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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급휴일 폭탄'에 중기·자영업자 '노동쇼크'

입력 : 2018-12-23 18:36:41 수정 : 2018-12-23 22:5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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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법 시행령 24일 결정/통과 땐 토요일도 근로시간에/최소 월급 202만9050원 줘야/재계 “강성노조 근로자만 혜택/노동개혁이 되레 양극화” 경고
산업계가 연말을 맞아 ‘노동쇼크’에 빠져들고 있다. 쉬는 토요일도 근로시간으로 간주하는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 시행이 초읽기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내년부터 최저임금이 10.9% 오르고 근로시간단축 계도기간도 끝난다. 산업현장에서는 노동 3대 악재가 한꺼번에 쏟아질 경우 취약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릴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문재인정부가 취약근로자 보호라는 명분으로 강행하고 있는 친노동 정책이 양극화를 부추기며 오히려 약자에게 부메랑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경고도 나온다.

산업계의 반발이 거세지자 정부도 다급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23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고용노동부, 산업통상자원부, 국무조정실 등 관계 장관들 간 비공식회의인 ‘녹실회의’를 열어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의 수정 여부를 논의했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월급제 근로자의 최저임금 위반 여부를 따질 때 시급 환산을 위한 기준시간에 모든 유급휴일을 포함하는 것이다.

관계 장관들은 유급휴일 관련 조항을 부분 수정하는 방안을 논의했으며, 24일 국무회의에서 최종 결론을 낼 예정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왼쪽 두번째)가 20일 서울 종로구 소상공인진흥공단 서울 전용 교육장에서 열린 자영업자 성장·혁신을 위한 현장소통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고용부는 그러나 주휴시간은 물론 노사가 약정한 휴일인 토요일도 기준시간에 포함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에서는 대법원이 월 소정근로시간인 174시간을 기준으로 최저임금법 위반 여부를 판단해 온 것을 근거로 과도한 노동친화 정책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고용부 기준을 적용하면 내년부터 직원에게 월 200만원의 급여를 주는 사용자도 최저임금법을 위반하게 된다. 174시간을 일한 노동자가 월 200만원을 받으면 시급은 1만1494원에 달한다. 하지만 주휴시간을 더한 243시간을 기준으로 바꾸면 시급은 8230원으로 낮아진다. 이는 내년부터 적용될 최저임금 8350원보다 낮은 액수다. 이 때문에 사용자는 직원에게 최소 202만9050원 이상의 월급을 줘야 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유급처리 시간은 실제 일하지 않은 허상의 시간”이라며 “기업 입장에서 생산성이 존재하지 않은 채 임금만 지출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유급휴일이 근로시간에 포함되면 사용자만 큰 손해를 보게 된다”며 “소상공인은 채용을 줄이고, 대기업 근로자들의 급여는 올라가는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급휴일’ 폭탄 째깍째깍

이번 개정안을 적용하면 일부 기업의 월 급여 인상률이 최저임금 인상 등을 합쳐 최대 40%에 이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총에 따르면 회원사인 A업체는 대법원 판례에 따라 최저임금을 계산할 때 주휴시간을 제외한 월 174시간(주 40시간×월평균 주 수 4.345)을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개정안이 시행되면 근로기준법상 주휴일(일요일 8시간)에 노조와 합의한 유급휴일(토요일 8시간)을 더해 월 243시간으로 계산해야 한다.

회원사 B사는 노사 합의로 유급휴일을 토·일 각 8시간으로 정하면서 최저임금 산정은 일요일만 반영한 209시간으로 적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시행령이 개정되면 243시간으로 늘어난다. 시행령 개정안이 원안대로 통과해 다음달 1일부터 적용되면 월 최저임금액 조정 폭은 A사는 40%, B사는 16.3%에 이를 전망이다. 한국경제연구원 등은 유급 주휴일이 2일 이상인 대기업은 33%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대기업도 최저임금법 위반(?)

대기업들 사이에서도 최저임금법을 위반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현대모비스의 대졸 신입사원은 기본급 2100만원에 홀수달 지급되는 상여금 등을 포함해 모두 5000만원의 연봉을 받는다. 하지만 현대모비스는 최저임금법을 지키지 못했다는 이유로 고용노동부로부터 시정 지시를 받았다. 최저임금법은 매달 정기적으로 제공하는 급여를 기준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대모비스 신입사원 초봉이 5000만원보다 많지만 상여금을 뺀 기본급은 175만원에 불과하다. 이를 근무시간으로 나누면 시급이 7200원에 불과하다. 올해 최저임금인 7530원을 충족하지 못하는 것이다. 최저임금에 미달하면 형사 처분 대상이다. 3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대우조선해양 역시 올해 2월 고용노동부로부터 최저임금 위반 사례로 적발돼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됐다. 하지만 창원지검 통영지청은 대법원 판례를 적용해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불기소했다. 현대차의 경우 243시간의 근무시간을 적용할 경우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하는 직원의 숫자는 7000여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강성노조의 대기업 근로자만 혜택

대기업들이 최저임금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취업규칙을 변경해 상여금을 반으로 나눠 매달 분할지급하면 된다. 언급된 기업이 상여금을 매월 지급으로 바꾸면 주휴시간을 포함하는 산식으로 바꾸기만 하면 시급은 1만원대로 높아진다.

상여금 분할지급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금지에 어긋나지는 않지만, 상여금 지급 시기를 명시한 단체협상 위반이라는 점에서 노조의 합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국회는 5월 최저임금법을 개정하면서 2개월 이상 주기로 지급하던 상여금을 매월 지급으로 사업규칙을 바꿔도 사업주가 근로자의 의견을 듣는 과정을 거쳤으면 불이익 변경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단서 조항을 포함했다.

이재갑 고용부 장관은 “상여금 등의 비중이 높은 고액연봉자임에도 최저임금 위반으로 확인되는 경우가 있다”며 “사업장에서 임금체계 개편 의지가 있는 경우에는 취업규칙 변경, 노·사 합의 등 임금체계 개편에 필요한 적정 시정 기간을 부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대모비스는 노조와 성실히 대화해 상여금 지급 시기를 변경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노조는 이를 반대하고 있다. 결국 최저임금제도가 생계를 걱정하는 생계형 노동자와 소상공인, 영세 중소기업을 위한 제도지만 ‘강성 노조’가 존재하는 대기업 근로자들의 급여만 인상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또 근로자가 주 15시간 미만 근무할 경우 주휴수당을 주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초단시간 근로자를 양산할 것이라는 목소리도 높다.

건설 대기업 관계자는 “원청사뿐 아니라 하도급 업체 비용 상승에 따른 부담이 커 건설업계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비교적 높은 급여를 받은 숙련 노동자의 영향은 크지 않겠지만 임금이 낮은 비숙련 노동자들의 일자리 찾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기본급 중심의 임금구조 개편해야

기본급 중심의 임금구조 개편에 나서야 할 때라는 의견도 나온다. 현재의 임금제도는 근로자의 장시간 노동에 고속성장을 의존했던 1970년대부터 기업들이 기본급을 최소화한 대신 각종 수당으로 기본급을 보완해 주면서 만들어졌다. 이 때문에 임금체계가 복잡해졌다. 기업들은 기본급과 상여금, 연월차수당과 교통비와 식비 등을 포함한 체계로 급여를 산정했다. 반면 해외의 경우 기본급과 시간외 근무수당, 성과급을 더한 단순한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주휴수당 제도 역시 근로기준법 제정 당시인 1953년부터 도입됐다. 산업 현장에서 주휴수당이 포함된 임금총액이 인건비의 기본으로 작동됐다. 주휴수당 지급이 의무화된 나라는 △멕시코 △브라질 △콜롬비아 △터키 △대만 △태국 △스페인 △인도네시아 등 일부에 불과하다.

경총 관계자는 “주휴수당 제도 등 현재의 임금체계는 산업화 시대 근로자의 임금 보전 차원에서 만들어진 것”이라며 “최저임금을 인상하면서 주휴수당을 없애거나, 최저임금 기준시간을 합리적으로 정해 노·사 간 불필요한 갈등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정필재 기자, 세종=안용성 기자 rus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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