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보검'은 무엇입니까? tvN 드라마 '남자친구' [TV에 밑줄 긋는 여자] (30)

마음이 헛헛하다. 그를 보지 못한 이틀이 어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당신은 이별을 하세요. 전 사랑을 하겠습니다.”

자신을 무참히 내치는 여자친구를 향해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남자. 

여자친구를 찾아가 “헤어져 달라”고 했던 엄마에게 ‘그것도 사랑’이라며 손을 지그시 잡아주는 남자. 이 남자, 도대체 정체가 뭘까?

배우 박보검(사진)에 대한 관심은 사실 오래전부터 시작되었다.

2015년 개봉한 영화 ‘차이나타운’에서 기미와 주근깨가 가득한 낯선 모습을 선보인 김혜수에게 모든 이들의 시선이 가 있을 때 난 그를 더 눈여겨봤다. ‘어머 저 배우 누구야?’

세상 착하게 생긴 외모뿐만 아니라 더 ‘착한’ 목소리로 그 어떤 배우보다 내 뇌리에 제대로 각인된 그다.

연예계 장난꾸러기들의 총집합소인 KBS 2TV 예능 프로그램 ‘1박2일’에 2016년 8월 출연해 멤버들의 기상천외한 짓궂은 장난에도 웃음으로 대처했던 남자(사진 맨 왼쪽). 

지난해 3월 JTBC 예능 ‘효리네 민박2’에서 ‘후배 잡기’로 유명했던 가수 이효리마저 버선발로 맞이하게 했던 그다. 

이 모든 것이 설령 그의 이미지 메이킹이라고 해도 할 수 없다.

‘박보검’은 무엇인가?

며칠 전 지인들과 함께한 단체카톡방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아들의 대학수학능력시험 ‘패망’으로 우울한 날들을 보내는 지인이 단톡방에서 12년간의 아들 뒷바라지에 대한 회한을 쏟아냈다. 다들 그녀를 위로하고 공감하며 대한민국 입시의 현주소를 맹렬히 비난했다. 

뒤늦게 단톡방의 소란스러움을 감지한 나는 일단 그녀를 웃게 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리고 박보검의 하얀 미소가 가득 담긴 드라마 캡처 사진 한 장을 올렸다. 맹렬하게 오고 갔던 대화는 일순간 ‘인생 길다’, ‘재수시켜’, ‘또 한번 해보는 거지’, ‘너무 실망하지 마’ 등 세상 온화한 말들로 확 변했다.

나는 순간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심지어 TV를 보지 않아서 박보검이 ‘송혜교의 남편’으로 알고 있던 이마저 그의 환한 미소에 ‘무장해제’를 당했다. 박보검은 무엇인가? 

사실 tvN 드라마 ‘남자친구’가 담고 있는 담론이나 드라마적인 요소와 퀄리티, 이야기의 전개과정은 현실성이 거의 없다. 인위적이다 못해 억지스러운 면도 많았으나 당장은 차치하고 싶다.

어쩌면 우리는 그저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내가 힘들 때 아무 말 없이 곁을 지켜주면서 일일이 따지지 않는 그런 ‘박보검’같은 사람을 원하고, 기대하는 것은 아닐까. 바로 ‘녹색창’을 두들기며 진위를 따지고, 그 자리에서 맞고 틀림을 구분하는 이 시대에 말이다. 

이윤영 방송작가 blog.naver.com/rosa0509, bruch.co.kr/@rosa0509

사진=tvN ’남자친구’ 캡처, 영화 '차이나타운'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