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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직 9급 공채 평균경쟁률 39.2대 1…공무원 시험에 매달릴 수 밖에 없는 대한민국 [일상톡톡 플러스]

입력 : 2019-03-14 05:00:00 수정 : 2019-03-13 17: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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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공무원의 꿈을 갖고 도전하는 이들이 매년 수십만명에 달하고 있습니다.

 

청년 취업준비생 3명 중 1명 이상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는 통계도 있는데요.

 

청소년 선호 직장 조사에서는 공기업(공사)이 처음으로 대기업을 앞지르기도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공무원 쏠림 현상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으나,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이들은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공무원 쏠림 현상 우려?…공시족 "그럴 수 밖에 없는 시대"

 

현재 공무원 시험 경쟁률은 직군별로 다르지만 최소 수십에서 높게는 수백대 1의 경쟁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2019년도 국가공무원 9급 공개채용시험 평균 경쟁률은 39.2대 1로 나타났습니다.

 

인사혁신처는 지난달 20~23일 국가직 9급 공채시험 원서를 접수한 결과, 올해 4987명 선발에 19만5322명이 지원했다고 밝혔는데요.

 

올해 경쟁률(39.2대 1)은 지난해(41대 1)보다 약간 낮아졌습니다. 최근 9급 공채 경쟁률은 2015년 51.6대 1, 2016년 53.8대 1, 2017년 46.5 대 1로 낮아지는 추세입니다.

 

모집 분야별 경쟁률을 보면 행정직군은 4350명 선발에 17만1562명이 지원해 39.4대 1, 기술직군은 637명 선발에 2만3760명이 지원해 37.3대 1입니다.

 

가장 높은 경쟁률을 보인 모집단위는 행정직군의 교육행정(일반)으로, 60명 모집에 1만292명이 지원해 171.5대 1을 기록했는데요. 기술직군에서는 방재안전직이 3명 모집에 593명이 지원해 197.7대 1을 나타냈습니다.

 

올해 지원자의 평균 연령은 29세입니다. 연령대별로 보면 20대가 61.34%로 가장 많고 30대 31.2%, 40대 5.5%, 50세 이상 0.6% 순이었습니다. 지원자 중 여성 비율은 54.6%로 지난해(54.1%)와 비슷했습니다.

 

문제는 앞으로 공무원 쏠림 현상이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는 점입니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청소년(13∼24세)이 선호하는 직장 중 공기업(공사) 비율은 18.2%로, 16.1%를 기록한 대기업을 처음으로 제쳤습니다. 국가기관(25.0%)까지 더하면 대기업 선호도의 3배에 가까운 수준인데요.

 

일단 공무원은 안정적이고 공정하며 일하기가 좋기 때문이라고 공시족은 말합니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전국 대졸 청년을 대상으로 공무원 시험에 응시한 동기를 조사한 결과, 직업의 안정성이 61%로 가장 많았습니다. 이어 좋은 근무 환경, 공정한 기회(이상 9%), 유리한 보수(3%) 등이 뒤를 이었는데요.

 

한국고용정보원 측은 "가중된 청년 실업과 민간기업 고용 불안이 공무원 시험 응시 과열의 주 원인"이라며 "적은 야근 등과 같은 좋은 근무 환경과 선발 과정의 공정함도 한몫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사기업에 비해 공정하고 안정적이며 복지도 좋아 공무원 준비하는 청년층

 

최근 청년층이 느끼는 고용 시장 불안정성은 매우 큰 상황입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서울에 거주하는 30대 직장인 중 절반은 근속연수가 3년 미만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근속연수가 5년 이상인 경우는 38.97%에 불과했는데요.

 

고용 불안은 더욱 악화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통계청의 지역별 고용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에 거주하는 취업 청년(20∼34세) 가운데 임시 일용직 비율(고용계약기간 1년 미만)은 증가하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2011년 20.1%에 머물던 임시 일용직 비율은 4년 후 22.2%로 늘었는데요.

 

특히 고졸 이하 임시 일용직의 경우 같은 기간 36.1%에서 44.5%로 10%포인트 가까이 늘어났습니다. 이는 전체 상승률의 2배가 넘는 증가 폭입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한 일간지는 지난달 7일(현지시간) '한국에서 공무원시험 합격은 하버드대 입학보다 어려운 일'이라고 국내 공무원시험 열풍을 소개했습니다.

 

LA타임스는 3년 넘게 공무원 시험에 매달려온 26세 공시생이 그동안 10번이나 각종 공시에서 낙방했으나, 여전히 4월로 예정된 다음 시험을 위해 하루 8시간 넘게 공부하고 있다고 전했는데요.

 

공무원 초임은 연봉 1만7000달러(한화 약 1925만원)에 불과하지만, 은퇴할 때까지 걱정 없이 일할 수 있는 공무원보다 더 나은 직업은 없다는 이 공시생의 전화 인터뷰도 곁들였습니다.

 

LA타임스는 아시아 4대 경제 강국인 한국의 젊은이들이 이처럼 공무원시험으로 몰리는 것은 세계 경제 성장 둔화에다, 수출 산업에서 중국과 경쟁이 한층 치열해진 상황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해석했는데요.

 

그동안 우리나라 경제 성장에 빠른 동력을 제공해온 전자·자동차·조선 부문에서 시장 상황이 예전만 못하다는 점도 고려되는 요인입니다.

 

한국 젊은이들이 장래에 'K-팝 스타'나 제2의 스티브 잡스를 꿈꾸기 보다는 현실적으로 훨씬 더 안정적인 정부 일자리를 쫓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한국의 107만개 정부 일자리를 향한 경쟁은 매우 격렬한 수준이라고 이 신문은 평했는데요.

 

지난해 한 공무원시험에는 4953명을 뽑는 데 20만명 넘는 응시자가 몰려 합격률이 2.4%로 파악됐다고 신문은 전했습니다. 이는 2018년 하버드대학 신입생 합격률(4.59%)보다 2배 이상 치열한 것입니다.

 

온라인 서점에서 최근 공무원 수험서 매출이 전년 대비 73.5% 급증했다는 소식도 전했는데요.

 

한 대졸 예정자는 "대학 졸업장이 있다고 전혀 미래를 보장해주지 않는다"며 "사회에 나와 있는 가장 안정적인 길로 가고자 한다"면서 공시 준비에 전념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 신문은 일자리 늘리기에 전력을 다하는 문재인정부가 2022년까지 17만4000개 정부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공약했다고 소개하면서도, 정부 대책이 한국의 공무원시험 열풍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순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아랫돌 빼서 윗돌 괸다?" 공공부문 일자리, 청년실업난 근본 해결책 될 순 없어

 

전문가들은 한창 일할 시기인 청년층이 공무원 준비에 쏠리는 현상은 국가 경제 측면에서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현대경제연구원 '공시의 경제적 영향 분석과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공시생 증가로 인한 경제적 순기회비용이 17조원이 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연구원은 "일할 수 있는 고급 인력 청년층이 비경제활동으로 포함되면서 생산과 소비에서 큰 규모의 경제적 기회비용을 발생시킨다"며 "공시생이 증가한 근본적인 원인은 질 좋은 일자리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민간 부분에서 좋은 일자리가 많이 창출될 수 있도록 규제 완화와 신규 일자리에 대한 세제 혜택 등을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일본 등 선진국은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의 격차가 크지 않아 우리나라처럼 공무원 쏠림 현상이 덜 한 편입니다.

 

미국 등 스타트업 강국은 창업을 위한 교육 시스템도 잘 구축되어 있어 비교적 성공 확률이 높고, 사회 안전망도 잘 갖춰져 있습니다.

 

물론 한국도 창업에 실패하면 이자 감면 등의 지원 제도를 갖췄지만, 아직 부족한 게 사실입니다. 이런 구조가 개선되지 않은 채 단순히 '기업가 정신이 없다'며 청년 인식을 탓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노동 유연화, 고용 지원, 기업 활성화 정책으로 대기업의 일자리 창출 여건을 마련해줘야 한다며 기업 규모가 큰 만큼 일자리 수 증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한국일보는 최근 ‘2018년 공무원 보수 지침’ ‘재정통계’ 등과 함께 인사혁신처 발표 자료, 공무원 보수 규정 등을 통해 공무원 인건비 실상을 분석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이 보도에 따르면 중앙정부·지방정부·군인 등을 포함한 우리나라의 전체 공무원 수는 작년 6월 기준 168만여 명에 달하며, 연봉과 수당 등을 합쳐 국가 예산에서 이들에게 지급되는 인건비는 올해 전체 예산의 17%에 이르는 약 8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습니다.

 

신문이 '추산'이라는 표현을 쓴 이유는 지금까지 전체 공무원 인건비가 정확히 얼마인지 한번도 공개된 바 없기 때문입니다.

 

공무원 봉급은 국민 세금에서 나오지만, 국가기관마다 집계하는 대상이 달라 정작 국민들은 전체 공무원 유지에 쓰이는 세금이 어느 정도인지 여전히 알 수 없는 구조여서 투명한 공무원 인건비 예산 공개가 시급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습니다.

 

2017년부터 공무원 인건비 공개를 요구해 온 김선택 납세자연맹 회장은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민주국가에서 전체 공무원 인건비가 공개되지 않는 점은 문제가 있다"며 "총액은 물론 각종 수당, 공무원 복지포인트 등 인건비 관련 내용을 공개하지 않은 점은 국민의 눈을 가리기 위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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