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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 참사' 아이티에서 태권도 독학… "장하다" 100만원 쾌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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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12-19 03:00:00 수정 : 2018-12-18 16:2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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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년간 4억4000여만원 기부한 문영수 법무사, '법조봉사대상' 수상 2010년 아이티 대지진을 기억할 것이다. 카리브해의 최빈국 아이티를 덮친 7.0 규모 지진으로 이 작은 섬나라 국민 중 무려 23만여명이 목숨을 잃는 참사가 벌어졌다. 당시 한국 정부는 군인들로 구성된 ‘단비부대’를 유엔 아이티 안정화 임무단 일원으로 파견, 2012년까지 3년간 주둔시키며 구호활동을 펼쳤다.

그로부터 꼭 5년이 지난 2015년 광주광역시에서 세계 대학생들의 스포츠 축제인 유니버시아드 대회가 열렸다. 아이티 국적의 알티모스(당시 26세) 선수는 태권도 종목에 출전했다. 아이티 유일의 선수로 임원도, 코치도 없는 ‘나 홀로’ 참가였다. 당연히 도복이나 보호장구 같은 기본적 장비도 갖추지 못했다.

대지진의 참화를 겪은 최빈국에서 온 ‘맨발의 태권도 선수’가 처한 이 안타까운 사연이 국내에 전해졌다. 유니버시아드 대회 개최 도시인 광주 인근의 전남 담양군에서 법무사로 일하던 문영수(77)씨는 소식을 접하고 누구보다 가슴이 아팠다.

‘그 가난한 나라에서 어렵게 공부하며 한국의 태권도까지 배웠다니….’ 문 법무사는 선뜻 100만원을 내놓았다. 대회를 마치고 고국으로 돌아가면 돈 걱정 없이 학업과 운동에만 매진하라는 격려의 뜻이 담긴 장학금이었다.

법조봉사대상 대상 수상자로 선정된 문영수 법무사(왼쪽)가 김명수 대법원장을 대신해 상패를 전달한 안철상 법원행정처장(대법관)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법조협회 제공
법조협회(회장 김명수 대법원장)는 현재 광주전남지방법무사회 소속으로 활동 중인 문 법무사를 제17회 법조봉사대상 수상자로 선정해 18일 시상식을 열었다.

법조협회에 따르면 문 법무사는 ‘기부천사’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는 인물이다. 그는 개업 전 박봉의 공직생활을 하던 1982년 12월 신문에 ‘강모군이 수술비가 없어 심장판막 수술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취지의 기사가 실린 것을 보고 그 당시 한 달치 월급(2만5000원)보다 많은 3만원을 선뜻 쾌척했다.

그로부터 두 달 뒤에는 심장병을 앓고 있는 이모양에게 병원비를, 또 얼마 후 서울대 법대에 합격하고도 학비를 마련하지 못해 입학을 포기하려던 최모군과 김모군에게 입학금을 각각 후원했다. 이렇게 시작된 나눔의 손길이 어느덧 36년간 이어진 것이다.

문 법무사는 2006년부터는 쌍둥이 아이를 낳은 베트남 출신 다문화가정에 아기 백일, 돌 등을 챙겨주고 베트남 출신 여성이 친정에도 다녀오도록 주선하는 등 매년 100만원씩 지원하고 있다. 화재로 집이 소실된 필리핀 출신 다문화가정에는 건물 신축 지원금을 후원하는 등 다문화가정 20여 가구를 그야말로 친정아버지의 마음으로 보살피는 중이다.

그가 지금까지 어려운 이웃에게 기부한 돈을 다 더하면 총 4억4000만원이 넘는다.

문 법무사를 수상 소감을 통해 “훗날의 약속이나 연말의 성금보다 당장 작은 도움이 절실한 사람이 너무나 많다”며 “여생이 끝나는 날까지 나눔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36년간 도운 이들에게 받은 감사편지를 지금까지 모두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한편 법조봉사대상 우수장은 대구경북법무사회 소속 유석권(62) 법무사와 서울동부법무사회 소속 신정순(72) 법무사에게 나란히 돌아갔다. 봉사상 단체 부분은 광주고등·지방법원 직원들의 봉사 모임인 ‘형제사랑’이 수상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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