는 결과를 낳을 거란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습니다.

 

고용노동부는 오는 25일부터 2019년 정부 신규사업인 '청년구직활동지원금' 첫 신청을 받을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신청 대상은 만 18세부터 34세까지 취업을 준비하는 미취업자 청년 중에서 고등학교, 대학교, 대학원을 졸업 또는 중퇴한 지 2년 이내인 이들인데요.

 

지원금을 신청하기 위해서는 기준중위소득 120%(올해 4인 가구 기준 월 553만6243원) 이하 가구여야 합니다.

 

만약 지원 대상자로 선정되면 월 50만원씩, 최대 6개월간, 체크카드 형식으로 지원받습니다. 단, 카드에서 현금 인출은 불가능합니다.

 

고용부는 올해 총 8만 여명의 취업준비생에게 이같은 혜택을 제공할 예정인데요. 자격 요건을 갖춘 신청자 중에서는 졸업 및 중퇴 경과 기간이 길수록 우선순위가 됩니다.

 

◆’청년구직활동지원금’ 2030대 백수 기간만 늘릴 우려

 

청년구직활동지원금은 17개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중이거나 계획하고 있는 ‘청년수당’과 유사하다 보니 중복 지원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정부 예산을 들여 청년 구직활동을 돕는다는 점에서 한시적 정책에 그칠 것이라는 지적도 있는데요. 청년들이 도전과 실패 등 구직활동에서 겪는 경험보다 정부 지원에 의존해 취업하려는 경향이 보다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습니다.

 

단기적으로만 보면 공공지원이 좋을 수 있으나, 결국 이는 민간 부분 일자리 성장을 저해할 수도 있다는 지적입니다.

 

우리나라 청년 대학진학률은 6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43%보다 높은 편입니다. 그만큼 고학력 청년층이 많다는 뜻인데요.

 

2005년 35만명 수준이던 취업준비생은 지난해 50만명으로, 같은 기간 첫 취업까지 걸린 시간은 9.4개월에서 10.7개월로 각각 늘었습니다.

 

고용부는 일부 지자체가 운영중인 청년수당 사업과도 차별화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는데요. 각 지역별로 운영중인 청년 지원사업 중복 문제도 각 지자체와 협의를 마쳤다는 것이 고용 당국의 설명입니다.

 

다만 졸업하기 전까지 정부 지원을 받고, 2년 후부터는 지자체 청년수당으로 갈아타는 방식의 문제는 남아 있다는 지적입니다. 정부의 청년구직활동지원은 생애 1번만 가능하지만 이후에는 지자체 지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청년구직활동지원금과 관련한 청원글이 쇄도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자신을 40대 후반 주부라고 밝힌 한 청원인은 "약 6개월 전 계약직으로 2년동안 근무한 회사에서 계약만료로 해고 당했다. 내가 해고 당하고 3일 후 그 자리에는 고3 실습생이 들어왔다. 그땐 청년들 살리기 위한 차원으로 이해하고 넘어갔다"며 "그 이후 실업급여로 버티면서 여기저기 구직해봐도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취직을 하지 못하고, 다들 힘들다는 물류센터에서 조차 받아주지 않았다"고 토로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러던 와중에 청년구직활동지원금 소식을 듣고 정말 기가 차서 글을 올린다. 물론 청년들이 우리의 미래라는 건 맞다"면서도 "현장에서도 청년들 살린다는 명목으로 나이든 세대들이 내쫓기고 있는 상황인데 돈까지 지원해준다니, 세대간 갈등만 더 심화시키는 것이다.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세대들을 아우르는 정책을 펼쳐달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다른 청원인은 "정부는 정말 청년실업률이 왜 높은지 모르냐. 정부에서 매달 50만원씩 주는데 누가 밖에 나가 힘들게 일해 돈 벌 생각을 하겠냐"며 "돈이 궁해야 무슨 일을 해서든 벌려고 할 것이다. 청년실업률이 높은 건 이런 잘못된 정책으로 세금이 낭비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매달 50만원씩 주는데 누가 취업해 힘들게 일하려고 하겠냐?”

 

청년층 지원 자체는 이해하지만, 선정 기준에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중소기업 5년차 직장인 A씨(32)는 "청년구직활동지원금 접수공고를 보고 측은한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지원대상을 확인한 후 별 생각없이 선심성 지원정책이 나오는지 개탄스러웠다"며 "가족소득이 중위소득의 120%이내 해당하는 미취업 청년은 집이 아주 넉넉하진 않은 웬만한 청년이 다 해당하는 수준"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대기업 취업 문턱이 과거보다 높아진 건 사실이다. 내가 중소기업에 수년간 근무해본 결론은 '채용의 기회는 많으나 취업준비생의 눈이 높다'는 것"이라며 "이는 개인적 의견이 아니며, 중소기업과 대기업에 근무하는 지인들의 한 목소리이다. 조금만 눈을 돌리면 괜찮은 중견 및 중소기업이 있는데도, 그들은 좁은 대기업, 공기업의 문만 바라보며 취업이 어렵다고 한다"고 꼬집었습니다.

 

이어 "이번에 정부가 시행하려고 하는 청년구직활동지원금 정책은 불특청 청년들에게 광범위하게 지원될 예산 낭비이며, 본질을 상실한 잘못된 위로금이라고 생각한다"며 "결코 취업률 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며, 그들을 더욱 맘놓고 좁은문에 목을 매게 하는데 도움을 주는 정책이 될 것이다. 꼭 지원을 해야 한다면 정말 생계가 어려운 이들을 도와달라"고 촉구했습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청년구직활동지원금’을 성토하는 청원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정부의 ‘퍼주기식’ 지원은 한시적 대책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고용부는 국내 청년 인구 900만명 가운데 만 18~34세 미취업자 청년 33만4000명이 지원 요건에 해당될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이 중 구직활동지원금을 받는 청년은 올 한 해 모두 8만명, 총 1582억원이 지원될 예정입니다. 향후 사업 효과를 분석한 뒤 지원 지속 여부를 결정한다는 게 정부 방침입니다.

 

연이은 경기불황에 다수 기업들이 신규 채용을 줄이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단기 지원책이 실제 질 좋은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지 의문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습니다.

 

되레 청년들의 구직 노력 대신, 정부 지원 의존성만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 교수는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청년층 의존성을 높이는 악영향이 있지 않을까 우려된다. 국민들 중 '내가 낸 세금으로 노는 청년들이 지원을 받는다'는 허탈감도 커질 수 있다”며 “이 의존성과 허탈감의 충돌이 새로운 갈등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김광석 한양대 겸임교수도 “정부 지원으로 취업자 수만 늘리는 정책은 한계가 있다”며 “인턴의 정규직 전환, 일·학습병행제 등을 통해 청년들이 일단 노동시장에 진입한 뒤 경험을 쌓아 더 나은 기업, 일자리로 점프할 수 있는 사다리를 놓는 게 중요하다”고 역설했습니다.

 

◆청년층, 정부 의존도 높아질 우려…세대 갈등 가능성도

 

한편 최근 서울시가 ‘조건 없는 청년기본소득’을 지급하는 정책실험을 검토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청년정책을 둘러싼 논쟁이 다시 가열되고 있습니다. 근로능력이 있는 청년을 지원하는 게 적합하냐는 것인데요.

 

서울시에 따르면 청년수당은 2016년부터 시행중입니다. ‘주 30시간미만 일하는 취업자나 취업준비생, 중위소득 150% 미만의 만 19~29세’ 청년에게 매달 50만원을 2개월에서 6개월까지 지급합니다.

 

청년수당은 기존 청년정책의 사각지대를 보완하는 새로운 차원의 사회안전망으로, 청년실업률 상승으로 인한 자존감 하락과 사회와의 단절된 청년들의 진로모색, 역량강화 등 구직활동을 지원하는 사업이라는 장점도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23일, 서울연구원과 민간 정책연구소 랩2050이 국회토론회를 열고 청년 2400명을 대상으로 하는 '청년수당 2.0. 정책실험'을 서울시에 제안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제안 내용을 보면 2400명을 실험 대상으로 해서 3그룹으로 나눠 800명에게 기본소득 지원수당(월50만원), 800명은 보충급여 성격이 강한 근로 연계형 수당을 지급한 후 수당을 받지 않은 나머지 800명과 비교를 해보자는 것입니다. 약 2년간 정책 실험을 통해 충분히 효과를 검증한 뒤 최종 결정하자는 취지인데요.

 

이러한 정책실험은 아무리 좋은 취지의 정책도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워 부작용과 예산낭비를 최소화 한 통계집단에 대한 정책실험을 시도해보고, 과학적인 근거를 기반으로 정책판단을 내리자는 새로운 유형의 정책추진 방식입니다.

 

해외에서는 미국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육성기업 와이콤비네이터가 기본소득 실험에 나서고 있습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핀란드 중앙정부도 청년수당 2.0과 유사한 실험을 진행한 바 있습니다.

 

이에 서울시는 이같은 제안을 받은 건 맞지만 추진 여부, 시기나 방법 등에 대해 최종 확정된 게 없다는 입장입니다.

 

◆정부 “지자체 ‘청년수당’과 중복 없게 할 것”…형평성·공정성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현재 청년수당에 대한 만족도는 매우 높은 편입니다.

 

서울시 청년활동지원센터의 ‘2017년 서울시 청년활동지원사업 참여자에 대한 2018년 추적 조사 분석(응답자 2002명)’ 결과를 보면, 청년수당 참여자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은 것을 알 수 있는데요. 이들이 청년수당을 받은 지 1년이 다 되어가는 시점인데도 정책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청년수당이 나의 목표 달성에 도움이 되었다’는 질문에 참여자의 97.2%가 답했으며, ‘주변 사람들에게 청년수당 참여를 권하겠다’고 답한 비율도 93.9%였습니다. ‘니트(학생도 노동자도 아닌 무직)’상태에 있던 참여자 가운데 38.7%가 취업했고, 2.1%가 창업했으며 6.4%가 창작활동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구직 중’인 37.5%와 시험 준비, 창업 준비, 진학 등 ‘준비 중’인 5.3%도 목표를 향해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긍정적인 답변이 주를 이뤘습니다.

 

이어 청년수당을 받은 청년의 취업률·창업률은 41%, 실업급여 수급자의 재취업률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사회에 대한 신뢰도도 수당을 받은 직후 40%에서 8개월 뒤 60%까지 높아졌는데요.

 

이처럼 서울시가 청년수당 정책을 운영하는 것에 대해 일각에서는 '형평성에 어긋난다' '전국 미취업 청년들은 모두 서울로 가야 하냐'는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논란을 줄이기 위해 고용 당국이 청년구직활동지원금 정책을 시행한다는 입장이지만, 서울시 거주 청년의 경우 타 지역 거주자 보다 신청기회가 많다는 점에서 형평성과 관련한 일부 잡음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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