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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대상에서 빠진 '속비닐'… "이건 일회용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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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1-05 11:00:20 수정 : 2019-01-06 01:4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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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세계-일회용봉투 제공금지①] 속비닐 얌체족
“시행 초기니까 아직은 괜찮아요.”

4일 오전 서울 성북구 소재 A할인마트 점원이 계산대에 선 손님에게 커다란 ‘속비닐’을 슬쩍 건넸다. 파란색 비닐봉투는 손잡이가 없었지만 물건을 여러 개 담을 정도로 크고 재질이 두꺼워 장바구니 역할을 하기에 충분했다. 심지어 20원 봉툿값도 받지 않았다.

점원은 “원래도 3만원 이상 구매하는 손님들이 배달을 요청할 때 이 비닐에 싸서 드린다. (물건값이) 3만원 넘는 경우에는 배달이나 비슷하니 드리는 것”이라며 “일회용을 많이 안 써야 하는 건 아는데 단골장사라 서비스 차원이다. 앞으론 주의하겠다”고 털어놨다.

계산대 옆에 재활용봉투, 일회용봉투, 속비닐이 함께 놓여있다
◆정부, 새해부터 일회용 비닐봉지 제공 금지... ‘속비닐’은 규제 대상서 빠져

정부가 새해부터 전국 모든 대형마트와 면적 165㎡(50평) 이상인 슈퍼마켓에서 일회용 비닐봉지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개정된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에 따라 일회용 비닐봉지의 무상 및 유상 제공을 모두 막은 것이다. 이를 어기면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으며 3월 말까지는 계도기간이다.

하지만 생선이나 육류 등 수분 있는 제품을 담는데 쓰는 속비닐은 정작 사용 금지 대상에서 빠지면서 규제가 충분치 못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실제 시민들은 속비닐에 물건을 담아 장바구니처럼 사용하는 ‘편법’을 쓰기도 했으며 마트에선 이를 방관하거나 오히려 권장하기도 했다.

◆속비닐 장바구니처럼 쓰는 ‘얌체족’, 마트는 알고도 모른 척

근처 B할인마트에서도 속비닐이 계산대에서 무상 제공됐다. 다만 직원은 “먼저 50원짜리 일회용 비닐봉투나 450원짜리 재활용 쓰레기봉투를 손님에게 권하는데 반발이 심할 때 (속비닐을) 드린다”며 “동네 장사라 어쩔 수가 없다”고 말했다. 계산대 근처에는 일회용봉투, 재활용쓰레기봉투, 속비닐이 같이 준비되어 있었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대형마트 브랜드의 중소형 슈퍼마켓도 사정은 비슷했다. 채소, 과일 등 신선식품 쪽에 속비닐이 한 롤째 비치돼 있었다. 그 앞에는 “비닐롤백 사용 줄이기에 동참해주세요”라며 “비닐롤백은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라 생선-채소 등 수분이 있는 제품을 담기 위한 용도로만 사용 가능하며, 기타 사용 시에는 유상으로 제공됩니다(20원). 환경보호를 위해 가능한 사용을 자제해 주시길 바라며, 고객 여러분의 협조를 당부드립니다”라는 알림문이 부착돼 있었다.

하지만 이날 라면, 과자, 우유 등을 계산 후 속비닐에 담아가는 손님에게 점원은 “다음부턴 종량제 비닐봉투를 사셔야 한다”고 말할 뿐 20원을 받지 않았다. 해당 점원은 “(속비닐) 봉투값을 달라고 하면 손님들의 반발이 심하다”며 “딸기 한 팩을 사고 비닐만 대여섯장씩 쓰는 손님도 있다. 말씀드리면 ‘이거 사지 않았느냐’고 하신다. 돈 받기가 어렵다”고 전했다.

◆전문가 “마트 자체적으로 속비닐 줄이려는 노력해야”

환경부는 “지난해 4월 대형마트와 속비닐 사용 줄이기 협약을 통해 2017년 하반기 대비 2018년 하반기 속비닐 사용량을 약 41%(약 163톤, 3260만장) 줄였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해당 통계에는 속비닐 사용이 많은 중소형 슈퍼마켓이나 재래시장 수치는 빠져있다.

김미화 자연순환사회연대 사무총장은 “일회용 비닐봉투 유상 판매 시작 이후 마트에서 속비닐 사용량이 매우 늘었다”며 “시민들이 속비닐을 물건을 담아가는 용도로 쓰는 사례가 많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대형마트 등은 이미 2010년부터 정부와 협약해 일회용 비닐봉투 사용을 줄여왔다. 문제는 중소형 슈퍼마켓”이라며 “비록 이번 규제에서 속비닐이 빠졌다고 그걸 많이 쓰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최대한 줄일 수 있는 한 줄이라는 것이다. 중소형 마트에서 관리를 철저히 해야 낭비되는 속비닐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현재처럼 ‘필요한 사람 가져가세요’라는 식의 안내판으론 관리에 한계가 있다”며 “3개월 계도 기간 동안 시민들의 인식 전환과 함께 속비닐 사용 자제에 대해 홍보하고 관리하는 부분들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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