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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만의 리그' 끼고 싶은 욕망…욕하면서도 동경하는 역설적인 'SKY캐슬' [일상톡톡 플러스]

입력 : 2019-01-19 05:00:00 수정 : 2019-01-19 09:5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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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최상위권 부모들의 입시 전쟁을 소재로 한 JTBC 드라마 'SKY캐슬(스카이캐슬)'이 시청률 20%대에 육박하며 연일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17회 대본이 유출돼 비상이 걸리기도 했는데요. 'SKY캐슬' 측은 지난 16일, 17회 대본이 유출된 게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유포자에게 강력한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학부모들의 최대 관심사인 입시 문제를 다룬 만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현실에서 가능한 일이냐' '실제 입시 코디가 있느냐'와 같은 내용을 묻는 학부모들의 글이 봇물을 이루고 있는 상황입니다.

수험생들도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요. 한 유명 수험생 카페에는 '실제로는 더 심한 사람도 있다' '우리도 주인공과 다를 바가 없다'는 내용의 글이 수백건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SKY캐슬' 적나라한 욕망과 위선, 시청자들 마음 사로잡았다

학부모와 명문대생의 말을 종합해보면, 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입시 코디네이터' '외국 명문대 입학 사기' 등은 일부 과장된 요소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 사실에 가깝습니다.

입시전문가들은 실제 거액의 비용을 받고 내신성적부터 교과 외 활동 전반을 관리해주는 사람이 있다고 말하고 있는데요.

다만 드라마에서처럼 학생 1명당 관리비가 수십억원까지 소요되는 것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설령 1년간 꾸준히 컨설팅을 받는다고 해도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에 이를 수 있으나 매우 드문 경우입니다.

JTBC 금토드라마 'SKY캐슬'이 데이터코퍼레이션이 발표한 1월 2주차 TV 화제성 드라마 부문에서 31.8%라는 압도적인 점유율로 5주 연속 1위를 달성했다.
부모님의 성화에 못 이겨 세계 최고 명문 하버드대에 다니는 척하면서 강의를 듣고 기숙사에서 생활하다 들통난 사건도 실제 있었던 일과 유사합니다.

2007년 미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한인 학생 김모양은 스탠퍼드대에서 재학생 행세를 하며 8개월 동안 기숙사에서 생활하다가 들켜 쫓겨나기도 했는데요.

당시 김양은 다른 대학 재학생이라도 학군후보생(ROTC) 등록을 허용하는 허점을 이용해 인근 대학에서 ROTC에 등록해 군사학 강의까지 들었습니다.

이 사건은 당시 스탠퍼드대 교내 신문 '스탠퍼드 데일리'에도 소개되기도 했습니다.

◆"드라마처럼 우리도?"…시청률 폭발, 학부모 관심 高高

'SKY캐슬' 인기가 치솟으면서 유튜브와 SNS에 패러디도 덩달아 화제를 모으고 있는데요.

주요 등장 인물에 대한 성대모사, 결말 예측 등 다양한 시청자 반응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유명 유튜버 박막례 할머니는 전문 입시 코디네이터 김주영으로 나오는 김서형을 패러디해 웃음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박 할머니가 김서형의 상징 패션인 검은색 정장 차림으로 등장해 손자를 '먹방 유튜버'로 만들기 위해 특별 조련(?)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는데요.

개그우먼 황신영도 유튜브에서 김서형을 패러디했습니다. 김서형 차림으로 나와 유행어처럼 된 대사를 성대모사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입시 지옥'에서 고통받는 아이들의 모습의 아프고 불편한 현실을 드러내 우리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합니다.

엄마의 관심을 받고 싶은 딸은 편의점에서 물건을 훔치는 걸로 입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피라미드 꼭대기에 올라야 한다는 아빠의 등살에 못 이겨 자녀는 해외 명문대 유학생인 척 거짓 생활을 합니다.

이상과 현실이 괴리된 부모와 자식의 상황은 보는 이들에게 가슴 저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데요.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7일 오후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과도한 부분이 있지만 현실을 반영한 것 같다"며 "수백만원대 입시 코디가 있다는 기사를 읽었다. (사교육을) 비판하는 사람들도 내 아이의 문제가 되면 그렇게 한다더라"고 밝히며 관심을 표했습니다.

학생부 종합 전형의 공정성 문제를 언급하기도 했는데요. 유 부총리는 대한민국 교육 현실의 어려움을 토로하며 "10년 뒤에는 상상보다 훨씬 더 급속하게 직업이 바뀔 것"이라며 "교육부가 근시안적인 정책만 할 것이 아닌, 장기적인 관점에서 미래 사회를 대비하는 교육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수억원 고액 입시과외 법적으로 가능하다고?

법조계에 따르면 천문학적인 금액의 과외는 엄연한 불법입니다.

우리나라는 학원과 교습소를 구분해 정의하고 있으며, 과외교습에 대해서도 명시해 뒀는데요.

대학교 재학생 등을 제외하고 교습을 하려면 반드시 교육감에게 사전 신고를 해야 합니다. 이 신고사항에는 인적사항을 비롯 교습비, 교습과목 등을 명시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교습자 신고의무를 위반할 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지는데요. 처벌을 받은 뒤 1년동안 다시 교습소를 운영할 수 없습니다.

다만 현행법상 고액 과외 기준은 없는 상황입니다. 교습비에 대한 상한선이나 하한선을 별도로 규정하고 있진 않은데요.

물론 교육감은 경우에 따라 신고된 교습비가 지나치게 높을 경우 조정할 순 있습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이 드라마에 나오는 은밀한 고액 과외는 불법"이라며 "현행법에 따라 처벌받는 범죄"라고 지적했습니다.

◆희망 사라지고 절망만 남은 교실…우리 아이들에게 숨 쉴 공간 줘야


이 드라마의 주제는 한눈에 쉽게 드러납니다. 부모의 그릇된 욕망으로 아이들을 더이상 망치지 말라는 것인데요.

자녀를 존재 자체로 인정해야지 '소유의 대상'으로 보는 잘못된 자식관에 대해 경고하고 있습니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다"라고 예전부터 외쳤던 구호에서 여전히 자유롭지 못한 부모와 타인에 의해 자식의 행복과 부모 자신의 행복을 평가받는 그릇된 사회 분위기 등이 입시 지옥에서 허우적대는 우리의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자식을 위한다는 대의명분으로 자식을 사육하는 공부는 결국 모두에게 파국만 초래할 뿐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 길을 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숙명여고 문제유출 같은 사건이 일어나고 있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입시란, 교육이란 무엇일까요?

우리 모두는 그 답을 알고 있지만, 그 답을 선뜻 선택하기 어려운 건 아닐까요?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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