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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놓치지 말아야 할 드라마 tvN ‘나의 아저씨’ [TV에 밑줄 긋는 여자]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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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12-15 13:00:00 수정 : 2023-12-10 22:5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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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뒷모습을 끝까지 본 적이 있는가? 

지난봄 이선균과 아이유 주연의 드라마 ‘나의 아저씨’가 방영되었다. 드문드문 한두 편만 봤기에 전체 드라마를 제대로 알지 못했다. 주변 지인들의 등쌀에 못 이겨 이 드라마를 역주행했다. 그리고 2018년을 마무리하는 이때, 올해 놓치지 말아야 할 드라마로 꼽는다. 

 

평범한 직장인 동훈(이선균 분·사진)은 아내와 아들뿐만 아니라 사업을 하다 망해 이혼 위기에 처한 형과 ‘천재 신예감독’이라는 칭찬만 받고, 정작 제대로 영화 한 편 찍지 못한 만년 조감독인 동생, 칠순이 넘는 나이에도 이런 두 아들에게 날마다 밥을 해주어야 하는 어머니까지 책임져야 하는 이 시대의 가장이다. 그는 매일매일이 지옥 같고, 회사 가는 길 ‘죽으러’ 가는 사람 같은 표정을 지으면서 그저 묵묵히 하루를 살아가는, 그런 중년 남성이다.

 

동훈의 회사에 같은 동네에 사는 비정규직 사무보조원 이지안(아이유 분·사진)이 들어온다. 동훈은 시종일관 자기보다 ‘더 살기 싫은 표정’을 짓고 있는 지안이 왠지 안쓰럽고 신경 쓰인다. 어느 날 퇴근을 함께하게 된 두 사람은 대화 중 그동안 지안에게 경제적인 어려움이었던 할머니의 병원비를 해결할 방법을 알게 된다. 순간, 그동안 살면서 느껴보지 못한 ‘진짜 어른’의 호의에 감동한 지안은 동훈을 보며 비로소 처음 웃게 된다. 사실 회사 대표의 사주로 동훈에게 못된 마음을 품고 접근했던 지안은 진짜 ‘좋은 어른’ 덕분에 처음 세상의 따듯함을 알게 된다. 그렇게 두 사람은 상대를 안쓰러워하고 측은해 하면서 친해진다.

이전 드라마 ‘또 오해영’을 통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섬세한 감정을 잘 전달했던 작가 박해영의 물흐르듯 펼치는 이야기 전개와 관계, 인물심리 묘사, 주옥같은 대사들은 저절로 필사를 부르게 했다.

“그지 같은 내 인생 다 듣고도 내 편 들어줘서 고맙다. 난 이제 죽었다 깨어나도 행복해야겠다. 너나 불쌍해서 마음 아파하는 꼴 못 보겠다.“

“아저씨가 정말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파이팅”

“아무것도 아니다.”

“행복하자.” 

너무 많아 노트 한 권을 채우고도 남을 법한 명대사들이다.

하지만 대사 한 줄 없이도 필자의 가슴 한구석에 남는 장면이 있다.

유독 이 드라마에는 뒷모습이 많이 나온다. 오래된 기찻길에서 기차가 지나가길 기다리는, 마치 그 시간이 멈추길 바라는 듯한, 동훈의 뒷모습. 정희(극중 동훈의 동창이자 삼형제의 아지트인 ‘정희네’의 주인·오나라 분)의 ‘가짜 퇴근길’에서 두 손을 한껏 들어올리며 살짝 오버하는 쓸쓸한 뒷모습. 마지막 회에서 오랜만에 다시 만난 동훈과 지안이 상대 뒷모습을 끝까지 지켜보는 장면 등 수없이 많다.

 

“뒷모습은 스스로를 밝히지 않는다. 하지만 마주한 이를 속이지도 않는다. 진실은 이 사이, 밝히지 않는 것과 속이지 않는 것 사이에 있다. 뒷모습이 요령부득으로 느껴진다면 이는 진실이 요령부득이기 때문이다.”

-미셸 투르니에 ‘뒷모습’ 중에서

어쩌면 뒷모습은 그 사람 그대로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한해를 마무리하는 송년 모임으로 바쁜 주말이다. 나는 누군가의 뒷모습을 끝까지 봐준 적은 있는지, 혹은 나의 뒷모습을 끝까지 봐준 누군가가 있었는지 더듬어본다. 

이윤영 방송작가 blog.naver.com/rosa0509, bruch.co.kr/@rosa0509

사진=tvN ‘나의 아저씨’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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