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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련 남은 트럼프, 김정은 ‘러브 레터’ 기다리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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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3-13 08:12:23 수정 : 2019-03-13 08: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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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회담 결렬·동창리 재건에 北·美 교착상태 / 美 외교가 "트럼프·김정은, '친서'로 돌파구 마련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차 북·미 정상 회담 결렬 이후에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관계가 좋다고 말한다. 북한이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재건 움직임을 보이는 등 위협을 가해도 트럼프 대통령은 “그렇게 하면 실망할 것”이라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등 미국의 당국자들은 한결같이 “북한에 대화의 문을 열어 놓고 있다”고 강조한다. 그렇지만 지금이야말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친서 교환’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할 시점이라는 게 워싱턴 외교가의 분석이다. 

 

◆끝난 허니문  

 

북·미 양측은 지난달 27, 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 회담에서 손에 든 카드를 모두 던졌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서로 북· 미 사이의 건널 수 없는 강을 직접 눈으로 확인했다. 김 위원장은 영변 핵 단지 폐기 입장에서 한 발짝도 더 나가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 제재 완화를 거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핵·탄도미사일과 함께 생·화학무기 등 모든 대량파괴무기(WMD)를 없애라고 했다. 

 

미국은 북·미 정상 회담 결렬 이후 ‘일괄타결’ 또는 ‘빅딜’을 북한이 받는지 말든지 알아서 하라는 입장이다. 전부 아니면 전무(all or nothing) 접근 방식이다. 북한은 위성용 로켓 발사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북·미 양측이 이런 식으로 나가면 북핵 협상이 장기 교착 상태에 빠지거나 다시 2017년 당시의 ‘화염과 분노’ 시기로 되돌아갈 수 있다. 북·미 양측이 충돌 코스를 피하려면 트럼프·김정은 간 ‘브로맨스’를 재확인하는 게 급선무라는 지적이 나온다. 워싱턴의 한 외교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러브 레터’를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존 페퍼 포린폴리시포커스(FPIF) 대표는 웹사이트에 “3차 북·미 정상 회담을 기다려보자”면서 “러브 레터가 계속 이어지길 기다려보자”고 했다. 뉴욕 타임스(NYT)는 11일 “트럼프는 모든 외교가 퍼스널(personal) 한 것이라 생각하면서 특히 아시아의 두 스트롱맨인 김 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가장 열렬한 구애를 보냈다”고 지적했다. NYT는 “트럼프와 김정은의 허니문은 지난달 베트남에서 갑자기 끝났다”고 지적했다.

 

◆친서가 낳은 오판

 

트럼프와 김정은의 ‘브로맨스’는 친서로 시작됐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북한에서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첫 번째 친서를 지난해 3월 8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전달했다. 김 위원장은 이 편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고 싶다고 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현장에서 이를 수락했다. 두 지도자는 이때부터 북·미 간 대화가 꼬일 때마다 친서를 주고받으면서 개인적인 신뢰를 쌓았고, 장애물을 뛰어넘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9월 대중 연설에서 “김 위원장이 아름다운 편지를 보내왔다”면서 “나는 김정은과 사랑에 빠졌다”고 고백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차 정상 회담을 위해 하노이로 가는 전용기 안에서도 기자들에게 “나는 김정은을 무척 좋아하고, 그도 나를 무척 좋아한다”고 자랑했다.

 

지난 1월 18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왼쪽)이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으로부터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전달받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댄 스캐비노 백악관 소셜미디어 담당국장 트위터 캡처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가 11일(현지시간)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처음으로 공개 강연에 나섰다. 비건 대표는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주최 세미나에서 “지난해 12월 실무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졌을 때 두 지도자 간 친서 교환으로 돌파구가 열렸다”고 설명했다. 비건 대표는 이에 앞서 지난 5일 미 상원 외교위원회에서 의원들에게 북·미 회담에 관해 비공개로 브리핑했다.

 

비건 대표의 브리핑을 들은 크리스 머피 상원의원(민주, 코네티컷)은 12일 시사 종합지 ‘애틀란틱’에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 일 대 일로 담판을 지으려고 ‘기다리기 게임’을 해왔고, 트럼프와 개인적인 관계로 일을 성사시킬 수 있을 것으로 믿었다”고 말했다. 머피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에서 순전히 인간적인 매력의 힘으로 김 위원장이 포괄적인 협상안을 받아들이도록 할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고 전했다. 머피 의원은 “그것은 절대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면서 “몇 가지 즉각적인 신뢰 구축 조치도 없이 모든 것을 한꺼번에 해결하려 들었고, 그 결과로 참담한 실패를 맛보았다”고 지적했다. 

 

머피 의원은 “김 위원장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러브 레터들로 인해 전면적인 비핵화를 하지 않더라도 제재 해제를 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회담장에 걸어 들어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머피 의원은 “트럼프는 러브 레터들로 인해 제재 해제를 조건으로 전면적인 비핵화를 실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주장했다. 머피 의원은 “그렇지만 그들이 생각했던 그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은 분명해졌다”고 지적했다.

 

◆실무 회담 재추진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북·미 핵 협상을 계속하기 위해 미국 측 실무 대표단을 몇 주 이내에 평양에 보낼 수 있기를 바란다고 지난주에 밝혔다. 그러나 미국 측 실무 대표단장을 맡은 비건 대표는 지난 5일 평양 방문 계획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지 않겠다”고 했고, 11일 공개 강연에서도 방북 얘기를 일절 꺼내지 않았다.

 

비건 대표는 상원 외교위 비공개 브리핑에서 실무 회담을 통해 현재의 교착 상태를 타개하는 방안을 추진해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을 시사했다고 애틀란틱이 비건 대표의 브리핑을 들은 의원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애틀란틱은 “비건 대표가 정상 회담을 통한 타결에 실패했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 ‘개인 외교’로 인해 김 위원장이 북한 측 실무진에게 자신을 대신해 협상을 타결하도록 지시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주장했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역설적으로 정상 회담이 깨짐에 따라 북·미 양국의 외교관이나 전문가들에게 힘이 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무릎을 맞대고 앉아서도 접점을 찾지 못한 상황에서 실무 협상을 통한 타결을 기대하기는 더욱 어려울 것이라는 회의론이 널리 퍼져 있다. 이 때문에 늘 그랬던 것처럼 두 지도자 간 친서 교환이 급선무라는 주장이 나온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사진=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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