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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찬 주꾸미·파릇한 나물 … ‘봄’ 먹으러 떠나요

입력 : 2019-03-09 14:14:26 수정 : 2019-03-09 14: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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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맵 빅데이터로 본 맛집
바야흐로 봄이다. 기나긴 겨울에서 벗어나 다시 산과 들로 나들이에 나서는 계절이 시작됐다. 봄나들이에 손꼽히는 별미는 단연 주꾸미와 봄나물. 3월부터 산란기가 시작되면서 밥알처럼 생긴 알이 꽉 찬 제철 주꾸미와 새싹을 틔운 나물이 상춘객 입맛을 돋운다.

 

◆호기심 많고 부지런한 주꾸미

주꾸미인가, 쭈꾸미인가. 다들 ‘쭈꾸미’라고 부르고 적지만 아직 국립국어원에서 권장하는 바른말은 주꾸미다. 다산 정약용의 동생 정약전이 흑산도 유배지에서 편찬한 조선시대판 해양생물도감 ‘자산어보’에 따르면 한자명으로는 ‘준어(?魚)’, 속명은 ‘죽금어(竹今魚)’였다. 역시 조선 정조 시절 서유구가 유폐 생활 중에 지은 ‘난호어묵지’에는 한자어로 ‘망조어(望潮魚)’, 우리말로 ‘죽근이’로 기록돼 있다. 이들에 기록된 주꾸미는 “크기는 4∼5치에 지나지 않고 모양은 문어와 비슷하나 다리가 짧고 몸이 겨우 문어의 반 정도”, “모양이 문어와 같으면서 작다. 몸통은 1∼2치이고 발은 길이가 몸통의 배”라고 묘사된다.

주꾸미는 엇비슷한 문어·낙지의 사촌쯤으로 여겨지나 생태는 뚜렷한 차이를 지닌다. 해양생태 전문가인 황선도 해양생물자원관장은 “문어가 동해를 대표하고 낙지가 남해에서 주로 난다면, 주꾸미는 서해에서 주로 산다”며 “낙지가 갯벌 구멍 속에 납작 숨어 살며 발만 내밀어서 먹이를 찾는 겁 많고 게으른 놈이라면, 주꾸미는 발을 쭉쭉 펴며 발길질하면서 자유롭게 유영하는 호기심 많고 부지런한 놈”이라고 설명했다.

3월 제철 음식으로 주꾸미가 손꼽힌 건 조선시대부터다. “초봄에 잡아서 삶으면 머릿속에 흰 살이 가득 차 있는데 살 알갱이들이 찐 밥 같기 때문에 일본 사람들이 ‘반초(飯?)’라 한다. 3월 이후에는 주꾸미가 여위고 밥이 없다”라고 옛 문헌에 적혀있다. 조선시대 ‘흰 살’로 오인된 건 주꾸미 알이다. 연체동물, 양서류는 난황이 투명한데 단백질이 주된 성분으로서 익히면 하얗게 변한다. 3월 산란기에 꽉 찬 알이 주꾸미 특유의 쫄깃한 맛에 고소함을 더하며 별미가 된 것이다.

알이 꽉 찬 주꾸미가 인기를 끌면서 20여년 전만 해도 연간 8000t을 넘나들던 주꾸미 어획량은 급감해 2016년 2281t에 이르렀다. 주꾸미 씨가 마를 지경이 되자 정부는 수년 전부터 주꾸미 산란장과 서식장을 조성하고 아예 지난해부턴 5∼8월을 주꾸미 금어기로 정했다. 그 결과 주꾸미 어획량은 2017년 3460t, 2018년 3773t으로 다시 늘어나고 있다고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설명했다.

◆지역별 주꾸미 맛집

맛집정보가 범람하는 만큼 세계일보는 빅 데이터를 활용해 가장 많은 이들이 실제로 방문한 주꾸미 맛집을 확인했다. 세계일보 의뢰로 월평균 1100만여명이 이용하는 SK텔레콤 T맵이 서울·경기 및 충청, 강원, 경상, 전라 등 각 지역을 대표하는 주꾸미 맛집을 분석한 결과 1위는 서울 동대문구 용두동 ‘나정순할매쭈꾸미 본점’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봄인 3∼5월 중 T맵 이용자가 국내 주꾸미 식당을 목적지로 지정한 사례를 전부 취합한 결과 ‘용두동쭈꾸미 본점’이 약 8500회로 가장 많았다. 서울 용두동은 주꾸미 식당이 모여 골목을 형성한 지 오래인데, 용두동쭈꾸미 본점은 특유의 매운맛으로 유명하다. 서울·경기권역에선 이외에도 경기 성남의 한소반쭈꾸미와 경기 광명의 산촌신쭈꾸미가 많은 이들이 찾는 주꾸미 맛집이었다.

각 지역별로 가장 많은 이들이 찾은 주꾸미 맛집은 충청권에선 아산 북한강쭈꾸미, 강원권에선 강릉 불향쭈꾸미볶음, 경상권에선 구미 한채쭈꾸미, 전라권에선 익산 새소반쭈구미였다.

 

◆“비싸도 제맛은 냉동이 아닌 제철 주꾸미”

매운 양념에 주꾸미를 구운 불맛과 나중에 먹는 볶음밥이 매력인 주꾸미를 즐기려면 소문난 맛집을 찾는 게 쉽다. 하지만 알이 꽉찬 제철 주꾸미를 제대로 맛보려면 수산시장을 가는 게 정답이다. 주꾸미 식당 대부분이 주꾸미 생물은 비싼 값 때문에 언감생심 식탁에 내놓을 엄두를 못 내고, 대신 태국 또는 베트남산 냉동 주꾸미를 갖다 쓰는 실정이어서다. 그중에서도 태국산이 6㎏들이 박스당 요즘 시세 4만8000원으로 베트남산 3만원보다 비싼데 “살이 탱글탱글하고 식감이 좋아 비싸도 태국산으로만 주문한다”는 게 맛집들 얘기다.

결국 봄철 진미(珍味)인 알 찬 주꾸미를 맛보려면 수산시장이나 대형마트 수산품 코너에서 국산 주꾸미를 직접 사 먹어야 하는 셈이다. 3월 중순부터 열리는 주꾸미 축제에서 맛보는 것도 추천 코스다. 매년 충남 보령과 서천에서 주꾸미 축제가 열리는데, 이 중 충남 서천군 서면 마량리 일대에선 16일부터 31일까지 동백꽃주꾸미축제가 열릴 계획이다. 서면개발위원회 박종민 위원장은 “우리 군 대표 봄축제인 동백꽃주꾸미 축제는 붉게 물든 강렬한 동백꽃과 쫄깃한 식감과 담백한 맛의 주꾸미를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축제”라고 밝혔다.

◆봄의 전령, 나물 맛집

긴 겨울을 이기고 산과 들에서 싹을 돋우는 각종 나물은 봄의 전령이다. SK텔레콤 T맵에서 같은 방식으로 전국 봄나물 맛집을 분석한 결과 가장 많은 이들이 찾는 봄나물 맛집은 서울 중구 예장동에 위치한 남산골산채집이었다. 지난해 3∼5월 T맵 이용자 중 약 3000명이 이곳을 목적지로 설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미 서울 직장인들에겐 익숙한 맛집인 이곳의 주메뉴는 8000원짜리 산채비빔밥. 들어가는 나물 가짓수는 시기마다 달라지는데 요즘은 7개쯤이라고 한다.

또 서울에선 조계종 총무원이 직영하는 서울 종로구 견지동 사찰음식 전문점 발우공양도 대표적 봄나물 맛집으로 꼽혔다. 계절마다 다른 상차림으로 4종류의 코스요리가 나오는데 봄에는 나물 물김치·겉절임·잡채·무침 등 다양한 나물 요리가 상에 오른다. 김선옥 발우공양 총무는 “봄철에는 나물이 제철이기에 열흘마다 새 나물들이 나와 그때그때 가장 신선한 나물을 요리한다”고 설명했다.

수도권에선 경기 여주 삼교동 오대산산채정식으로 가장 많은 발길이 몰렸다. 간판 메뉴는 1만8000원짜리 산채 특정식. 살짝 데친 나물에 간장, 소금 등 기본적인 간만 해서 나물 고유의 향과 맛을 충분히 살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7년째 영업 중이라는 이 식당 주인은 “매일 퀵 배송으로 산지에서 보내온 나물을 재료로 쓰고 있다”며 “나물이 이제부터 나오기 시작해 5월쯤이 가장 풍성하다”고 말했다.

이밖에 지역별 봄나물 맛집은 충청권 충주시 수안보면 영화식당, 강원권 강원 평창군 진부면 부일식당, 경상권 경남 양산시 경기식당, 전라권 전남 담양군 들풀산채정식이었다.

◆사할린에서도 즐기는 나물

현대인의 탁월한 웰빙 식품으로 평가받는 나물은 곤궁한 삶을 살아온 우리 민족의 서민 고유 음식이다. 민족 수난기 동토의 시베리아 끝 사할린까지 내몰렸던 조선 사람들이 현지 러시아인들은 거들떠보지도 않는 나물로 연명하며 어려운 시기를 넘겼다. 지금은 러시아인들도 즐기는 음식이 됐을 정도다. 이보다 앞서 조선 후기 농촌생활을 읊은 ‘농가월령가’에선 3월 풍경으로 “전산(앞산)에 비가 개니 살진 향채(나물) 캐오리라. 삽주·두릅·고사리며, 고비·도랏·어아리를 일분은(일부는) 엮어 달고 이분은(일부는) 무쳐 먹세”라고 나물 식단을 예찬했다. 임업진흥원 관계자는 “산나물은 인공식품에서 느낄 수 없는 청정의 맛과 향을 간직하고 있다”며 “대부분의 산나물이 알칼리성이어서 산성 체질을 알칼리성이 되도록 도와주며 풍부한 섬유소와 무기염류, 비타민과 엽록소, 각종 효소 등 다양한 영양성분도 함유하고 있어 좋은 건강식품”이라고 설명했다.

 

박성준 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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