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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따 소년, 고졸 청년 백수’에서 ‘소통 영웅’이 된 사연 [궤도 밖 나의 길]

입력 : 2019-01-13 06:00:00 수정 : 2019-01-14 07:3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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⑦ ‘SNS 작가 1호’ 이창민씨 / 초등생 때 천식 치료기 달고 산 탓에 / 놀림 받고 폭행당해 전학도 여러번 / 부친에 간 이식한 후 교통사고 불운 / 무료한 병상 SNS에 올린 글 ‘호응’ / 온라인 이웃들 모두 만나보자 결심 / ‘지식창조자’ 명함 들고 무작정 찾아가 / 정세균 의원·모델 한현민 등 인터뷰 / 그들의 다양한 삶 두 권의 책에 담아 / 공부만이 정답 아냐… 도전해보세요 정세균 전 국회의장, 국회의원 김수민·신보라, 치어리더 박기량, 모델 한현민, 가수 배기성, 작가 이지성, 방송인 크리스티나···.

‘그’가 지난 5년간 직접 찾아가 인터뷰를 하거나 대화를 나눈 8000여명 중 일부다. 이들 외에도 이름을 대면 알 만한 인사 상당수부터 평범한 시민, 장애인과 탈북자를 비롯한 사회적 약자 등 많은 사람이 낯선 그에게 삶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들려줬다. 도대체 그는 무슨 재주로 그렇게 할 수 있었을까. 최소한 낯을 가리지 않는 ‘무대뽀 정신’의 소유자일 것 같았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추측이었다. 5년 전까지는 기죽은 채 남의 눈치만 보는 ‘아싸’(아웃사이더)의 인생을 살았다고 한다. 무엇이 그를 180도 달라지게 했나 궁금했다. ‘왕따 소년’과 ‘청년 백수’에서 국내 ‘SNS작가 1호’로 거듭난 후 강연과 멘토링, 정부 위원회 자문 등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그, 이창민(31)씨와 지난 3일 마주 앉았다. 

이창민씨가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세계일보에서 인터뷰를 하다 최근 세 번째로 펴낸 증강현실(AR) 인터뷰 책 ‘믿어줘서 고마워’를 들고 포즈를 취한 모습. 이제원 기자
◆암울했던 학창시절···고졸 백수로 전락

부산의 넉넉하지 않은 가정의 둘째 아들이었던 이씨는 초등학생 때까지 천식을 심하게 앓아 치료기를 달고 살았다. 유치원과 초등학교 때 놀림의 대상이 되거나 집단 따돌림, 폭행을 당하기 일쑤였다. “너무 괴로워서 여러 차례 전학을 가고, 중학생이 돼서도 혼자 도시락을 먹는 등 소외된 채 집, 학교, 학원만 오고 갔어요. 고등학교 시절 역시 별 꿈이 없어서 방황을 많이 했죠.”

이씨는 지나치게 위축된 자신을 바꿔보려고 영산대 컨벤션이벤트학과로 진학했지만 배우는 내용이 생각했던 것과 다르자 2학년을 마치고 관둔 뒤 군대를 갔다. 제대 직후에는 아르바이트를 하다 ‘아버지가 간암 말기여서 간이식을 받지 않으면 3개월 정도만 살 수 있다’는 청천벽력의 소식을 들었다. “아버지 간 상태가 나빠 다 떼어내고 제 간의 75%를 이식하는 수술을 받았습니다. 다행히 잘 돼서 8년이 지난 지금도 아버지를 뵐 수 있어요.” 1년 후 퇴원했지만 새 일자리를 구한 지 사흘 만에 인도로 돌진한 오토바이에 치여 6개월가량 또 입원 환자가 됐다. “자꾸 불행한 일이 닥친 데다 ‘고졸 백수’에게 무슨 미래가 있겠나 싶어 몹시 불안할 때였습니다. 너무 억울하단 생각도 들고, 급기야 헛웃음까지 나오더라고요.”

◆사람 일은 모른다···역발상으로 새 길 개척

꼼짝없이 병상에 누워 신세 한탄을 하던 중 스마트폰과 책들이 눈에 들어왔다. 카카오스토리 등 소셜미디어(SNS)에 담담하게 일상을 기록해 공개하고 마음에 들었던 책과 글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심리적으로 안정이 되고 긍정적 메시지를 계속 올리다 보니 3명으로 출발한 ‘SNS 친구’가 금세 500명으로 늘었고 어떤 분들은 병문안까지 오셨어요. 그런 반응들 자체가 신기하고 반가웠습니다. 물론 ‘건강 회복에나 신경쓰라’며 혀를 차는 사람도 있었지만.”

이를 계기로 이씨는 ‘SNS친구들을 모두 만나봐야 겠다’는 결심을 하고 퇴원 후 실행에 옮겼다. 녹록하지 않았다. 만나러 나온 10명 중 9명은 제대로 눈도 못 마주치며 고개를 숙인 청년이 “부산 청년백수 27살 이창민입니다”라고 소개하자마자 실망스러운 기색을 내비치며 자리를 떴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카카오톡,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SNS를 통해 맺은 인연들을 찾아 다녔다. ‘지식창조자’란 명함을 들고서. 그렇게 만난 사람들과 소통한 이야기를 SNS에 올리며 국내 ‘SNS 1호 작가’라는 타이틀을 달았다. 2014년과 2015년에는 두 권의 책을 펴냈다 “사람마다 직종과 빈부, 기득권 여부에 상관없이 삶의 방식과 생각, 가치관이 다르다는 것을 알고 매우 놀랐어요. ‘지식이 경험을 못이긴다’는 말처럼 다양한 사람들과의 소통 과정에서 그들의 경험과 에너지를 체득하며 배우고 깨달은 게 엄청 나요.”

◆‘스펙’이 아니라 ‘스토리펙’이 중요한 시대

대통령 직속 국민대통합위원회의 ‘소통 영웅’으로도 뽑히는 등 이씨의 특이한 이력과 활동이 알려지면서 부르는 데가 많아졌고 그만큼 여러가지 일을 하게 됐다. 각종 기관과 대학 강연, 방송 출연, 청소년 멘토링 활동을 비롯해 행정안전부 정부혁신국민포럼의 최연소 운영위원, ‘서울시장과 신나는 일자리 JOB담 심사위원’ 등을 맡았다. 최근에는 소속사도 생겼다. “제가 공부를 잘 한 것도, 소위 ‘스펙’이 좋은 것도 아닌데 남다른 일을 하는 모습을 보고 찾는 것 같아요. 앞으로 저만의 ‘스토리팩’을 활용해 AR(증강현실) 등 4차산업혁명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책’을 출판하거나 대국민 소통이 중요한 기관 등에서 소통을 책임지는 업무도 맡고 싶습니다.”

이씨가 정의한 스토리팩은 ‘과감하게 도전하고 다양한 경험을 쌓으면서 자기 안의 무한한 잠재력과 가치를 찾고 발산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그가 입시와 스펙 경쟁에 찌든 청소년들을 보고 안쓰러워하면서 우리나라 교육 환경에 비판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지금의 교육 풍토는 마치 공부(성적)만이 인생의 답인 것처럼 청소년들을 몰아가고 도전 자체를 두렵게 만듭니다. 학점, 자격증, 봉사활동, 어학연수 등 ‘취업 13종 스펙’ 획득에 집착하게 하니 장래 희망 1순위로 건물주나 공무원, 대기업 직원을 꼽는 것 아닐까요. 순탄하게 살고 싶어 그러는 건데 안타까워요.”

이씨는 간곡히 당부했다. “청소년들이 각자 좋아하고 관심 많은 분야가 있다면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해서 스토리팩을 갖춰나갔으면 합니다. 치열한 경쟁 분야에서 최고가 되기보다 새로 개척한 곳에서 최고가 되는 길이 (어쩌면) 더 쉽고 빠른 길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강은 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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