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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돈칼럼] 한국 경제의 새 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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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2-10 23:06:40 수정 : 2019-03-31 20:5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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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지원 정책 ‘재벌’ 쏠림 여전 / 대기업 주도 성장책 한계 도달 / 이젠 중소기업 경쟁력 높여야 / 기술력 제고 위해 전폭 지원을

지난 35년을 경제학자로 일하면서 늘 골머리를 앓아오던 문제는 한국 경제의 미래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 것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과연 한국이 여태껏 그래왔듯이 수출에만 의존해 먹고살아 갈 수 있는지 하는 문제 말이다.

 

최근 들면서 소위 진보 경제학자들이 수출주도형 경제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하게 되는 이유는 대체로 정부의 수출지원 정책이 소수의 재벌 대기업에 집중됐고, 대기업의 경제력이 극도로 비대해지면서 정부와 대기업의 정경유착이 고착화됐으며, 그 결과 중소기업이나 중산층 근로자의 소득이나 복지가 현저히 위축되는 양극화가 빠르게 진행됐다는 것이다. 정리하면 정부의 수출 주도 발전정책이 대기업의 비대화와 정경유착을 심화시키면서 중산층 몰락과 양극화 같은 온갖 경제사회 부조리가 뿌리내렸다는 논리이다.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경제학

이런 진보주의 경제학자의 판단은 옳다. 수출지원 정책이 몇몇 대기업에로 쏠리다 보니 혜택을 입은 대기업이 급속도로 성장했고, 그런 과정에서 정경유착과 함께 중소협력업체나 근로자의 소득이나 복지가 훼손되면서 양극화가 고착·심화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수출주도형 경제 자체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 그 방법, 즉 오로지 대기업에만 유리한 방식으로 수출지원정책이 이루어져 왔다는 점이다. 7차에 걸친 경제개발 5개년계획이나 조선산업, 자동차산업, 반도체산업, 전자산업 발전정책 등과 같은 전통적 전략적 수출중심 산업정책이 거의 모두 대기업 중심으로 전개됐을 뿐 중소 중견기업에 대한 깊은 배려나 지원은 거의 결핍됐다. 그 결과 중소기업의 자연몰락과 근로자 소득 및 대량실업과 같은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대기업 중심의 편향적 지원방식을 쓴다면 내수중심의 성장전략이라 하더라도 중소기업의 몰락이나 실업과 같은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대기업에 편향된 정책 때문에 모든 문제가 발생한 것을 가지고 수출주도형 전략을 부정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리면 안 된다. 이것이 수출을 부정하는 진보경제학자들의 논리적 오류다.

 

수출 중심의 성장전략은 여전히 유효하다. 한국의 대외의존도가 높다고 하지만 독일이나 스위스나 대만에 비하면 턱없이 낮다. 이젠 방식을 바꿔야 한다. 대기업 주도의 수출은 한계에 도달한 것이 확실하다. 조선이나 자동차가 그렇고 반도체도 마찬가지다. 대기업이 아니라 중소 중견기업의 수출을 지원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체 수출의 20%밖에 담당하지 못하는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우선 기술력이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중소 중견기업의 기술력은 초일류가 아니다. 일류나 이류가 못 되는 분야도 허다하다. 그러니 기술력을 높이기 위한 교육과 훈련이 필수적이다. 소위 히든 챔피언과 같은 기술력을 갖추기 위한 시스템, 즉 교육기관과 교육인재와 교육프로그램 도입이 시급하다. 외국의 기술교육기관을 끊임없이 벤치마킹하고 그곳의 최우수 인력을 영입함과 아울러 국내 교육기관이나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혁신해야 한다. 또 중소 중견기업 종사자의 해외연수 기회를 적극적으로 넓혀줘야 한다.

 

이어 기술력은 거의 모든 경우 최첨단 설비와 같이 간다. 최첨단 설비가 없으면 최첨단 기술력은 불가능하다고 보면 된다. 자개장과 같은 전통공예 제품이야 장인의 손끝에서 나온다고 하겠지만 최첨단 반도체 설계는 최첨단 설계프로그램 없이는 불가능하다. 이에 최첨단 장비나 설비를 갖추지 않고서 최첨단 기술력을 발휘할 수는 없다. 정부의 금융지원이 필수적인 부분이다.

 

끝으로 우리나라 중소기업은 너무 영세하다. 자금력은 물론 인적자원이나 규모 면에서 턱없이 영세하다. 경제학의 기초가 되는 분업의 효율성이나 규모의 경제는 그들에게는 사치에 불과하다. 따라서 수평적 혹은 수직적 유관 중소기업의 인수 합병(M&A)을 통해 구조를 조정해 줘야 한다. 정부는 유관 중소기업의 자율적 M&A를 촉진하기 위한 금융지원은 물론 제도와 법체계로 중소기업구조조정촉진특별법 등을 갖추어 줄 필요가 있다. 만약 우리나라 중소기업이 스위스나 독일 중소기업의 경쟁력만 갖춘다면 그래서 대외의존도가 90% 정도만 된다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5만달러는 족히 되고도 남을 것이다.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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