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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청년들 와라"…러브콜 보내는 日기업들 [이동준의 일본은 지금]

입력 : 2019-02-17 13:40:50 수정 : 2019-02-17 15: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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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역사 왜곡과 과거 식민지배 시절 자행한 잘못에 대한 진정한 사과 거부 등으로 한일 관계가 날로 악화하고 있지만 일본 기업들의 채용 시장에서만큼은 예외다. 우리나라와 달리 경제 호황을 누리는 일본 기업들이 일손 부족 만회를 위해 한국인 인재 채용에 적극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서 채용설명회 여는 일본 기업들…취업학원 설립도

지난달 30일 서울에서 일본 기업의 채용 설명회 겸 면접이 진행됐다. 지방대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한 한 지원자는 면접관이 ‘일본에 취업하고 싶은 이유’를 묻자 “한국은 대기업 의존도가 높아 국내 총생산(GDP)의 70%를 차지한다. 그러나 일본은 대기업이 아니더라도 뛰어난 기술력으로 세계에서 높이 평가받는 중소기업도 많다. 그래서 일본 기업에 취업을 희망한다”고 일본어로 답했다. 면접관은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날 채용 면접은 일본 취업 컨설팅 기업 주최로 진행됐다. 이 기업은 일본의 저출산·고령화로 노동 인구 감소에 따른 채용 문제가 불거지자 해외로 눈을 돌렸다. 2011년부터 최근까지 국내 대학을 졸업한 한국인 청년 2000여명을 일본기업 400여개와 연결했다. 
지난달 30일 한국 서울에서 진행된 일본 기업 채용 설명회 모습. 한 청년이 일본 기업 면접관과 마주하고

이 회사는 중국과 대만, 베트남 등에서도 인재를 모집했지만, 최근 한국 취업난이 심화하자 한국 취업관련 회사와 제휴해 서울 도심 한복판에 일본 취업 학교를 개교했다.

해당 학교에는 현재 한국 학생 100여명이 일본어를 비롯한 비즈니스 매너 등의 수업을 받고 있다. 학교는 매월 일본 기업과 면접을 진행한다. 여기서 합격한 우리 학생들은 일본에서 사회 첫경험을 시작하게 된다.

◆“한국 청년들 일본 와라”

기업 국경 사업부 나카무라 츠요시 사업부장은 한국 청년 채용과 관련한 장점으로 “언어습득이 다른 나라보다 빠르고, 일본과 생활 습관이 비슷해 일본 생활에 잘 적응해 다른 나라 청년들보다 선호도가 높다. 또 학력과 개인 능력이 뛰어나 높은 평가를 받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 청년들 중) 대기업 취업을 희망했다가 탈락한 고학력 인재가 해외로 눈을 돌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일본 산케이신문도 한국 청년들이 일본 취업을 희망하는 이유로 한국 내 높은 실업률을 지목했다.

신문은 “한국은 경기 침체가 계속되고 있다”며 “최근 최저임금 인상된 후 인건비 부담을 느낀 (한국) 기업들이 채용을 줄여 고용상황이 과거보다 악화한 요인이 크다”고 분석했다.

신문은 “대졸 취업률을 보면 일본은 98%로 사실상 완전 고용을 달성해 학생들이 졸업도 하기 전 원하는 직업을 선택해 취업할 수 있지만, 한국 대졸 취업률은 70%에도 못 미친다”며 “각 나라 정부가 발표한 유효 구인배율에 따르면 일본은 고도성장기보다 높은 1.64를 기록했으나 한국은 0.6으로 약 2.7배 차이가 난다”고 보도했다.

◆국내 실업자 122만 4000명

안타깝게도 일본 언론의 지적은 냉정한 현실이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 1월 고용동향을 보면 취업자 수는 2623만 2000명으로, 전년 동기보다 1만 9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일본 언론은 한국 청년들이 일본 취업을 희망하는 이유로 ‘한국 내 높은 실업률’을 지목했다.

취업자 수는 증가했지만 증가 폭은 지난해 8월 3000명 이후 최저치다. 특히 전체 실업자 추이는 122만 4000명을 기록 역대 최대를 기록하며 ‘실업률 9년 만에 최고’, ‘실업자 수 19년 만에 최악’이라는 초라한 고용성적표를 기록했다.

◆“정치적 갈등은 정부 간 문제…민간은 휘둘리지 말아야”

한국의 고용상황은 악화하는 반면 일본기업은 한국인 청년 채용에 적극적이다.

일본 취업 컨설팅 기업은 지난해 10월 경기도 수원시와 제휴를 체결하고 일본 취업을 희망하는 우리 청년들에게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또 국내 몇몇 대학과 연계해 일본어 교육과 일본 현지 면접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기업 집행 임원 나카야마는 “한일 관계가 악화해 걱정되는 수준이지만 일본을 찾는 관광객 등(민간분야) 영향은 없다”며 “취업자는 계속 확대한다. 직원도 한일 관계 악화에 딱히 신경 쓰는 모습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기업은 “일본 기업에서 한국인 인재의 능력과 일에 대한 열정은 높히 평가하고 있다”며 “많은 일본 기업이 한국인 인재 채용에 긍정적이다. 우리 기업에서만 정규직으로 채용된 한국 청년이 2000명을 넘어섰다. 일본 취업을 위한 수수료, 취업 컨설팅, 기업 소개·면접 등 비용은 전부 일본 기업이 부담한다. 일본 취업에 대한 꿈을 가지고 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지원해 달라”고 밝혔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사진= 산케이신문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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