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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시대' 성교육 아직도 쉬쉬하고 감추기만? [일상톡톡 플러스]

입력 : 2019-03-05 05:00:00 수정 : 2019-03-05 09: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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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성교육도 제대로 이뤄져야 합니다. 남녀간 성행위를 단순 쾌락만을 위한 게 아닌, 그에 따른 책임이 뒤따른다는 것을 정확하게 알려줘야 합니다."

"10대 청소년을 대상으로 임신체험을 하게 하고, 출산과 양육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몸소 느끼고 배우게 하는 나라도 있습니다. 올바른 성가치관과 책임감을 목적으로 하는 성교육을 진행해야 합니다."

성관계를 경험하는 청소년은 적지 않습니다. 원치 않은 임신과 출산을 겪기도 하는데요.

출산 후 영아를 유기하거나 살해하는 사건도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전문가들은 10대 눈높이에 맞는 다양한 성교육과 피임법을 가르쳐 성에 대한 종합적인 이해를 높이는 교육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교육부·보건복지부·질병관리본부가 2018년 청소년 6만4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제14차(2018년) 청소년 건강행태조사 통계'에 따르면, 성관계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전체의 5.7%였는데요.

성관계 시작 평균 연령은 만 13.6세로 조사됐습니다.

청소년들의 피임실천율은 2013년 39%에서 지난해 59.3%로 20.3%포인트 가까이 증가했으나, 여전히 절반 가까이는 피임을 전혀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성관계 시작 평균연령 만13.6세…청소년 절반이상 "피임 안 한다"

그렇다면 청소년들이 피임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달 14일 발표한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를 보면, 청소년은 '피임 도구를 준비하지 못하거나'(49.2%) '상대방이 피임을 원하지 않아서'(33.1%)라고 답변했습니다.

미국 청소년 거의 대부분(98.8%)이 피임을 하고 있다는 점을 비교해봐도 우린 현저히 낮은 수준입니다.

그렇다보니 원치 않은 임신을 했다가 불법 낙태 시술로 목숨까지 잃는 사고도 발생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2012년에는 임신 23주째였던 여고생이 임신 중절 수술을 받다가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는데요. 이 학생은 수술 도중 자궁에 생긴 구멍 때문에 과다 출혈로 사망했습니다. 해당 병원은 현금 650만원을 요구하며 수술을 권했고 문제가 생기자 잠적했습니다.

첫 성경험 나이가 낮아지면서 질병에 걸릴 위험도 커졌는데요. 한 자치단체 청소년상담사는 "10대 여학생의 임질, 자궁경부암 등 성병 상담이 최근에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국내에서 콘돔은 성인용품이 아닌, 피임·성병예방을 위해 사용하는 '3등급 의료기기'에 속합니다. 현행법상 나이와 무관하게 누구나 콘돔을 살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콘돔=불법 성인용품?…피임·성병예방 위한 '의료기기'

2017년 한국콘텐츠학회논문지에 실린 '2030대 성인남성의 낙태에 대한 인식' 논문을 보면 "2030대 남성 140명을 조사한 결과 70%는 낙태와 관련한 교육을 받은 적이 없었다"며 "이들은 낙태 예방을 위해 필요한 조치로 '교육'을 선택했는데, 우리나라 성교육 내용에 대해 다시 분석이 필요함을 보여준다"고 설명했습니다.

학교 성교육과 관련해 학생들은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내용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성교육의 효과 및 활성화, 성교육 패러다임의 전환, 교육방법의 다양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는데요.

이는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청소년 성교육 수요조사 연구' 보고서에서 작년 11월6일부터 12월5일까지 전국 중학교 1~3학년 4065명을 조사한 결과입니다.

보고서는 " 중학생들의 성 관련 지식수준이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자신들이 성에 대해 알고 있다는 수준과 실제 지식수준 사이의 간극도 컸다"고 설명했습니다.

2017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조사에 따르면 초등학교 6학년생 4명 중 1명은 음란물을 본 경험이 있었지만, 월경이나 몽정 등 생리 변화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아이는 절반 정도에 불과했는데요.

보고서는 "성을 문제나 금기, 위험으로만 다루는 것은 변화하고 있는 청소년의 경험과 실천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며 "오히려 비공식적인 통로를 통해 성에 대한 호기심을 해소함으로써 왜곡된 성에 대한 인식과 관점, 실천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시대에 맞지 않는 부실한 성교육, 성에 대한 왜곡된 인식 심어줄 수 있어

교육부 학교 성교육표준안에는 초·중·고 학생들이 연간 15시간의 성교육을 의무적으로 받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관련 교과 수업에서도 적극적으로 다뤄줄 것을 일선 학교에 요청하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물론 현장의 어려움도 적지 않은데요. 성교육 정규교육과정은 국가 차원 교육과정 안에서 개편돼야 할 문제라 쉽게 결정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유네스코가 말하는 성교육의 기본적인 목적은 '청소년이 자신의 성적, 사회적 관계들에 대한 책임 있는 선택을 하도록 하는 지식·기술·가치를 갖추게 하는 것'입니다.

그러려면 학교뿐 아니라 가정, 사회 전반에서도 성을 쉬쉬하기보다는 의식과 관심을 가지고 교육을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가정에서는 부모들이 자녀와 성에 대해 대화하는 것을 꺼리는 경향이 있는데요.

김영화 강동소아정신과의원 원장의 저서 '우리 아이의 행복을 위한 성교육'에 따르면, 우리나라 학부모 상당수(80%)가 자녀 성교육 방법을 모른다고 답했습니다.

부모들이 자녀와 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도 방법을 몰라 못한다는 것인데요. 가정에서의 성교육은 무엇보다 부모의 태도가 중요합니다.

사춘기 아이들을 대할 때 2차 성징으로 달라진 모습을 인정하고, 스킨십에도 신중해야 하는데요.

김 원장은 이 책을 통해 "부모는 아이들이 각종 유혹과 욕망을 다스리며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며 "건전한 성교육으로 부정적인 사랑 경험을 줄이고, 긍정적이고 성공적인 삶의 길로 나아갈 방법을 알려줘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위생적인 자위법' 교육하는 캐나다…중학교 때부터 콘돔 무료로 나눠주는 스웨던

성별에 따라 성교육을 달리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는데요.

손경이 성교육 강사는 저서 '움츠러들지 않고 용기있게 딸 성교육 하는 법'에서 "'미투(나도당했다)' 운동이 불러오고 있는 새로운 시대를 맞아 바뀐 시대에 걸맞은 딸 성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딸들이 행여나 성폭력을 당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데서 벗어나 딸의 성교육 자체를 고민하고 딸을 성의 객체에서 주체로, 좋은 여성을 넘어 '좋은 사람'이 되도록 키워야 한다"고 역설했습니다.

그렇다면 선진국들은 어떻게 성교육을 진행하고 있을까요. 주요 국가들은 성교육을 연령별로 다르고 세부적으로 교육 및 운영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유치원 때부터 성교육을 하는 등 체계적인 성교육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핀란드는 1970년부터 성교육을 필수 교과로 채택하고 있는데요.

캐나다는 학교에서 역할극을 통해 청소년들의 성관계 관련 위험 상황 대처법을 알려주고 '위생적인 자위법' 등을 교육합니다.

스웨덴은 세계 최초로 성교육을 의무화한 나라로, 만 4세부터 성교육을 하고 15세부터는 피임을 교육하는데요. 중학교 때부터 학생들에게 사용이 가능한 콘돔을 무료로 나눠주고 있습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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