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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요금 인상 ‘한 달’…승차 거부 줄어들었을까? [김기자의 현장+]

입력 : 2019-03-17 13:00:00 수정 : 2019-03-17 13:4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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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요금 인상 ‘한 달’…상습 승차거부 지역, 홍대·이태원 ‘여전’ / 지난달 16일부터 택시요금 800원 인상 / “어디 가세요? 아~거긴 안 가요” 반복 / 다가서면 ‘예약’ 등이 켜져 / 시민들의 반응은 여전히 싸늘

 

“달라졌다고요? 시에서는 그냥 타라고 하지만, 물어볼 수밖에 없는 거잖아요. ‘예약’ 등 켜 놓고 쉬고 있어요. 이해되세요?”

지난 16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차도에서 시민들이 택시를 잡고 목적지를 말하고 있다.

지난달 16일 새벽 4시부터 서울 택시 기본요금(2km)이 주간 3800원, 심야 4600원으로 적용됐다. 서울시는 노사민전정 협의체, 공청회, 시의회 의견청취, 물가대책위원회를 거쳐 택시요금을 최종 조정했다.

 

중형택시 기본요금은 주간 3800원, 심야 4600원. 거리요금은 132m당 100원, 시간 요금은 31초당 100원으로 변경됐다. 대형·모범택시는 기본요금을 6500원으로, 거리요금은 151m당 200원, 시간 요금은 36초당 200원으로 조정했다.

 

택시요금 인상에 반드시 수반돼야 하는 게 서비스 질. 택시요금 인상이 한 달이 지났지만, 시민들은 반응은 여전히 싸늘했다. 지난 16일 오전 1시쯤 찾은 서울 마포 홍대 거리. 날씨가 추운 탓에 비교적 두꺼운 외투를 입은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서울 마포구 홍대거리에서 택시를 잡기 위해 사람들이 손을 흔들고 있다. 사람들 앞으로 '예약'등이 켜진 택시가 지나가고 있다.

새벽이 깊어지는 만큼 홍대 차도는 택시를 타려는 사람들이 점점 불어났다. 택시와 불법 주·정차를 하려고 비상 깜빡이를 켠 차량이 꼬리를 물고 늘어서 있었다. 불법 주·정차 차량의 행렬이 족히 2㎞는 넘어 보였다.

 

보행로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일부 사람들은 차가 오는지 확인도 하지 않은 채 무단 횡단을 하고 있었다. 꽉 막힌 차도에는 ‘빵빵’ 경적을 올리는 차량으로 거리는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주차공간을 찾으려는 운전자들은 천천히 차량을 움직이면서 틈만 보이면 끼어들었다. 그럼 영락없이 뒤 따라 오는 차량에서 ‘빵빵’ 소리가 울려 퍼졌다.

 

왕복 3차선 도로는 ‘빈 차’ 등이 켜진 택시로 가득 차 있었다. ‘빈 차·예약’ 등을 켠 택시들이 손님을 찾기 위해 쉬지 않고 움직이고 있었다.

 

한 시민이 ‘빈 차’등이 켜진 택시 한 대가 다가오자 문을 열자마자 기사는 “어디 가세요” 자신의 목적지를 말했지만 “거긴 안 가요”는 답변이 돌아왔다. ‘예약’ 등을 켠 또 다른 택시는 창문만 살짝 내린 채 주변을 열심히 찾고 있었다.

홍대 거리 차도에서 한 시민이 택시를 잡고 목적지를 말하고 있다.

택시를 타기 위해 손을 흔들었지만, ‘빈 차’표시 등이 켜놓은 택시들은 그냥 지나갔다. 택시 안을 살펴보니 사람이 없는 경우가 대다수. ‘예약’ 표시 등을 켜둔 채 지나가는 택시들도 수두룩했다. 홍대에서 만난 직장인 이 씨는 “기사님들이 친절을 바라지도 않아요. 버스처럼 쉽게 탈 수 있기를 바랄 뿐이에요”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택시가 잡히지 않자 일부 시민들은 무단 횡단을 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일부 취객들은 한복판까지 뛰쳐나가 택시 문을 붙잡는 위험천만한 장면을 연출되기도 했다. 서울 도심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택시 잡기 전쟁이 여전히 반복됐다.

 

대학생 강 씨는 “조금만 늦으면 택시 잡기 힘들어서 조금 일찍 나왔어요. 택시 요금이 인상되고 달라졌다고 하는데, 전 잘 모르겠어요.” 불만 섞인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이날 이태원에서도 상황은 비슷했다. 이태원역 근처 횡단보도에는 택시를 타려는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고 택시를 타다가 다시 내리는 시민들도 눈에 띄었다. ‘빈 차·예약’ 표시등을 켠 채 행선지를 묻고는 본체만체 이동하는 택시도 있었다. 서울 한복판인 용산 이태원에서 파주 택시와 인천 택시가 손님을 기다리는 듯 정차돼 있기도 했었다.

 

택시를 기다리고 있던 직장인 황 씨는 “택시 잘 잡히는 곳을 몇 번을 왔다 갔다 했어요”며 “사람 가려 태우는 것도 적당히 해야죠”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길게 늘어선 택시 사이로 한 시민이 택시를 타기 위해 무단 횡단을 하고 있다.

택시 기사들 역시 요금 인상으로 인한 서비스 개선 효과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이태원에서 만난 택시 기사 김 모는 “30년 넘게 택시를 몰았지만, 기본요금이 800원 올랐다고 해서 서비스 질이 높아질 일은 없다”며 “평소에 승차 거부하던 사람이 승차 거부를 안 하진 않을 것”이라고 짧게 대답했다.

 

카카오 카풀 논란 이후 ‘승차 거부’ 등 택시 서비스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은 시점에서 요금이 올랐다. 요금이 오른 만큼의 달라지지 않은 서비스 질에 시민 불만은 점차 커지고 있다. 서울시는 기본요금 인상을 통해 택시 ‘불친절·서비스’ 질을 높이고 고질적인 ‘악순환의 고리를 끊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표명했지만, 시민들의 반응은 여전히 싸늘하기만 하다.

 

글·사진=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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